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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귀도 살인사건
전건우 지음 / 북다 / 2023년 8월
평점 :

전건우 작가의 호러 미스터리 소설. 아.. 진짜 무서웠다. 잔상이 남아서 밤에 화장실 가기 무섭더라. 하얀 옷에 긴 머리, 한쪽 다리를 질질 끌면서 다가와 나의 목을 조르는 산발귀가 떠올라서. 으, 그만 생각하자. (생각을 비우자. 생각을 비..우..자…🤦🏻♀️)
나는 담력이 진짜 약한 편이라 이런 류의 영상이나 글을 잘 보지 못한다.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순전히 출판사 ‘북다’의 안목을 믿었기 때문. ‘북다’에서 출간 된 소설이라고? 당연히 재밌겠지!
소설은, 역시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정말 흥미진진하고 재밌었다.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전개! 얽히고 설킨 이야기는 살인사건의 범인과 배후를 찾는 데 신경을 집중하도록 치밀하게 나를 이끌어갔다. 미스터리물이라는 장르의 특성이 잘 살아 있는 소설이었다. 사건의 개연성도 꽤 설득력 있어서 더 집중이 잘 되었다. 작가는 필력과 상상력, 표현력이 좋은 것 같다.
다 읽고 난 후에는, 이 소설이 드라마나 영화로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내심 들었다. 드라마나 영화는 필연적으로 시청각적인 감각을 자극할 수밖에 없는데, 이 소설은 귀신이나 살인사건 등의 공포를 주는 장치에 치우쳐선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진짜 무서운 존재는 귀신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것, 욕망을 다스리지 못해 인간이기를 포기한 것만큼 무서운 게 없다는 메시지를 시청각적인 자극 속에서도 놓치지 않을 수 있을까? 글로 읽을 때의 매력을 영상이 과연 잘 살려낼 수 있을까?
불귀도를 빠져나오는 배 위에서, 나는 많은 생각을 했다. 한기를 느끼게 하는 인간의 사악함과 욕망은 평소엔 감춰져 있을 뿐 사실 모든 인간에게 있고, 그렇기에 우리는 항상 자기 자신을 냉정히 들여다 보아야 한다고. 나는 내 욕망을 어떻게 다스리고 있는지, 타인에게 피를 흘리게 함으로써 내 사악함을 살찌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매순간 성찰해야 한다고.
그리고 ‘죄책감’은 ‘인간’이기에 느낄 수 있는 마음, 동시에 ‘인간’으로 남을 수 있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 했다. 그래서 어떠한 이유건 그 마음은 외면해선 안 될 것이다. 유선이가 유현에게 “넌 아무것도 못 들었어.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라고 말하는 부분이 아쉬웠던 이유였다. 그건 죄책감을 공유하며 끝내 파멸에 이르렀던 불귀도 주민들과 다르지 않은 태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찌는 듯한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가을이 살짜쿵 고개를 내밀고 있다. 마지막 남은 더위를 이 소설로 미련 없이 보내주면 좋겠다. 지금이 불귀도에 가보기 딱 좋은 날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