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들의 눈으로 본 예수 - 주님을 사랑한 첫 여성 제자들 이야기
레베카 맥클러플린 지음, 김은홍 옮김 / 죠이북스(죠이선교회)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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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강렬한 첫 인상을 받은 것과는 달리 책은 전체적으로 굉장히 포근하고 따듯하다.

여성의 시선으로 예수를 조명하는 책이라해서 나는 이 책이 전복적인 내용일거라 생각했고 내심 그러길 기대했는데, 예상 외로 편안하고 성경에 대한 저자의 신학도 꽤 보수적이었다. 한마디로 ‘마라맛’이 아니라 ‘순한맛’ 정도로 이해하면 어떨까.

그러면서도 남성중심적인 관점에 균열을 내는 책이기도 하다. 성경 대부분이 남성의 시선으로 쓰였다는 걸 생각하면 굉장히 유의미한 책인 것.

문학적 상상력이나 글의 섬세함에선 <헤아려 본 믿음>의 저자 레이첼 에반스가 살짝 떠오르기도 한다.


이 책을 읽고나니, 그동안 내가 성경 속 여성들에게 눈길을 많이 주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다. 나 또한 남성 중심적으로 성경을 읽어왔고 남성의 시선으로 예수를 봐왔으니까. 성경이 여성들의 이야기를 많이 담지 않았다는 것에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는 점도 인지하게 되었다. 나도 여성인데. 괜스레 낯이 화끈해지는 기분...

이 책 덕분에 그간 무심하게 지나쳤던 복음서 속 여성들에게도 새롭게 관심을 기울일 수 있었다. 특히 이름조차 생소한 살로메나 요안나에게도. 요안나는 부유한 여성인데, 예수의 여성 제자들 중에 부유층도 있었다는 사실이 신선하다.


기독교는 역사 속에서 여성들을 변두리로 밀어냈지만, 이천 년 전 예수는 여성들을 그 누구보다 넉넉하게 환대하셨다. 예수는 소외받았던 혈루증 여인과 사마리아 여인, 나인 성 과부도 존귀하게 여겨주셨다. 예수는 자신을 보는 모든 여성들을 긍정하셨다. 그러므로, 저마다의 사정과 처지가 어떠하든, 예수를 만났다면 존귀한 존재로서 회복을 경험하게 된다. 나는 이 부분에서 진한 위로를 받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여인들의 눈으로 예수를 보는‘ 책...에서 더 나아가 ‘예수의 눈으로 여인들을 재조명하는’ 책...이라 말해도 되지 않을까. 예수를 보는 여성은, 예수의 눈동자에 비친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될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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