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과 만남 - 인문학과 신학으로 헤아려 본 시간, 그리움 그리고 사
정진호 지음 / 세움북스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이를 기다렸다가 만났던 경험이 있는가? 만남을 간절히 고대하며 그리움으로 애가 탔던 시간. 그런 기다림은 지난하고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만남의 감격을 배가 시키고 만남의 순간을 더욱 빛나게 한다. 나에게도 그런 경험이 있었다.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성도의 기다림도 이와 같지 않을까. 예수님은 생명의 빛으로 이 땅에 오셔서 죄로 죽었던 인간에게 자신의 생명을 주셨다. 고립되고 단절된 인간의 현실 속에 오셔서 친히 관계를 맺어주셨다. 그리고 다시 오시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하늘로 가셨다. 성도는, 다시 오겠다고 하신 예수님의 약속에 근거해 예수님을 기다린다. ’과거‘에 만났고 ’미래‘에 다시 만날 것을 ’현재‘의 시간 속에서 고대한다. 성도가 ‘이미’와 ‘아직’ 사이에서 예수님과의 ‘이별’이 ’대망’이 되는 역설을 경험할 수 있는 건, 예수님의 ’약속‘ 때문이다. 약속은 성도의 기다림을 권태와 무의미가 아닌 능동과 기쁨으로 바꾸어 준다.


정진호 작가의 ≪기다림과 만남≫은 ‘기다림’과 ‘만남’이라는 두 주제를 깊이있게 사유하게 하는 책이다. 고대 철학부터 현대 문학까지 인문학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풍성하게 묵상하게 한다. 인문학과 신학을 버무려내는 저자의 실력에 감탄하면서 읽었다. 나는 이 책을 한 달 정도의 시간 동안 읽고 또 읽었다. 문장 하나하나를 아껴 읽고 싶어 낭독도 했다. 읽을 수록 느낀 건, 이 책은 잘 우려낸 사골곰탕 같다는 것이다. 자극적이지 않아 처음엔 싱거운 것 같아도 먹다보면 어느새 뼛속 깊이 진한 영양을 채워주는 사골곰탕. 이 책도 글 한 편을 뭉근히 읽어내야만 그 의미를 선명히 볼 수 있는, 깨달음과 감동을 ’기다려야만 만날 수 있는‘ 책이었다. 기독교 저자 중에 이 정도 내공의 소유자가 몇이나 될까. 저자가 유명해지지 않은 게 의아하면서도 또 이런 저자는 나만 알고 싶은 욕심에 유명해지지 않았으면 싶기도 하다.


듣기론 이 책이 독자들에게 그다지 인기가 없다고 한다. 아무래도 가볍게 소비하는 책, 힐링을 주는 책, 공감과 위로를 주는 책을 찾는 사람들이 많을테니까. 그런 이유라면 이 책이 외면받는 건 어쩌면 당연하겠다. 그러나 이 책도 (다른 면에서) 가볍고 치유가 있으며 공감을 선사하고 있다. 자칫 어려울 법한 내용을 쉽게 잘 풀어냈다는 점에서 가볍고, 독자로 하여금 예수님의 약속을 기억하게 한다는 점에서 치유가 있으며, 기다림의 과정에 있는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면의 한계상 구체적인 감상을 더 남기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내가 몇번 더 반복해서 읽었던 글이 있었는데, 하나는 ’영원‘을 창시하신 예수님이 인간의 유한한 시간 속에 들어오셨고, 인간은 예수님의 약속을 ’상기‘하는 것을 통해 예수님의 ’영원‘을 누릴 수 있다는 글이었고 (43), 또 하나는 꽉 막힌 원 안에서 원 안의 한 점과 원 밖의 한 점을 선으로 그은 것처럼 예수님이 이 지구 안으로 뚫고 들어와 시공간을 초월해 만나주신다는 내용의 글이었다.(267) 나는 이 두 글이, 기다림의 ‘시간’적인 면과 만남의 ‘공간’적인 면을 잘 표현해 주었다고 생각했다. 저자의 사유도 좀 신선했다. 내가 살고 있는 시공간 속에서 예수님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글이어서 더 오래 눈길이 머물렀던 것 같다.


정진호 작가의 이 사골곰탕 같은 책을, 기독교인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저자의 다른 책 ≪은밀하게 위대하게≫도 같이 읽어보시면 좋겠다. 나도 내돈내산 했다. 정진호 작가의 책은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