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탐욕의 대상에서 사랑의 도구로 그리스도인의 일상 중심 잡기 1
손성찬 지음 / 죠이북스(죠이선교회)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독교에서 ‘돈’이란 주제는 쉬이 다루기 힘든 주제 중 하나. 목사님들도 설교를 할 때 ‘돈’에 관한 설교는 가급적 하지 않으려 한다고. 혹여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거나 불편해 하는 사람이 있을까봐서.

그렇다한들 ‘돈’ 이야기를 마냥 피해갈 수 있을까? 솔직히 우리, 기독교 신앙 갖고 있다해도 돈에 초월하진 못하지 않은가. 많이 벌고 싶고, 돈에 대해 관심도 많지 않은가. 누군가가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돈 좀 벌었다더라~’하는 소식을 들으면 ‘나도 해야하지 않을까?’ 조급한 마음도 들지 않은가.ㅎㅎ 그저 ‘세속적’인 사람으로 보일까봐, ‘돈이라는 우상’을 섬기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정죄감 때문에, 돈에 대한 솔직한 본능을 쉬쉬- 숨기고 있을 뿐.

또 한편으로는 ‘하나님이 축복해 주시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렇게 말하는 책이 기독교에서 많이 나왔었고, 여전히 베스트셀러의 영예를 놓치지 않고 있다. 가령 ’왕의 재정‘이나 ’십일조로 부자가 된 록펠러‘ 같은 책. 나도 그런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부풀어 오르는 희망을 도저히 감출 수가 없더랬다. 어제도 가계부를 쓰면서 ’제발 로또 한 번만 당첨되면 좋겠다‘를 얼마나 (간절히) 기도했는지. 주여~


‘돈’을 이야기하는 기독교서적은 많지만 내 돈 주고 한 권을 더 살만큼 괜찮은 책은 정말 오랜만(아니 거의 처음)이다. 손성찬 목사의 ≪돈≫. 죠이북스에서 지난달 신간으로 나왔다. 핑크 돼지저금통이 귀여운, 저 심플한 표지디자인을 볼 때만해도 이 책을 한 권 더 사게 될 줄은 몰랐다. 책은 2회독 정도 했고, 읽을수록 ‘책 괜찮다’는 생각이 짙어졌다. 

본문을 ’누가복음‘으로 한정하고 그 중에서도 ’예수님의 직접적인 메시지‘를 선별해서, 균형 있고 심도 있게, 그러면서도 건강한 신학을 바탕으로 충실히 해석하고 있다는 점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되지 않도록(”먹고살기 바빠 죽겠는데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인데?“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실존적 삶과도 잘 연결했다는 점이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가장 큰 매력! 우리네 ’먹고 사는‘ 인생을 존중하면서, 그리스도인으로서 ‘돈’을 어떻게 사용하고 다루어야 하는지를 가르쳐 준다. 성경의 가르침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돈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균형있게 다루고, 생각할 거리도 풍성하게 던져주면서 답을 찾아가도록 이끄는.. 굳이 말하자면 ‘종합선물세트’ 같은 책? 


책의 핵심은 분명하다. 돈은 ’목적’이 아니라 ‘도구’라는 것. 그리고 “그리스도인은 이 도구의 주인이 하나님임을 진정으로 믿고, 돈이라는 도구를 사용하는 나 자신의 주권자도 하나님이라고 확신하는” ‘청지기’라는 것.

이외에도 소득을 ‘근로소득/자본소득/인적소득’으로, 지출을 ‘필요지출/인적지출’로 분류해 각각을 잘 설명하고 있는데, 새롭게 배우게 되는 내용이 많아 유익했다. 자본주의 체제에선 근로 소득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가만히 놔두는 것은 “스스로 자신의 자산을 조금씩 버리는 꼴”과 같다고, ‘투기’가 아닌 ‘투자’를 하는 건 좋은 방법이라고 말하는 내용도 신선했다. 구약에서 ‘십일조’라는 율법을 주신 이유에 대해 설명하면서 “청지기 헌금”을 제안하는 부분도 너무나 좋았다. 아무래도 오늘날 ’십일조‘에 대한 논의가 뜨거운 감자인 건 사실이니까. 사실 나, ’청지기 헌금‘에서 조금 충격을 받은 것도 같다. 시대성과 의미를 다 살린 이토록 적절한 단어는 처음 본 것 같은데.


’뻔한 얘기하겠지‘라고 생각했던 내 선입견을 깨뜨려 줘서 참 좋았던 책이다. 중간중간 ’오~‘ 감탄사와 함께 연신 끄덕이며 읽었다. 저자 특유의 유머러스한 글발도 재밌게 완독할 수 있는 요인.

제목처럼 ”돈“을 ”탐욕의 대상에서 사랑의 도구로” 사용하고 다룰 수 있는 내가 되면 좋겠다. 성실하게 땀 흘려 일하고, 투기와 투자를 잘 분별하며, 돈으로 사람을 사랑할 수 있기를. 필요보다 경험에 지출하고, 청지기의 마음으로 돈을 사용할 수 있기를. 그리고 안식과 회복의 경제를 지향하며 살아가기를..

#내돈내산 의 책을, 독자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