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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세움북스 신춘문예 작품집 - 단편소설, 수필 ㅣ 세움 문학 5
윤덕남 외 지음 / 세움북스 / 2023년 9월
평점 :

세움북스의 제3회 신춘문예 개최소식이 얼마 지나지도 않은 것 같은데 훌륭한 작품집이 세상에 나왔다. 이 작품집은 총 40편의 응모작 중 우수한 작품들을 모아 발간한 것이다.
단편소설과 수필이라 분량은 짧지만, 한 편 읽고 묵상하고 한 편 읽고 생각하느라 다른 책 한 권 읽는 것보다 시간이 더 걸렸던 것 같다. ㅎㅎ 작품들은 하나같이 기독교 세계관과 복음의 가치가 은은하게 묻어나 기독교 문학으로 손색이 없었고, 묵직한 감동과 교훈도 주었다. 전체적으로 진지하고 무게감 있는 게 이번 작품집의 특징이 아닌가 싶다. ‘크리스천 글쟁이들‘ 여기에 다 모인 것 같은데…ㅎㅎ
작년엔 수필 부문에 대상이 있었는데 올해는 단편소설 부문에 대상이 있었다. 대상 수상작을 읽고나면, 음, 대상 받으려면 이 정도는 써야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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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좋았지만, 나는 단편소설 선외가작 <엄마가 죽었다>와 수필 우수작 <온기에 대한 고찰>, 수필 가작 <새 생명 자매모임>을 감명 깊게 읽었다. 아직도 마음이 뭉클하다. 독자들도 이 작품집으로 기독교 문학작품이 주는 감동과 교훈, 은혜를 누려보시길 바란다!
소설 <엄마가 죽었다>는 엄마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을 시작으로 장례를 치르고 유품을 정리하는 4일의 시간을 배경으로 한다. 그러나 여기에 화자의 과거 회상이 교차되면서, 몇십 년간 축적된 과거의 시간이 현재와 버무려져 이야기가 확장되고 있다. ‘엄마’라는 이름에 묻힌 한 여성의 인생사도 볼 수 있었고, 한 사람의 인생과 관계에 개입하시는 하나님도 묵상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딸의 시점에서, 그간 잘 몰랐던 엄마에 대해 알게 되고 엄마와의 응어리졌던 마음의 고리를 풀면서 끝내 엄마와 화해하게 되는 설정이 내 마음을 깊게 때렸다. 작가의 감수성과 섬세한 필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뚜껑을 덮기 전에 고인의 귀가 열려 있다며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라고 한다. 나는 영희 씨에게 “영희씨 수고 많았어요.”라고 전했다.”(142)
하나님은 기어코 화해하게 하신다...
수필 <온기에 관한 고찰>은 ‘따뜻함’이라 말할 수 있는 ‘온기’에 관해 사유한 글이다. 주제가 신선했고, 사유의 확장이 생생하게 표현 되어 차분히 따라가기 좋았다. 또 온기를 다룬 글이니만큼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는 글이었다. ’관계적 개념’인 온기... 내 온기가 너에게 흘러가지만 내 온기는 결코 빼앗기거나 잃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너의 한기가 내 온기로 인해 잃어지고 한기는 온기에 더욱 가까워진다... 온기의 신비를 잘 표현한 글이어서 마음에 남았다.
수필 <새 생명 자매 모임>은 생명력을 공급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게 하는 글이었다. 임신을 준비하는 세 명의 여성들이 처음엔 “아이를 기다리는 비슷한 입장에서 마음을 나누며 함께 기도”하기 위해 모임을 시작했지만 이 모임은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님 안에서 전인격적으로 성장하는 모임으로, 그리고 정신적/정서적 약자를 돕는 생명을 나누는 모임으로 확장되어 간다. 난임 여성의 고민도 볼 수 있었고, 생명의 근원 되시는 하나님만이 생명을 주시고 생명을 살리시고 생명을 유지하게 하시고 생명이 흘러가게 하신다는 것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번 작품집에서 내 원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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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움북스는 규모가 작은 출판사이지만, 교회와 사람을 세우고 기독교 문화를 건강하게 선도하는 곳이다. 해가 거듭할 수록 업그레이드 된 작품성을 보여주는 신춘문예가 제4회, 제5회... 끊기지 않고 이어지기를 바란다. 세움북스에게 무한한 지지와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