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검사의 죄
윤재성 지음 / 새움 / 2023년 1월
평점 :

일종의 누아르물 같은 소설. 대진그룹의 살인 및 사체유기 은폐 사건, (국가를 뒤흔들만한) 권력자들의 비리 리스트와 증거물들을 모아 정의를 이루려던 선배 검사의 죽음, 그 죽음의 내막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하나씩 밝혀지는 비밀들, 죽은 검사의 수첩과 USB를 확보하기 위해 쫓고 쫓기는 사람들,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공조와 배신의 난무... 여기에 주인공 권순조 검사의 25년전 희국보육원 방화사건까지..
이 책은, 작가가 던지는 질문 “위법과 불법으로 집행된 정의는 과연 정의로운가“에 대해선 충분히 고민해 보게 했다. 나도, 위법과 탈법을 교묘하게 넘나들지만 기어이 공고한 거대 악을 척결해 내는 권순조 검사의 모습에서 ‘정의를 이루는 수단과 방법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며 읽었으니까.
그런 방식으로라도 거대한 권력에 칼을 겨눌 필요는 있다. 교묘히 피해가는 이들에게 합당한 죗값을 치르게 해 정의를 구현해야 하는 건 맞다. 그렇지만 그 방법과 수단이 정당하지 못할 땐 죄를 심판하는 이도 또다른 심판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작가는 이 부분을 우리에게 생각해 보게 하는 것 같다.
본능적으로 주인공의 편을 들고 싶었는데, 사실 주인공도 방화와 살인을 저지른 도덕적이지 못한 자여서 망설였다. 어떤 연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검사에 의해 법의 처벌을 피하게 된 것일 뿐, 그도 명백한 범법자이다. 검사가 된 지금까지도 자신이 죽인 보육원 동료들을 환영으로 만나고 온갖 환청과 신경질환을 달고 산다. 불면증과 신경질환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 잘 알기에, 나는 그가 안쓰러웠다. 나름대로 죗값을 치르고 있다며 덮어주고 싶었다. 그런데 그런 자가 법을 집행하는 검사이고, 그 법으로 죄인들을 심판한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정의를 구현하는 일선에 있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죄는 누가 심판할 수 있으며, 정의는 어떻게 구현되는 걸까. 고민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주인공 권순조에게 깊은 연민을 느꼈다. ㅠㅠ 유년시절 어른들에게서 받았던 각종 폭력과 학대가, 6살 아이를 방화와 살인으로 내몰았고 어른이 되어서도 트라우마와 신경성질환에 고통받게 했으니... 그의 상처는 누가 치유해줘야 하나. 그의 죄는 누가 대신 감당해줘야 하나. ㅠㅠ 6살 순조야 어른들이 정말 미안해... 그리고 잘 자라줘서 고마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