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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시인들 - 내 안의 어린아이를 잃어버린 어른들에게
오설자 지음 / 푸른향기 / 2022년 4월
평점 :

주황색의 고급진 양장본 표지를 펼치면 각양각색의 시인들을 만날 수 있다. 35년 동안 초등학교에서 재직하신, 어린이들의 또 다른 어머니, 오설자 선생님이 쓰신 책. 삶 속에서 어린이들 이야기가 제일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저자는, 어린이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쌓은 많은 이야기들을 이 책에 담았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좋았고 교사가 된 것을 천직이라 여긴다는 말,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아껴주고 잘 보살펴 주려 애쓰는 태도, 스승이라 불리지만 그 말에 도리어 부끄러워하며 더 좋은 스승이 되리라 다짐하는 마음가짐에서 저자의 사명감과 아름다운 성품을 볼 수 있었다.
어린이들을 ‘시인’이라 표현했지만 내 생각에 저자야말로 어린이와 같은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진정한 시인이 아닌가 싶다. 사랑을 그리는 다정한 말, 아픔을 보듬어주는 포근한 말은 저자의 시인 같은 내면에서 나오는 것이리라. 표현과 문장 하나하나에서 아름답고 감동적인 시를 읽는 것 같았다. 저자에게서 세상을 바라보는 순수한 눈과 어린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져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고 따뜻해졌다.
✏️ [한 편의 시 같았던 문장들]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팝콘이 터지는 것과 닮았습니다.” (34)
“네임펜을 쓰고 나면 모자를 꼭 씌워 주세요. 모자를 잃어버리면 네임펜이 울어요.” (40)
“빠진 이 사이로 새어 나오는 미소를 보면 아이의 심장에서 흐르는 맑은 물소리가 작은 손을 통해 들려옵니다.” (109)
“찐 햇감자를 먹다가 선생님이 생각이 났다고 하네요. 주머니에 넣고 온기를 지키려 조몰락거리다 맨몸이 된 감자. 주머니 속에서 식지 않으려고 몸부림쳤는지도요.” (128)
(아이들은) “싸우고, 장난치고, 뛰어다니고, 도무지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팔랑팔랑 날아다니는 종달새들 같았습니다.시간이 지나자 어린이들은 조금씩 내 안으로 들어왔고, 퍼덕이던 날개를 조금씩 접었습니다.” (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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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건 ‘마음의 화단에 고이 키웠던 시를 잃어 가는 것’이 아닐까. 저자의 어린 시인들은 내가 무엇을 잃어버리고 살았는지를 일깨워주었다. 또 많은 어린이들을 잘 보살펴주고 바르게 이끌어 주는 어른이 될 것을 다짐하게 했다. 그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게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마음 속 잃어 버렸던 시를 다시 찾고 싶은 어른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님이나 어린이를 가르치는 선생님도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아울러, 학교 선생님들에 대한 안타까운 소식이 많이 들려와서 가슴이 아픈데,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모든 선생님들에게 응원과 격려를 보내드리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