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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받지 못하는 기자들 - JTBC 탐사보도 기자들이 마주한 순간들의 기록
이윤석 외 지음 / 파지트 / 2023년 3월
평점 :

파지트에서 출간한 ≪환영 받지 못하는 기자들≫은, JTBC 탐사팀 이윤석,전다빈,강희연,어환희,하혜빈 기자가 취재한 내용을 담은 공저이다. JTBC 뉴스에서 보도된 뉴스들의 과정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뉴스 보도는 몇 분이지만, 그 과정이 얼마나 집요하고 치열했는지를 볼 수 있어서 유의미했다. 포기하지 않고 찾아가 인터뷰를 따내고, 몇날 며칠 '뻗치기'를 하면서까지 해명의 기회를 주며, 끝이 보이지 않는 자료에도 기어이 단서를 잡아내고 만다. 공정한 보도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JTBC 탐사팀기자들의 노고를 알 수 있었다.
나는 이 책을 읽고나서야 기자 중에서도 ‘탐사보도’를 하는 기자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난 정말 아는 게 없다..) 탐사 기자는, 우리 사회 부조리를 파헤치는 역할을 한다. 현장을 취재해야 하는 특성상 밤낮 주말을 가리지 않고 발로 뛴다. 정치권력이든 자본권력이든, 권력자들이 국민을 위해 써야 할 힘을 본인이나 가족의 자산 증식 등에 악용하는 것을 잡아내고 추적하고 고발하고 세상에 알린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 가는, 참 감사한 분들이다.
책은 2-3독을 했는데, 여러번 읽을 수록 탐사 기자들을 향한 경외감이 점점 더 커졌다. “취재한 양이 100이라면 취재팀이 보도한 건 10 정도에 불과했다. 책에 더 많은 내용을 담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취재팀은 나머지 90이 세상에 드러나려면, 어느 한두 언론사가 아닌 우리 시민사회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믿고 있다.” ("공정 외치던 권력자 '이상직'의 추락" 95p) 이 대목만 읽어도 그저 리스펙이다!
책 내용이 얼마나 인상적이었던지, 이 책을 읽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한 책모임에서 현업 탐사기자이신 분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엄청 친한 척을 했더라는.ㅎㅎ 탐사기자를 실제로 만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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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장에선, 고위공직자(국회의원 이상직,강기윤,전봉민)의 법인을 이용한 재산증식과 편법증여를 잡아내고 추적한 이야기를 다룬다.
이상직 의원은 유죄판결을 받아 의원직을 상실한 반면 강기윤 의원과 전봉민 의원은 무혐의를 받았다.
강 의원은 자신의 사적이익을 충족할 불평등한 법안을 발의하고, 전 의원은 자신에 대한 보도를 무마하려 뇌물까지 제안한 정황도 있지만 두 의원 다 정당한 처벌을 받지 못했다.
3장에선, 일본 전범그룹 미쓰비시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책임’ 부인에 관한 실체를 취재하고 고발한다.
“지난 2018년 우리 대법원은 미쓰비시중공업에 강제동원 피해자 1인당 최대 1억 5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 했지만, 미쓰비시는 법인을 쪼개는 꼼수 등으로 배상 책임을 교묘히 피해가고 있다. 역사적 책임을 외면하고 있는 것. 게다가 우리나라는 역사 기록물 관리가 부실해 일본에게 제대로 된 사과를 요구하지 못하고 있다... ㅠㅠ
나는 여기서, 정직하게 기록으로 남기고 보관하며 정리하는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배웠다.
마지막 4장에선, 과거엔 전범국이었지만 훗날 역사를 정직하게 반추하고 기록하고 반성하며 사과하는 태도를 보였던 독일을 살펴봄으로써 일본이 나아갈 길을 짚는다.
독일은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지원했다. 101세 노인이라도 나치 부역 혐의를 공소시효 없이 처벌하고, 교과서에도 전범의 참상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강제 수용소를 개방하고, 도심 한복판에 ‘홀로코스트 메모리얼파크’를 조성해 전쟁 범죄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강제징용과 성범죄를 부인하는 전범국 일본과는 판이한 모습이라 참 씁쓸했던 장이었다.
각 장의 말미에 삽입된 기자 세계의 뒷 이야기도, 자칫 책이 무거워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준다. 재밌게 읽다보면 뒷목까지 차 올랐던 긴장이 한결 풀어질 것이다.ㅎㅎ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탐사 기자들의 모습은 (책상 더러운 것만 빼곤) "너무 과장 됐다"고 한다. 술 문화나 폭언이 실제론 그렇게 심하지 않다고. (약간 억울해 하는 뉘앙스가 글에서 느껴졌다.) ㅎㅎ 탐사 기자들이 자주 쓰는 ‘뻗치기’는, 무식한 취재 방법 같지만 오히려 언론을 피하는 사람들에게 ‘해명할 기회를 주는’ 정공법이라는 것. '뻗치기'에 대한 오해를 풀자!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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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나은 오늘, 이전보다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나도 힘을 모아야지. 이 책, 정말 좋다. 모든 독자들에게 진심으로 강력 추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