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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서울홈스테이 - 60대 영알못 엄마와 30대 회사원 딸의 좌충우돌 외국인 홈스테이 운영기
윤여름 지음 / 푸른향기 / 2022년 8월
평점 :

직접 떠나는 여행이 있다면 떠나온 이들을 맞이하는 여행도 있을 것이다. 원심력의 여행과 구심력의 여행. 나는 주로 전자의 여행을 해왔었는데, 그 반대의 여행을 하는 이들을 책에서 만났다. 바로 [서울홈스테이]의 호스트, 저자 윤여름 영업사원과 그녀의 어머니 최순례 대표!
저자는, 아버지가 갑작스레 돌아가신 후 차츰 미소를 잃어 가는 어머니를 위해, 어머니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서울홈스테이를 시작했다고 한다. (물론 게스트하우스 사장이 되고 싶다는 본인의 꿈도 좀 보태서.) 방도 한 칸 남겠다, 어머니도 세 끼 식사를 집에서 꼭 챙겨 드시겠다, 집도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해 있고 인근에 대학교도 있겠다, 홈스테이를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고.
그러나 어머니를 설득하는 과정과 어머니가 전업주부에서 서울홈스테이 대표가 되어가는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어머니는 집에 외국인을 들이는 것도 낯선데다 영어도 한 마디 못하시는데 그들과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반 년을 살아야 하니... 쉬운 결정이 아닌 건 분명하다.
“전화는 조용히 안방에서, TV 소리는 적당히, 방귀, 트림, 자연현상은 제발 방에서, 화장실 문은 항상 닫고 볼일 보기. 문은 천천히 닫고…” (28)
딸의 잔소리가 마냥 웃프기만 하다. ㅎㅎ 어머니 입장에서 홈스테이 운영은, 내 집인데 내 집 아닌 내 집 같은, 이 곳은 어디며 나는 누구? 의 연속.
그렇지만 어머니는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딸과 숱하게 싸우며) 어느새 8년째 서울홈스테이를 굳건히 운영해 오셨고, 그렇게 K-아줌마에서 대표로 거듭나셨다. 리스펙!
책은 전체적으로 유쾌하고 재미있다. 저자의 재치있는 글과 예상을 뒤엎는 어머니의 모습들,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게스트와의 일화들 덕분. 오랜만에 깔깔 소리내어 웃으며 책을 읽은 것 같다.
홈스테이의 장점이나 낭만만을 부각하지 않은 점도 좋았다. 저자는 홈스테이를 할 때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어떤 실수를 했는지도 솔직하게 책에 담았다. 그리고 그걸 어떻게 보완 했는지, 운영시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며 신경써야 하는지도 친절하게 알려 주었다. 홈스테이에 대해 좀 더 선명하게, 균형 있게 들여다 볼 수 있었다. 홈스테이를 준비하거나 운영하고 있는 독자라면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실제적인 조언을 많이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외국인 게스트와 집을 공유하고 식사를 함께하며 어느새 한 가족이 되어가는 이야기들을 읽을 땐, 삭막한 도시에서 오랜만에 사람냄새를 맡는 것 같았다. 핏줄이 아니어도, 출생지와 피부색이 달라도, 전공과 직업이 달라도, 성격과 식성이 달라도,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것. 이 얼마나 낭만적인가. “어디에 있든지 서로 생각해주고 무슨 일이 있으면 함께 이야기하고 고민이 있을 땐 고민 상담을 해줄 수 있는, 이 시대의 모던 패밀리”. (66)
70세 준코할머니의 이야기에서 공부엔 결코 늦은 나이가 없다는 용기도 생겼고, 홈스테이까진 아니더라도 언제든 손님을 초대할 수 있도록 집을 좀 예쁘게 치워놓고 살아야겠다는 반성도 했고...(나, 어지르기 대마왕.) 외국인 게스트를 통해 만나는 서울이 이다지도 새롭고 열정적일 수가 있나 싶어 서울에 사는 자부심도 차올라왔다.
“진정한 탐험은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 곳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여행하는 것이다” (163)
독자들도 이 책으로 [서울홈스테이]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보시길 추천한다. 다른 나라 언어를 잘 못해도, 낯을 가리는 성격이어도 걱정 붙들어 매시라. 우리에겐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최순례 엄마표 집밥이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