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헤어지는 중입니다 - 알코올 중독 아버지와 가스라이팅 어머니로부터의 해방일지
스마일펄 지음 / 푸른향기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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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만 마시면 가정폭력을 일삼았던, 알코올 의존증 아버지. 언어폭력과 가스라이팅을 아무렇지 않게 했던, 지배적인 성향의 어머니. 저자는 그런 부모로부터 방치와 방관, 물리적 괴롭힘과 정서적 학대 속에서 자랐다. 그로 인해 오랫동안 여러 불편한 감정과 죄책감에 시달렸지만, 이 감정의 근원과 문제의 원인이 자신의 외부에 있는 줄은 전혀 알지 못했다. 오히려 부모님이 자녀를 위해 희생했기 때문에 감사하다고 느꼈고, 자녀가 그런 부모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예민한 성격을 탓했고, 착한 자녀가 되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쳤다.


저자는 심리상담을 받으면서 문제의 원인과 자신의 감정을 면밀히 살펴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상담치료를 통해 조금씩 자신 안의 약점, 열등감, 결핍 등을 직면하고 인정하게 됐고, 자존감도 회복하게 되었다. 가족으로부터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진정한 정서적 독립도 할 수 있었다. 자신 안에서 울고 있던 어른아이를 발견해 진심으로 다독여줄 수도 있게 되었다. 저자는 상처 위에 딱지가 앉고 아물어가는 이 모든 과정을 이 책에 솔직하게 썼다.


읽기 수월한 책은 아니었다. 내용이 난해하거나 문장이 어려웠던 것은 아니다. 공갈빵처럼 글이 부실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내가, 저자와, 비슷한 아픔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자의 이야기(부모님의 양육과 남편과의 이혼)는 마음이 아파서 읽기 힘들었고, 저자가 깨달은 이야기(아버지와 비슷한 사람과 결혼을 하는 심리, 대물림 되는 가정의 깨어짐, 부모님과 거리두기를 선택한 이유, 착한아이 컴플렉스 등)는 열 받아서 읽기 힘들었다.ㅠㅠ 그럼에도 이 책을 끝까지 읽은 이유는, 나에게 돋은 새 살이 어느 정도 단단한지를 시험해 보고 또 동시에 저자의 회복을 지지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고, 당신을 토닥여주고 주는 사람이 있다고 말이다.


저자가 용기내어 꺼내놓은 이야기가 세상의 많은 ‘어른아이’를 다독여주고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워 줄 거라는 점에서 이 책은 유의미하다. 이런 목소리가 더 많이 세상 밖에 나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더 건강한 사회, 더 건강한 가정, 더 건강한 관계, 더 건강한 자아를 만들어가면 좋겠다. 저자와 같은 상처가 있지 않은 독자에게도 이 책은,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감수성을 키워주고 내면에 남아 있던 상처의 부스러기도 발견하게 비출 것이다.

차근히 숨을 골라가며 완독해 보길 추천한다. 


‘어떻게 부모가 이럴 수 있나!’고 분노하고 원망하던 내가, 이제는 그 잣대로 나 자신을 제단하게 된다. 좋은 부모가 되지 못할까봐, 자녀에게 상처를 대물림할까봐 부모가 되기를 포기하게 된다. 그런에도 한가지 기대하고 희망하는 것은, 상흔은 없어지지 않을지 모르지만 상처 위엔 반드시 딱지가 앉고 건강한 새 살이 돋아난다는 것이다. 시간은 오래 걸려도 반드시 그렇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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