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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복서
추종남 지음 / 북다 / 2023년 7월
평점 :

KBS 월화드라마 ≪순정복서≫의 원작 소설. 드라마 방영이 결정되고 나서, 책으로 읽었다. 이 책, 진짜 재밌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재미,감동,교훈,서사까지.. 진심 최고! 드라마에선 이상엽과 김소혜가 출연한다는 문구를 보고 더 관심이 갔다.
소설은, 불법 스포츠 도박단의 승부조작, 한물 간 야구선수와 그 선수를 승부조직에 가담시키는 감독, 복싱이 싫은 천재 복서와 딸에게 자신의 욕망을 투영한 아버지, 냉혈한 에이전트 등이 얽히고 설켜 흥미진진하게 흘러간다. 승부조작이 이루어지는 이면도 알 수 있었고, 운동선수들의 노력과 고충도 볼 수 있었다.
에이전트 김태영은 업계에서 냉혈한으로 통하는데, 내가 보기에 그는 한없이 인간적이고 따듯한 사람인 것 같다. 일에 관해서 철두철미하고 냉정한 면도 있지만, 관계에선 전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끼는 형 김희원 선수의 빚을 대신 감당해주고, 선수가 은퇴 이후에도 먹고 살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주는 것이나 (비록 그게 선수입장에서는 전성기에 강제로 은퇴시키는 것처럼 보였지만), 권숙의 곁을 지키면서 그녀의 다친 마음을 아물게 하고, 권숙이 두려워하지 않고 복싱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것, 어머니에게 무심한 듯 마음을 쓰는 것 등을 봐선.. 그는 절대 ‘개새끼’는 아니다에 한 표!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이 소설이... 이 세상의 많은 이권숙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 잘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타고난 재능과 계발해야 할 재능 사이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무엇을 해야할지 오늘도 고민하는 이들에게, 자신만의 목적지를 찾아 걸어갈 수 있도록 응원해 주는 것 같아서이다.
“원래 해 뜨기 직전에 제일 추워”
“여행할 때마다 운이 없어서 한 번도 못 봤어. 그냥 오늘 밤이 지나면 내일이 시작된다고만 생각했는데 하루가 시작되는 장면을 눈앞에서 보면 진짜 새로운 오늘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실감할 것 같다.” (213)
태영이 권숙에게 일출을 보여주며 했던 말. 작가가 태영을 통해 세상의 많은 이권숙에게 말해주는 것 같아서 코 끝이 시큰해진 장면이다.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응원해 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
또 한아름과의 타이틀매치는, 권숙이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설정이 아니라서 좋았다. 챔피언이 되지 않아도 되는 경기. 그렇지만 이기든 지든 권숙이 반드시 치러야만 하는 경기. 왜냐하면 권숙에게 이 경기는 비로소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게 될 첫 관문이자 자신과의 싸움이니까. 권숙은 이제 아버지가 정해놓은 인생을 원망과 분노로 살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추종남 작가의 ≪순정복서≫는 제2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정말 재밌고, 감동적이고, 분명한 메시지와 깊은 여운을 주는 소설이었다.
KBS 월화 드라마 ≪순정복서≫도 많이 시청해 주셨으면 좋겠다. 나는 마지막 화까지 본방사수를 할 예정! 이 드라마가 배우 이상엽과 김소혜에게도 한걸음 성장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두 배우에게도 조용히 응원을 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