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에서 일해요~!!

스타벅스 일기
권남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1월

”스타벅스에서 일해요.“ ☕️

중년의 여성이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건 본적이 없는데. 파트너는 아닌 것 같고, 매니저? 아니면 본사 관리직인가?

몇 장 읽으니 그 의문은 금세 풀렸다. 그녀가 스타벅스에서 일한다는 건 정말 틀린 말이 아니었다.

바로, 직원이 아닌 손님으로. 스타벅스에서 #내돈내산 음료를 사 마시면서. 주로 스터디존에 앉아서. 번역을 하고 글을 쓰는 일을 한다는 말.

번역가이자 작가 권남희는 ‘빈 둥지 증후군’을 앓고는 집 근처 스타벅스에서(무려 다섯 군데를 돌아다니며!) 일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스세권 of 스세권!) 저자는 스타벅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아메리카노도 잘 못 마시는 사람에서 스타벅스의 신메뉴까지 챙겨 마시는 ‘찐-스벅러’로 거듭나게 되었다.

오늘은 이 음료 내일은 저 음료 골고루 다양하게 주문해서 마시고, 추가 별과 에코 별을 알차게 챙겨 받고, 당근에서 기프티카드도 사며(그러다가 사기도 당할 뻔하고), 시즌마다 e-프리퀀시도 열심히 모으고, 증정품을 교환하면서 기뻐하기도 하고, 신메뉴도 꼬박꼬박 마셔보고, 사이렌오더를 사용하고, 맛 차이도 못 느끼면서 무료 드리즐을 추가하기도 하는 저자가 귀엽게 느껴진다. MZ인 나보다 스타벅스를 더 잘 이용하는 사람. 하, 넘 멋있엉..♥

≪스타벅스 일기≫는 저자가 스타벅스에서 일을 하던 중, 옆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자주 바뀌고 그들의 대화가 강제로 들린다는 걸 캐치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이다. 스타벅스에서 스쳐가는 다양한 사람들과 그들이 나누는 대화 등을 유쾌하고 발랄하게 담아낸 것이 특징. 읽다보면, 평범한 사람들의 보통의 이야기들에 묘하게 위로를 받게 된다. 잘 살든 못 살든 기쁘든 슬프든 우리 모두는 똑같이 스타벅스에 가고, 똑같은 음료를 마신다고. 사는 거 다 비슷하니까, 괜히 우쭐하거나 좌절할 필요 없이 사랑하며 살면 된다고.

‘함께이지만 혼자일 수 있는‘ 마법 같은 공간 스타벅스는 우리에게 ‘연결 되어 있다‘는 안정감과 ’살아 있다’는 안도감을 준다. 저자에게 둥지가 되어준 스타벅스는, 저자로 하여금 수많은 작품들을 잉태하고 출산할 수 있게 했다. 

내일은 나도 스타벅스에 가서 이 책에서 소개하는 계절 메뉴를 마셔봐야겠다. 텀블러를 챙겨가 에코 별도 추가로 받아야지.

그러고보니 저자,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게 확실히 맞는 것 같다. 독자를 스타벅스로 부르는 영업사원으로!

📍음료를 주문하려고 스타벅스 앱을 켰더니 마침 오늘 신메뉴가 나왔다. ‘우와!’하고 기뻐한 것은 당연히 신메뉴를 시키면 추가별을 주기 때문이다. / 78

📍어쩌다 한 번 오는 분들은 괜찮겠지만, 거의 매일 오다 보니 마실 때마다 “아, 과당섭취...” 하고 걱정하게 된다. 음식 앞에 놓고 ‘이건 몸에 좋고, 저건 몸에 나쁘고’ 하며 건강 타령하는 사람이 가장 싫은데 내가 그러고 있다. / 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