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씨, 지금 무슨 생각하세요? - 노년의 심리를 이해하는 112개 키워드
사토 신이치 지음, 우윤식 옮김 / 한겨레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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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 없는 초고령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UN은 65살 이상 인구 비율에 따라 고령화 사회(7% 이상), 고령 사회(14% 이상), 초고령 사회(20% 이상)으로 분류하는데, 한국은 초고령 사회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고 일본은 이미 초고령 사회에 접어 들었다고 한다(30%에 육박).


이런 시기에 시의적절한 책이 나왔다. 일본 노년 심리학 전문가 사토 신이치의 ≪고령자 씨, 지금 무슨 생각하세요?≫.

저자는, 고령자가 그저 쇠약하기만 한 존재가 아니라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역설하면서, ‘노인’이라는 호칭 대신 “고령자 씨”라고 부르자고 제안한다. ‘고령자 씨’라니. 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호칭인가! 연령대를 단박에 파악할 수 있으면서 존중하는 뉘앙스까지 담긴 호칭. 제목에서부터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책이다.


나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갸우뚱하는 지점이 있는데 바로 ‘65세’라는 기준이다. 노인이라 부르기 시작하는 나이 65세. 그런데 65세는, 과거엔 노인이었을지 모르나 지금은 평균 수명도 길어졌고 여러모로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닌가. 그렇다면 ‘노인’이라 정의하는 나이를 조금 늦춰야 하지 않을까. 75세 정도가 적합하지 않을까...

그런데 ’65세‘라는 나이에 눈길이 머문 사람은 비단 나뿐만은 아닌 것 같다. 저자도 ‘일본에서 고령자의 정의를 재검토하자는 제안이 있었다’고 말한다. 65~74세를 ‘준고령자’, 75~89세를 ‘고령자’, 그리고 90세 이상을 ‘초고령자’라 부르는 게 어떻겠냐고.

’노인’ 연령을 조정하는 게, 대중교통 무임승차나 국민연금 수급, 퇴직 시점 등의 이슈와 맞물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이제는 논의를 해야하지 않나 싶다.


책은, 11개의 주제와 11개의 키워드를 가지고, 고령자 씨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나이 듦, 기억, 성격, 고독, 노화, 치매 등 고령자 씨의 주된 특징을 키워드로 잘 정리해 주어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평소 교회 어르신들과 이웃 할머니를 대할 때 어떤 어려운 경험이 있었는지, 무엇이 궁금했는지 떠올려 보았다. 나는 주로 이런 게 궁금했던 것 같다. ‘나이가 들면 왜 이렇게 고집스런 성격으로 변할까‘, ‘아내와 사별한 남편은 왜 금방 아내 뒤를 따를까‘와 같은 거.

때마침 책에서 내가 던졌던 질문들을 다루고 있었다. 고령자 씨의 ‘성격의 변화’는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현상이라고 한다. 그리고 남성과 여성은 스트레스를 대처하는 방법이 다른데(여성은 ‘감정 초점형’ 대처, 남성은 ‘문제 초점형’ 대처), 남성에게 ‘배우자의 죽음’은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스트레스이기 때문에 남편은 아내를 잃으면 바로 죽는다고 한다.


다른 재미있는 주제도 있었다. “아무리 말려도 왜 운전대를 놓지 않을까”(4장). ㅎㅎㅎ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증가하는데 왜 운전면허를 반납하지 않는 것일까’에 대한 내용. 저자의 말에 따르면 고령자 씨는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자기 효능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생활 환경의 많은 부분이 디지털화로 바뀌어 평소 무기력함을 많이 느끼는데, 운전은 그렇지 않다고. 고령자 씨가 디지털 기기 사용에 소외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지금, 고령자 씨를 어떻게 돌보느냐의 문제는, 미래에, 내가 어떻게 돌봄받느냐의 문제로 이어질 것이다. 모두가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는, 세상의 모든 ’고령자 씨‘가 존중 받는 사회가 되어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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