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라 나무픽션 4
소피 캐머런 지음, 조남주 옮김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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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다 읽었지만, 이제야 올리는 #나무를심는사람들 에서 10월 22일에 출간 한 신간. #소피캐머런 의 SF(공상과학) & 영어덜트 소설. 국내 번역서. 제목과 표지 그림이 어떤 연관성이 있을지 궁금해 첫장을 펼치고야만 책. (그림이 너무나 강렬했다!) #플로라


암으로 죽은 언니 ‘플로라’를 대신해서, 플로라와 외모, 기억, 버릇까지 완벽하게 똑같은 인공지능 로봇이 가족에게 왔다! 허무맹랑한 것 같지만, 실은 그리 머지 않은 (곧 우리의 현실이 될) 이야기. 

소설의 화자인 동생 아일라는, 다시 만난 플로라를 보자마자 “엄마 아빠 몰래 내 귀를 뚫는 걸 도와주고, 축구 시합에 와서 목이 터져라 내 이름을 외쳐 대던 언니”가 맞다며, “그는 진짜 플로라였다”고 감격한다. 혹시나 언니를 모방한 기괴한 존재일까, 허접한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괴물 같은 존재가 아닐까, 초조 했었는데.


리터니 로봇 플로라의 존재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이들에겐 희망과 위로이다. 엄마와 동생들에겐 그저 한명의 ‘인간이자 기적’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다른 누군가에겐 ‘인간을 대체할 수 없는 영혼 없는 기계’일 뿐이다. 아빠에게 그러했다. 충천포트, 헬스허브, 프로그래밍 등의 용어가, 플로라가 인간이 아닌 기계임을 끊임없이 상기 시켜준다. 그리고 또 누군가에겐 ‘기적과 기계 사이에서 그저 낯설고 이질적인 존재’이다.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기발한 설정들이 더해져 개연성 있게 이야기가 전개 된다. 거기에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추리가 가미 되어 몰입감도 주고.


내가 더 집중한 부분은, 작가가 던지는, ‘인간 존재에 관한 근원적인 질문’이다.

최첨단 AI 로봇이, 사랑하는 이에 대한 상실감을 치유하고 뜨거운 가족애를 대체할 수 있을까. 과연 얼마나 인간과 동등한 존재가 될 수 있으며, 또 어디까지 그렇게 인식할 수 있는가.

나는 개인적으로, 화자의 ‘아빠’에게 공감이 많이 되었다. 나도 인공지능 로봇을 가까이서 만나게 된다면, 아빠처럼 반응할 것 같다. 내가 푸우 인형을 가족으로 생각하고 아끼지만(때론 사람을 대하듯 하기도 하지만), 푸우가 영혼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메타버스(가상공간) 시대에서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을 구분하는 게 어느 순간 무의미해 지는 때가 오겠지. 그래도 인간 존재에 관한 질문은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

작가는, 집에 있는 로봇청소기에 ‘토마스’라는 이름을 붙여 주는, 아주 단순한 사물조차도 의인화하는 인간 행동의 경향을 짚으며, ‘우리를 꼭 닮은, 우리와 똑같이 말하고 행동하는 로봇이 있다면 우리가 어떻게 반응할지, 우리와 동등하다고 볼지, 그리고 실제로 그들은 우리와 동등한 존재일지’를 질문하는 데서 이 소설이 시작 되었다고 말한다.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작가가 던지는 이 질문 앞에 서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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