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국가를 선택하는 사람들 - 이주는 빈곤, 기후위기, 고령화사회의 해법인가, 재앙인가
헤인 데 하스 지음, 김희주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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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책 소개 글을 읽자마자 ‘이건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주는 빈곤, 기후위기. 고령화사회의 해법인가, 재앙인가”는 나도 평소에 고민하던 부분이었기 때문.

요 근래 부쩍 ‘불평등, 기후위기, 저출산’ 문제의 대안으로 ‘이주’를 제시하는 책을 많이 보는 것 같다. 얼마 전 읽은 책도 그런 책이었는데, 꼭 책이 아니더라도, 저출산이 심각해지자 생산성 저하를 우려해 국경을 완화하는 정책을 고려하고 있다는 뉴스나 전쟁 난민을 얼마만큼 수용할 것인지 논의하는 소식을 심심찮게 접하고 있지 않은가.

그에 비례해 ‘이주’를 둘러싼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주자의 증가가 우리 사회에 범죄나 실업 같은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킬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주에 대한 개인의 찬반 여부를 떠나, ‘이주’는 이제 더 이상 외면하기 힘든, 인류의 생존 문제와 결부된 중요한 담론임은 틀림 없다. 그렇다면 이주에 대해 좀 더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시각을 알려주는 책은 없을까? 이주의 장단점, 이주에 대한 환상과 실제, 이주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등. 팩트를 속시원히 알려주는 책은 없을까?

과연 이주가 과거 ’아메리칸 드림‘처럼, 지금의 여러 위기에 대한 해법이자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이 책의 저자 헤인 데 하스는, 총 3부에 나누어 이주에 대한 “두려움과 오해 22가지”를 반박한다. 저자는 수많은 데이터와 연구 사례를 근거로 자신의 논증을 뒷받침한다. ‘22가지 오해’ 중에 내가 갖고 있던 오해도 상당했고, 그간 언론과 책에서 읽었던 내용을 뒤집는 분석도 있어서 나는 읽으면서 꽤 놀랐다.


이번에 깨진 내 오해 중 하나는, ‘이주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언젠가 대이주가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이었는데, 저자는, 실제 이주는 세계 인구 대비 3% 정도로 그리 높지 않으며 앞으로도 크게 늘어나지 않을 거라고 했다. 호모 사피엔스를 정착하게 만든 건 농업 혁명과 산업 혁명이었듯이, 이제는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물리적 이동을 대체해 줄 것이라고 한다.

그 대신, 저숙련 노동자가 ‘노동력을 필요로하는 국가로’ 이주하는 것, 아프리카와 같은 저소득 국가가 ‘개발로 인해 이주 능력이 향상 되어’ 중소득 국가로 이주하는 것은 증가할 수 있을 거라고 봤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저출산 고령화 문제의 대안으로 이민자를 적극 유치하는 정책이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었다. 이민자가 자녀를 많이 낳는다 해도 출생율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정도로 낳는 건 아니며, 이민자도 갈수록 자녀를 적게 낫는다고.^^;; “이입민이 시급한 인력난을 해소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아이를 덜 낳고 더 오래 사는 구조적 추세를 뒤집을 수는 없다.”(343)

저자는, 이민자 때문에 범죄가 급증한다는 오해도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런 고정관념은 근거가 희박할뿐 아니라 오히려 정반대라고 한다. 이들이 이주를 한 건 범죄를 저지를 목적이 아니라 평범하게 살기 위함이고, 불법 이입민일수록 경찰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더 조심한다는 것.


가장 관심 있게 읽은 부분은, 역시 기후 난민 관련 내용이다. 기후 변화가 대규모 이주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오해‘라고 반박하며, 대이주를 유발하는 건 기후가 아니라 오히려 ’정부‘라고 저자는 말한다. 가뭄과 홍수 등 “기후 변화가 유발한 것처럼 보이는 자연재해가 사실은 거의 완전히 인간이 유발한 재해다.” ”특히 가난하고 취약한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주는 대부분 환경 위험의 원인은 인간과 정치이며 이것이 기후 난민 이야기가 숨기는 사실이다.“ (486)

저자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인간의 개발이 자연재해를 일으켰고, 빈곤 국가 사람들은 기후 난민이 되어도 정작 돈이 없어 이주하지 못하는 정치적 불평등을 겪고 있으니까. 그렇지만 나는 여기서, 저자가 ‘기후변화‘ 자체를 ‘인재’로 보진 않는지 궁금했다. 뭔가 명쾌하지 않은 것 같은 아쉬움이 살짝.


이주와 관련된 각종 용어를 헷갈리지 않게 명확히 정의해 준다는 점, 저자 개인의 옳고 그름의 가치판단을 배제하고 과학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본질에 천착하고 있다는 점, ’오해‘를 짚어주는 방식으로 독자의 집중력을 이끌고 간다는 점은, 내가 다른 독자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은 요인이다. 책이 두꺼워 지루할 거라는 생각은 명백한 “오해”이다. 읽다보면 자신의 오해를 한꺼풀씩 벗겨내는 재미를 느끼게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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