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바, 집에 가자 달고나 만화방
도단이 지음 / 사계절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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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에 사촌 언니와 조카들이 집들이를 오기로 했을 때, 손님 맞을 준비를 하면서 걱정이 있었다. 우리집 쫄보 고양이가 너무 긴장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다른 걱정 하나는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인 조카들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으로 부모님을 조르지 않을까 하는 거였다. 물론 생명을 다루는 일을 하는 사촌 언니가 쉽게 결정해서 반려동물을 입양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은 있었지만, 그 이전에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기 전에 생각해야 할 부분들을 조카들에게 잘 알려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심바, 집에 가자'라는 책을 읽게 되었는데, 어린이가 동물에 대해 생각해볼만한 주제들을 많이 담고 있었다. 집들이 때 이 책을 알았더라면 조카들에게 선물했을텐데. 동물을 대할 때 지켜야할 일들을 어른들은 알면서도 무시하는 경우가 많지만, 아이들은 정말로 몰라서 실수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너무 극단적이지 않게, 하지만 단호해야 할 부분에서는 단호하게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책이 있었으면 했다. 이 책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길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산책 중인 강아지와 고양이들 이야기와 함께 다른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이들이 몰랐을 수도 있고, 어설프게 알고 있을 수도 있는 이야기를 만화로 쉽게, 하지만 가볍지 않게 하고 있다.



만화에는 아이들이 교실에서 친구들과 할 수 있는 이야기, 길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들이 담겨 있다. 이 순종견과 잡종견에 대한 부분이 그랬다. 아이들이 어설프게 알고 있는 정보로 순종견이 더 충성심도 높고 똑똑하다는 이야기를 나누는 부분이 있었는데, 만화속 아빠의 대사를 읽으며 아이들도 그랬겠지만 나도 궁금증이 해결되었다. 우리집 고양이의 품성이 정해지는데 내가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살짝 하면서 읽었다. 이미 다 정해진 것 같긴하지만...



이 부분도 많이 공감하면서 읽었다. 고양이를 키운다고 하면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본인은 동물이 싫다고, 집에서 도대체 어떻게 키우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들을 마주친다. 그걸 굳이 동물을 키우는 내 면전에 대고 말할 필요가 있나 하는 당혹스러움과 함께, 이 사람은 평생 동물을 유기하지는 않겠다는 안도감도 살짝 든다.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은 애초에 동물을 집에 들이지 않으니 유기할 일도 없다. 동물을 좋아한다는 사람이 동물을 키우고, 그중 일부가 무책임하게 동물을 유기한다. 누가 동물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지는 너무나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동물을 너무 좋아하지만 상황이 따라주지 않아서 랜선 집사로 남았다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코로나가 한참 번질 때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어났다가 서서히 일상 회복이 진행되면서 유기동물 수가 급증했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인류애가 바닥났었다. 차를 타고 가다가 강아지를 내려놓고 쌩 달아나는 영상은 괜히 재생했다가 한참동안 속이 상했다. 떠나는 차를 쫓아가다가 망연자실하게 앉아있던, 차가 쌩쌩다니는 길에서 돌아오지 않을 주인을 기다리고 있을 강아지를 생각하니까 너무 화가 났다. 책에도 비슷한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영상으로든 만화로든 그 장면은 볼 때마다 마음이 무너진다. 강아지에게서 가장 소중한 가족을 빼앗은 그 주인이, 비슷한 정도로 소중한 것을 잃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책에는 버림받은 강아지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제일 마음이 찢어지는 부분은 이 강아지들이 모두 버림받았다는 걸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책을 읽다가 문득 예전에 봤던 유기묘 보호단체의 유튜브 기억이 났다. 이 단체에서 고양이를 입양한 사람이 임신과 출산이라는 이유로 9년 동안 키우던 고양이를 파양해서, 9년만에 돌아온 고양이가 식음을 전폐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이야기였다. 9개월 동안 임보했던 여명이도 결국 보낼 수가 없을만큼 정이 드는데, 9년이라니. 고양이는 영문도 모르고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었다. 그 가족의 탓으로.

고양이를 파양하는 이유는 다양했다. 결혼, 유학, 이민 등 모두가 사람의 문제였다. 보호단체의 말처럼 고양이의 잘못은 하나도 없었다. 13번 파양 당한 고양이는 눈이 너무 슬퍼보여서 보는 순간 마음이 너무 아팠다. 앞에서 나왔던 이야기지만, 동물에게 상처를 주는 건 결국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말에 동의를 할 수 밖에 없다. 아이들이 동물은 자기가 버림받았다는 사실도 모르고 버림받는다는 이 장면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지 문득 궁금했다.



가끔 여명이 일기를 올리면 하단에 펫샵 광고가 뜰 때가 있어서 화가 난다. 게재하고 싶지 않은 광고를 고를 수 있다면 제일 먼저 고를 것이 펫샵 광고다. 강아지 공장과 펫샵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는 몰라서 그랬다 하더라도, 요즘도 펫샵이 많다는 게 너무 속상하다. 얼마전 동생과 함께 대형 쇼핑몰에 갔을 때, 그곳에도 펫샵이 있어서 기함했다. 이미 유리창 밖에는 아이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구경하고 있었는데, 특히 아이들이 많이 몰린 곳은 갓태어난 것 같은 어린 강아지와 고양이들 앞이었다. 왜 엄마 젖도 못뗀 어린 강아지와 고양이를 경매장에 먼저 데려가는지 그 앞에서 깨달았다. 펫샵 앞에서 작고 귀여운 강아지나 고양이를 보면 공장에서 죽을 때까지 새끼를 낳고, 뺏기기를 반복하는 슬프고 괴로운 엄마들을 떠올렸으면 좋겠다.



책에는 고양이와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었다. 조류독감 등 기사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상황들도 그리고 있다. 할아버지댁에 방목하며 키우는 건강한 닭과 품종개량이 되어 대량 사육되고 있는 닭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나도 마음이 안 좋았다. 고기를 아예 안 먹지는 않지만, 되도록 줄이려고 하는 중이고 외식할 때 고기를 먹게 되면 남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고기를 안 먹을 수 있으면 제일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너무 많은 고기를 소비하다가 남겨서 버리는 일만은 막고 싶다. 부분을 읽으면서 내 밥상에 오르는 고기가, 맛있게 먹는 치킨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밥상에 오르는지에 대해 아이들이 한번쯤 생각해볼 기회가 될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처음 알게 된 사실들이 많았고,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기 전 아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여러 유기동물 보호단체에서 입양 전에 왜 그렇게 깐깐하게 심사를 하는지, 못 키울 상황이 되면 왜 꼭 단체로 돌려달라고 하는지 책을 읽으면서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다음에 또 우리집에 조카들이 놀러오면 책에서 읽은 이야기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생각해 볼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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