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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시 먼바다로 나갈 수 있을까 - 순천향대 소아응급실 이주영 교수가 마음으로 눌러쓴 당직 일지
이주영 지음 / 오늘산책 / 2023년 11월
평점 :

소아청소년과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저출생, 보호자 극성 민원으로 인한 스트레스, 의료진 부족 등의 이유로. 얼마전 SNS에서도 동네에서 유일했던 소아청소년의원이 문을 닫았다는 소식을 보았다. 대학병원도 소아청소년 진료를 보는 곳이 많지 않고, 개중에도 중증환자를 받을 수 있는 곳은 더 적다고 한다. 전공의가 없어 50세가 넘은 교수님이 당직을 선다는 에피소드, 의료진이 부족해 양질의 진료를 할 수 없는 상황들, 최선을 다했지만 의료소송을 당해 사기가 꺾여버리는 고충, 좋은 약을 바로 처방할 수 없는 속사정 등에서 소아청소년과의 현실과 미래를 볼 수 있었다. “과연 내년에는 희망이 있을까”(159) 저자의 자조섞인 말이 가슴을 무겁게 짓누른다. 정말, 우리는 다시 먼바다로 나갈 수 있을까...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없으니 펠로우는 당연히 없고, 10년 안에 소아 세부분과 진료를 볼 수 있는 의사는 완전히 자취를 감출 것이다.” / 125)
순천향대학교 소아청소년과(소아응급의학과) 이주영 교수가 쓴 이 책은 모래 속 진주 같은 책이다. 소아청소년과가 당면한 답답한 현실과 깜깜한 미래에도 불구하고 이 분과가 왜 존재해야하며 얼마만큼 중요한지 또 어떤 낭만과 희망이 반짝이고 있는지를 알게 해 주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의학드라마가 아니면 접하기 힘든 소아응급실에서의 사건들, 다양한 환자와 보호자 이야기 등도 읽을 수 있어 좋았고, 보호자를 향한 위로와 격려도 단단해서 좋았다. 무엇보다, 저자가 의사로서 또 엄마로서 느꼈던 내밀한 속마음들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이 이 책의 가장 유의미한 점이었다. 저자에게서 의사로서의 열정과 고뇌,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환자를 향한 다정한 염려가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아주 천천히, 마음에 깊이 담아가며 읽었다.
책을 읽는 내내, 응급실은 ‘스쳐 지나가는’ 곳일 뿐이지만 단 한 명의 아이도 소홀히 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에게 경이로움을 느꼈다. 의료진이 보호자에게 상처받다가도 아이들의 사랑스러움에서 치유받는 모습, 아이들이 잘 자고 있는지를 살뜰히 살피며 보호자와 함께 “매일 밤 함께 육아“하는 모습도 너무나 뭉클했다. 자연스럽게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내 일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임하고 있는지. 내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지. 또 의료진에게 얼마나 다정하게 대하고 있는지.
📍이건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아주 특별한 경험이다. 치료하는 내내 사심 가득 담아 아이들의 보들보들한 손가락을 만지고, 상담하는 내내 욕심껏 아이들의 눈을 들여다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귀한 존재들에게 건강과 생명을 선물하는 일이고, 세상에서 우리만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 99
육아를 하는 부모, 현직 교사와 의사, 환자와 환자보호자, 그리고 의료 헤택을 받고 있고 앞으로도 받을 모든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메시지와 위로가 담겨 있는 이 책을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thanks to, 책키라웃, 오늘산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