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주의 완전한 딸이라 - 성경적 여성상의 허구를 버리고 복음적 자존감 갖기
강호숙.박유미 지음 / 홍성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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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와 교회가 유독 여성들에게 간섭과 통제, 불평등과 차별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과연 ‘성경적’인 것일까. 가부장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문화가 과연 기독교의 참된 문화일까.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주지 않고, 교회의 중요한 일을 남성에게만 맡기는 것. ”혼전순결 지켜라. 야한 옷 입지 마라. 여자가 남자에게 복종하는 게 창조 질서다. 교회에서 잠잠하라” 심지어 ”자녀를 낳아라 말아라“ 남성 목사들이 설교랍시고 여성에게 훈계하는 것이 예수가 전파한 하나님 나라의 모습일까.


내가 이 책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던 건, 두 저자가 나의 학교 선배님이고, 두 저자가 걸어갔던 길을 나도 똑같이 걸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울컥하는 마음에 몇 번이고 멈췄다가 다시 읽기를 반복했다. 두 저자가 여성으로서 겪었던 차별과 억압, 불평등이 무엇인지, 그 때마다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나는 너무도 잘 안다. 30년이 지난 지금, 그 똑같은 일을 내가 겪고 있으니까.


나는 보수적인 대형 교단 신학대학원에서 두 개의 신학 석사를 취득했고, 거의 십수년을 기독교에서 일하고 있다. 회사를 다녔으면 대리를 넘어 과장까지 진급했을텐데. 경력과 학력, 실력이 뒷받침 되어도 여성에게 목사를 주지 않는 교단이어서 나는 만년 말단 계약직이다. 남성 후배들이 목사가 되면 나보다 상사가 되고, 각종 성 차별은 물론이요, 월급 차별, 업무 차별은 기본. 

이런 이야기를 하면 성경말씀에 순종하지 않는다는 둥, 겸손하지 않다는 둥, 여성이 기가 세다는 둥, 인격을 더 훈련하라는 둥, 2차적인 비난이 뒤따라온다. 내가 믿는 예수님은 폭력적인 분이 아닌데. 기독교는 왜 이리 폭력적인지 모르겠다.


내가 이런 불평등과 차별이 만연한 비상식적인 기독교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이런 모습은 진정한 기독교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성경적’인 건 차별과 배제와 혐오 없이 평등함을 추구하는 거라고. 성경은 모두에게 주어졌고 결코 남성들이 성경해석을 전유해선 안 된다고. 진리는 우리를 진정 자유하게 한다고. 나는 그렇게 믿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왜 이렇게 남성중심적이고 여성에게 폭력적인 것일까? 두 저자는 이에 몇 가지를 진단한다. 첫째는, 성경이 쓰인 배경(고대 이스라엘과 유대, 그리스-로마)이 가부장적이라 성경에 그 문화가 고스란히 기록되었다는 것. 둘째는, 한국으로 기독교를 전파한 서양 선교사들이 남성 중심 사회에서 살아왔기 때문이고, 셋째는, 한국으로 들어온 기독교가 토착화 되어 ‘유교적 가부장주의’가 되어버렸다는 것.


여성으로서, 교회 공동체에 소속되어,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크리스천이라면, 강호숙 박유미 두 여성 신학자가 건네는 26통의 편지에 주목해 보면 좋겠다. 자존감, 여성다움, 자유, 성, 비혼, 출산, 평등 등 그간 듣지 못했던 여성을 향한 메시지가 담겨있다. 그간 왜곡됐던 자존감과 겸손을 ’성경적‘으로 재정의하고, ‘하나님의 딸‘로서의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제가 생각하는 멋지고 아름다운 기독 여성상은 교회가 강요하는 획일화된 ‘여성상’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에요. 오히려 자신만의 개성과 멋스러움을 맘껏 펼쳐 내는 여성이에요. 그러면서도 타인의 견해에 대해 포용적이고 열린 태도를 가진 여성이랍니다. 그러니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받은 개성과 에너지를 맘껏 발산하는 여성으로 살아갑시다!“ / 47 <여성다움> 강호숙


나에겐 용기를 주는 책이었다. 내가 30대 여성신학자로서 멈추지 않고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기독교가 더 기독교다워질 수 있게, 후배들이 똑같은 차별을 겪지 않게. 두 저자가 그렇게 했듯이.

📍”여성에게 처음부터 당연하게 주어진 것은 거의 없으며, 현재 우리가 교회와 사회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누리는 많은 것들은 선배 여성들이 노력한 열매들이라는 점을 기억했으면 해요. 그리고 우리 후배들이 지금보다는 평등한 교회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작은 길이라도 만들겠다고 결심했으면 해요.“ / 287 <평등에 대하여> 박유미


📍저는 우리가 현재 삶에서 당하는 차별과 부당함, 불공평함과 강요에 문제를 제기하며 저항하는 일은 사랑과 평화, 정의와 자기 결정권과 같은 하나님나라 가치를 향한 자유의 투쟁이라고 생각해요.” / 91 <자유에 대하여> 강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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