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들려주는 삶과 죽음 이야기

메스를 손에 든 자 - 대학병원 외과의사가 전하는 수술실 안과 밖의 이야기
이수영 지음 / 푸른향기 / 2023년 6월

대학병원 대장항문외과 이수영 교수의 에세이. 의학드라마가 아니면 의사의 삶과 병원 일상을 볼 기회가 많지 않은데, 이 책은 현직 외과의사가 직접 겪은 일을 자신의 생생한 언어로 진솔하게 들려주어 의학드라마를 볼 때와는 또다른 감동과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독자들에게 꼭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

저자는, 크론병을 치료하고 가르치는 대장항문외과 교수인데, 동시에 크론병을 앓고 있는 환자이다. 그래서 책 중간 중간, 크론병 환자에게 유독 지나치게 감정이입을 한다든지, 크론병을 앓는 트로트 가수에게 응원을 보내는 등 의사와 환자로서의 모습 사이에서 갈등하는 솔직한 내면을 볼 수 있었다.

또 글에서 환자를 진심으로 위하는 따뜻한 의사의 면모와 최선을 다했지만 환자를 낫게하지 못했을 때의 애통함도 느낄 수 있었다. 저자는 자신의 글이 투박하고 무미건조 하다고 말했지만 난 진솔하고 유머러스한 그의 성격이 글에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 참 좋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1부는 “외과의사 이야기” 2부는 “환자 이야기” 2개 Part의 심플한 구성 속엔 외과의사로서의 환희와 고뇌, 삶과 죽음 등의 인간 존재론적 고찰, 의학드라마와 현실의 간극, 치열한 병원 일상, 병원에서 만난 다양한 환자들의 이야기 등으로 빈틈 없이 채워져 있다.

배를 열었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배를 닫아야 했던 환자, 유전으로 암의 위험을 안고 살아가는 고등학생 환자, 환자를 위해 살았지만 정작 자신을 돌보지 못한 여명이 얼마 남지 않은 어느 한 외과의사 환자... 그리고, 수술 후 “서기는 하는데, 발사가 안 된다”는 환자까지 안타깝고 웃픈 다양한 사연들에 울고 웃었다. 질병, 고통, 죽음 이야기는 안제 읽어도 먹먹하고 울컥한다.

이 책을 읽고나서, 건강관리에 좀 더 신경써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나는 나의 직업에서 얼마나 최선을 다해 사람을 살리고 얼마나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내 환자는 모두 완쾌되어 퇴원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외과를 선택 했는데, 종양학을 전공하다 보니 죽음을 맞닥뜨리지 않을 수 없다. 곧 다가올 죽음에 대한 진실을 전하는 건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고 매번 새삼스레 어렵다.” (194)

생명을 살리는 모든 의료진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