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노동 - 가정, 병원, 시설, 임종의 침상 곁에서, 돌봄과 관계와 몸의 이야기
매들린 번팅 지음, 김승진 옮김 / 반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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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 모두는 타인의 돌봄에 의해 형성된 존재다.” 이 책은 이 문장으로 서문을 연다.
인간은 타인의 돌봄을 받고 타인에게 돌봄을 제공하며 살아간다. 필연적으로 그러하기에, 돌봄은 우리 사회의 많은 면을 떠받치는 '필수적'인 것이다.
이러한 ‘돌봄’은 지난 몇년 간 유례없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비로소 우리 사회에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코로나19는 ‘돌봄’의 본질을 묻고 ’돌봄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탐색하게 했다. ‘돌봄 공백, 돌봄 위기’ 등 간과 되었던 돌봄 문제들을 들춰내어 우리 사회를 뼈 아프게 성찰하게 했다. 돌봄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가 제도, 정책, 재원 등에서 지속적으로 유지 가능한 돌봄 구조를 만들고 있지 못하다는 점, 비가시적인 돌봄 노동의 평가 절하 문제, 그리고 돌봄 노동의 방대한 부분이 여전히 여성의 몫이라는 점 등을.
‘돌봄 위기’의 시대이자 ‘돌봄사회로의 전환’이 필요한 이 때, 이 책은 화두와 묵직한 메시지를 독자에게 던진다.


2. 저자는, 가정, 병원, 일반의 진료소, 돌봄 관련 단체, 요양원, 호스피스 병동 등 사회 각 영역에서 타인에게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들을 다년간 밀착 취재한 후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 내었다.
여기에 돌봄의 역사적 맥락과 사회학적 담론을 적절하게 엮어내고, 과학적 수치를 기반으로 한 정확한 분석으로 학문의 완성도를 높였다. 
저자는 돌봄에 대해 ‘효율성, 품질, 동력, 선택, 전달, 생산성’이라는 마초적 언어를 무작정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일환으로 각 장의 말미에 돌봄과 긴밀하게 연관 된 키워드를 제시하고(공감, 친절, 긍휼, 동정, 의존, 고통 등), 그 어원과 의미를 밝힘으로써 불투명했던 돌봄의 언어를 명료하게 한다.

전체적으로 연구가 잘 된, 소장가치가 높은 책이다.


3. 결코 가볍게 읽혀지지 않으므로, 밑줄을 긋고 메모를 병행하는 걸 추천한다. (포스트잇을 붙이다 금세 포기했다. 마킹할 게 너무 많아서). 번역도 꽤 수준 높게 잘 되었다.


4. 어원을 고찰해 보면, '돌봄'(Care)은 타인의 후생을 위해 행하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행동'이기도 하고, 타인에 대해 공감, 관심, 슬픔 등의 마음을 쓰는 '의도'이기도 하다. 즉, 누군가를 위해 돌봄을 행하는(Care for)것과 누군가에 대해 마음을 쓰는(Care about) 것이다.


5. 돌봄은, 로봇 등의 기술이 주지 못하는 인간 고유의 상호작용을 대체해 주고, 의학이 줄 수 있는 답이 동이 났을 때나 의사의 치료가 닿지 못하는 실존적 고통에 답이 되어준다. 그 외에도 돌봄의 필요성과 가치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결코 저숙련, 값싼 노동이라 비하되고 무시되어선 안된다는 것. 이 책을 통해, 돌봄 노동이 그 가치와 중요성을 온전히 평가 받을 수 있기를, 돌봄 노동자들이 자부심을 갖고 존엄한 대우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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