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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의 자부심 ㅣ 소설Q
김세희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평점 :
처음에 제목만 먼저 보고 어느 프리랜서의 에세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소설이라고 해서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내가 지금 프리랜서의 입장이라서 더 그랬을 것 같다. 소설은 재미있어 보여도 서평단 신청을 항상 망설이게 되는데, 이번에는 크게 망설이지 않고 신청했다. 작가의 이전 작품을 재미있게 읽기도 했고, 프리랜서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다가 주인공 하얀과 나의 성향이 무척 비슷해서 여러번 깊이 공감하며 읽었다. 스스로를 어쩌면 프리랜서가 가장 안 어울리는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느끼는 하얀처럼 나도 그렇게 여러번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도 회사를 떠나서 일을 하는게 나에게 가장 잘 맞는 건지 매일 의심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손에 잡은 소설이라서 그런지 한 장 한 장 재미있게 넘길 수 있었다.

부모님은, 특히 한 회사를 30년 이상 다닌 아빠의 눈에는 회사를 자주 옮기다 못해 프리랜서가 되고 만 내가 늘 불안불안해 보이는 눈치다. 직장이 아니라 직업을 소개할 수 있는 동생들에 비해, 회사 이름을 대며 소개해야 하는 내가 부모님을 친구들 모임에서 조금 난감하게 만들지 않을까 걱정을 더러 했었는데, 이제는 그럴 일이 없다. 이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나도 직장이 아니라 직업으로 소개를 해야할 상황이 되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우리 부모님에게 내 소개가 썩 나쁜 일이 아니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의 인터뷰를 읽다가 '오글거린다'는 말이 싫다고, 누군가의 노력 혹은 진심을 너무 가볍게 치부해버리는 느낌이라서 그렇다는 내용을 읽고 공감했던 기억이 났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그 인터뷰가 문득 떠올랐다. 누군가의 큰 꿈, 혹은 작더라도 중요한 꿈이 오글거리거나 쪽팔린 일이 아닌 것으로 분위기가 바뀌어 가면 좋겠다.

회사에서 항상 느끼던 감정이 글로 풀어져 있어서 이 부분을 읽으면서도 그때 생각이 났다. 회사에서는 끊임없이 내가 월급을 받는 만큼 일을 하고 있는지, 성과를 내고 있는지를 생각해야 했다. 아무리 봐도 내가 한 일이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 같지 않은 느낌이 항상 들었는데, 회사를 벗어나서 조금 나아졌다. 물론 교정지를 앞에 두면 요즘도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더 이상을 해내야 하는 건 아닌지 살짝 불안할 때는 있지만,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

학교를 다니지 않거나, 직장에 소속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여러 길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그 길을 택하려고 하지 않는 게 내 이야기 같았다. 나도 어딘가에 소속되어서 일하는 게 더 마음이 편한 성향이라서 지금 같은 생활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주인공이 임신서기석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들은 나도 느껴본 적이 있는 감정이라서,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내가 글이나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감정이 이거였구나, 라고 깨달았다.

간혹 프리랜서로 작업한 결과물에 내 이름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 많다. 이름이 꼭 수록되지 않더라도 유독 만족스럽게 일이 마무리 되면 그 '작업이 오랫동안 나의 자부가 되리라는 걸' 나도 어렴풋이 느끼게 된다. 그렇게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좋든 싫든 내가 선택해서 프리랜서로 살고 있는 지금, 이 책을 만나서 유독 더 자주 공감하며 읽었던 것 같다. 소설이 끝나고 그 뒤에 수록된 작가의 말을 읽으며 프리랜서 경험이 묻어난 소설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프리랜서로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섬세하게 담겨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경험에서 우러난 문장들이었구나, 싶었다. 아직도 내가 프리랜서로 사는 게 나에게 좋은 일인지 가끔 고민스러울 때가 있는데, 프리랜서로 일을 하는 동안은 자부심을 가지고, 이 일이 나의 자부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