___답지 않은 세계 - MZ에 파묻혀 버린 진짜 우리의 이름
홍정수 지음 / 부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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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집에서 엄마랑 같이 TV를 보고 있을 때였다. 정확히 어떤 프로그램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MZ세대라는 말이 계속해서 반복되었고, 방송을 보고 있던 엄마가 정확히 어디부터 어디까지의 세대가 포함되는지를 궁금해하셨다. 나도 정확히 몰라서 바로 검색했더니 의외로 범위가 거의 30년에 가까워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이걸 한 세대로 묶어도 되나 싶은 심정이었다. 엄마도 같은 생각이셨는지 그럼 우리집 10살 넘게 터울이 지는 우리집 삼남매는 죄다 MZ세대냐며 웃으셨다.

이렇게 넓은 범위를 한 덩어리로 묶다 보니 어떤 특징을 일반화하기는 어려워보인다. MZ세대에 포함되는 나도 막연히 '요즘 애들', '젊은 애들'이 그 세대지 않을까 생각하면서도 정확히 특징을 정의하기는 난감했다. 그런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 책이 바로 이번에 읽은 '__답지 않은 세계'였다. 



마지막으로 다녔던 회사에 입사했을 때, 인사팀에서 '이 회사는 MZ세대가 90% 이상이에요' 하면서 웃길래,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회사라서 직원들 연령대가 낮은가보다 했다. 그런데 90%는 과장이 아니었다. 오히려 축소해서 이야기한 것 같은 느낌마저 있었다. 회사 대표가 내 또래였고, 80년대생을 손에 꼽을만큼 90년대생들이 많았다. 심지어 그 80년대생들도 모두 MZ세대로 묶이니 사실상 구성원은 거의 MZ세대 100%에 가까웠다. 그때 새삼 다시 이렇게 30년 범위의 사람들을 한 세대로 묶는 게 현실적으로 의미가 있는가를 생각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좀 과도한 일반화라는 의견에 동의했다.



작가는 MZ세대의 모순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플렉스와 짠테크가 공존한다거나, 집을 나만의 분위기로 꾸미는 것에 골몰하지만 결국 '오늘의 집' 그 자체로 보이는 점이나, 누구보다 개인의 특성과 취향을 중시하지만 그 특성을 고작 16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는 MBTI에 열광하는 점 등이 그렇다. 이와중에 작가와 나의 MBTI 유형이 같고, 그 유형이 가장 소득이 낮은 유형이라는 걸 알고는 복잡한 기분이었다. 그럴줄 알았다는 심정...



MZ세대에게 할머니는 더 윗세대의 할머니와는 좀 다른 느낌일지도 모른다. 책에서 언급한대로 '맞벌이로 집을 비운 부모님의 빈자리를 메워 준 따뜻한 존재'로서의 할머니의 존재일 가능성이 크다. 나에게도 어쩐지 어려웠던 할아버지와 내가 외갓집에 도착한 순간부터 찐감자를 한 광주리 내미시던 할머니는 다른 느낌이다. '할매니얼'이라는 말에서 내가 따뜻한 어떤 이미지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를 책을 읽으며 알 수 있었다.



어느 세대든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순간이 많겠지만, 결혼이나 출산 등 예전에는 제법 당연하게 여겨지던 일들이 선택의 문제가 된 요즘은 굵직한 선택을 하게 되는 순간이 더 많아진 것 같다. 결혼을 할 것인지, 아이를 낳을 것인지, 인간관계를 이어갈지 끊어낼지, 채식을 할 것인지 등 삶의 방식에 대한 선택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더 윗세대에서도 해왔던 고민과 선택들이겠지만, 왜 이런 일들이 최근에 더 부각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책을 읽으며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었다.



정말 혐오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닌 그런 시대를 살고 있는 느낌이다. 혐오를 위한 혐오는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나도 못견디게 혐오하는 것들이 몇 있다. 동물 학대가 그렇고 아동을 향한 폭력이 그렇다. 이런 부분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너무 쉽게 사소한 것에 대해 '극혐'이라든지 혐오를 내포한 표현들을 써오지는 않았는지를 반성하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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