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은 경험하고 싶지 않은 나라 - 윤석열 정부 600일, 각자도생 대한민국
신장식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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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10일, 윤석열 후보가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날. 검찰총장 출신에다 정치의 ‘정’자도 모르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다니. 아니다, 정치를 모르는 건 괜찮다. 내가 염려했던 건 그가 추구하는 정치의 방향이었다. 대한민국을 병들게 할 정치, 갈등과 분열과 공포를 일으키는 폭력적인 정치, 애써 이룬 민주주의를 지켜내지 못할 게 뻔한 정치이기 때문. 간발의 차로 윤석열 후보가 당선 됐을 때, 내 지인은 당시 윤석열과 단일화를 했던 안철수를 매우 원망했다고 내게 털어놓았다. 박쥐 같은 사람이라고, 도대체 무슨 생각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나중에 한자리 받으려고 한치 앞만 내다본 거 아니냐고.


≪두번은 경험하고 싶지 않은 나라≫는 TBS <신장식의 신장개업>의 논평 ‘신장식의 오늘’ 중에서 2022년 3월 10일 이후 방송분을 추려 뽑아 만든 책이다. 주제별로 7장으로 분류, 시간 순서대로 구성 되어 있다. 검찰 공화국, 노동자와 소수자 인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태도 등 작금의 대한민국 현실을 날카롭게 짚어내는데, 글과 내용이 마치 생선의 썩은 부분을 단번에 도려내려는 회칼 같다. 신랄하다. 논평 하나의 길이는 짧은 편이지만, 읽는 데 오래 걸렸다. 허투루 읽을 수 없기도 했고 또 읽다보니 답답해서 속도가 자꾸 느려졌다. 그래 이 책, 정말 무지 아프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단식 투쟁으로 시작한 이 봄, 우리가 목도한 것은 이 땅의 정치의 참담한 실패입니다. 그것은 단지 차별금지법을 못 만드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을 불평등과 부정의로부터 변화시킬 능력이 지금의 정치에 없다는 뜻입니다. 저는 더 이상 국회 앞에 밥상을 차려 놓고 기다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국회가 찾아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찾아올 정치가 부재함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 122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46일간 곡기를 끊었던 인권 활동가 미류 씨가 단식 농성 중단 기자 회견에서 한 말이다. 저자는 여기에 “정치가 실패한 자리, 정치가 부재한 자리가 어디 국회 앞뿐이겠는가.”라고 덧붙였다. 대한민국 정말 이대로 괜찮을까?


📍공무원에게는 복종 의무가 있다, 검찰만 빼고. 이러고도 검찰 공화국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 39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나라, 각자도생 대한민국. 윤석열 정부 600일 / 155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합니다. 멸공이냐 아니냐, 반중이냐 아니냐, 한미일이냐 아니냐, 친윤이냐 아니냐. (…) 여기에 실리와 균형은 설 자리가 없습니다. / 265


책을 다 읽고나서 ’들어가는 말‘을 다시 읽어보니, ‘신장식의 오늘’은 “난중일기나 마찬가지였다”던 저자의 말이 비로소 공감 되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약 600일, 정치, 경제, 사회, 노동, 인권, 생명, 안전, 외교, 국방 등 전방위적으로 대환장파티. 총체적 난국이다. 난중일기라니, 웃프다 웃퍼. 개인적으론 기독교인으로서 거짓 선동가 전광훈 목사의 이름이 여기 있는 게 심히 부끄러웠고, 현 대통령을 ”MB 시즌2“라 한 것도 동의 되었다. 정치를 보는 눈과 역사를 조망하는 시야를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대한민국, 있었는데 없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는 건, 모든 걸 다 얼어붙게 만드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지독한 겨울에도 끝이 있다는 불변의 사실 때문이 아닐까. 겨울이 지나간 자리엔 반드시 생명을 움틔우는 봄이 찾아온다는 것. 우리가 공감하고 연대한다면, ‘국가 시스템과 민주주의 역량’이라는 내벽을 더 단단히 세운다면, 지금의 시간을 성찰의 기회로 보낸다면, 정치가 실패한 자리, 정치가 부재한 자리에서 시작되는 “내일을 여는 정치“를 목도할 수 있으리라.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 그러니까 대한민국, 지치지 말고 당당히 앞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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