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품은 여행 - 여행만 있고 추억은 없는 당신에게
최선경 지음 / 프로방스 / 2021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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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타 본게 언제였던가. 3년전 둘째 출산 전에 제주도에 간 것이 마지막이었다.


또 다시 제주도에 가야지, 결혼 10주년에는 신혼여행을 갔던 하와이에 도전해볼까.


계획도 못 세우고 지나가 버린건 전 세계적인 팬데믹 현상 때문이다. 


과거의 추억이 되고, 언젠가는 갈 수 있을까 막연한 꿈이 되어 버린 '여행'이라는 단어.


그래서 이 책이 더 눈에 띄었던 것 같다.


<가슴에 품은 여행>

"타인의 여행기를 읽으며, 언젠가 떠날 나의 여정을 꿈꿔본다"

책 소개를 읽으며 막연하게 저자의 여행기를 담은 책이겠구나 생각했다. 

내가 여행을 못가니 다른 사람의 여행기를 읽으며 대리만족하라는 건가. 

그런 생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책은 '여행'과 '추억' 그리고 '기록'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여행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그렇다고 어떤 명소가 좋다거나 어떤 일정이 좋다거나

여행지에서 어떤 일을 하라는 꿀팁 제공의 여행 안내서나 소개서는 아니다. 

여행을 통해 저자가 느낀 것들, 힘든 상황에서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으로 전환한 일,

저자의 성장, 삶, 기록의 중요성을 더 많이 담고 있다.

이 책의 차례이다.

총 5장으로 나뉘어져있고, 여행이야기는 유럽 여행, 가족 여행, 중국 여행, 인도원정대로 나뉘어진다.

5장은 여행 기록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있다.

책의 저자인 최선경 선생님은 중학교 영어교사이자 '고래학교' 교장이다. 

'고래학교'는 'Go to the future school.' 미래로 가는 학교, 꿈꾸는 교사들의 모임이라고 하는데 책에 좀 더 자세한 내용이 나온다. 

호기심이 많아 새로운 일을 도전하는 것을 즐기며, 책을 읽다보니 자신의 발전을 위해 도전하고 노력하는 분이었다. 

전문 여행 블로거가 아니기에 여행지 자체의 정보를 책에 싣지 않았다. 

책은 엄청 술술 잘 읽어진다. 

저자가 겪은 일과 생각을 적었기에 어려운 말이 없는 여행기였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추억은 참 많이 떠올리고, 생각해봤다. 

첫 시작, 97년 겨울 대학교 친구의 한 마디로 시작된 33일의 유럽 배낭여행.

대학교 시절에 배낭여행 이야기가 많기는 했는데 난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그 당시에는 돈도 없고 같이 갈 사람도 마땅치 않아서 포기했는데 취직을 하고나니 대학교 시절에 어떻게든 가볼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그런면에서 저자는 좋은 친구가 있어서 배낭여행도 가보았구나 싶었다.

그렇게 본인의 여행이 시작이 되어준 배낭여행 이야기를 시작으로 여행의 추억이 시작된다. 


들어가는 글을 보면 코로나19로 여행을 못 다녀 옥상에 의자를 놓고 소풍을 즐긴 이야기가 나온다. 

여행이라는 것이 거창해 보이지만, 일상도 여행처럼 새로움을 찾으면 된다는 메시지이다. 

그런 것을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이 '관찰'과 '기록'이다. 

이것이 2장부터 본격적으로 나온다.

2장에서는 가족여행, 아들과의 여행 이야기를 다루었다.

여행을 하기전 꼼꼼하게 일정표를 짜고, 여행을 다녀와서 함께 사진첩을 만든 이야기.

이 일정표를 보고 꼼꼼해서 놀랐다. 우리 가족은 보통 짜여진 일정표를 쓰거나 한두가지 할 것만 정하고 말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일정을 짜놓으니 꼭 이 일정대로 하지 않더라도 여행 내내 참고해서 움직일 수 있고,

관련된 차편이나 숙소, 맛집 등도 적어놓아 그때그때 찾지 않아도 되어 

막상 여행때는 여행에만 집중하는 좋은 효과도 있을 것 같았다.

특히 가족이 함께 사진첩을 정리하며 여행을 추억하는건, 여행을 다녀와서도 한 번 더 여행을 가는 효과가 있어 좋아보였다.

3장에서는 본격 메모와 기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동료 교사들과의 중국 여행기와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그걸 다시 되새기게 해 준 것은 그때그때 작성한 메모 덕분인 것이다. 

메모를 할 수 있는 도구는 많다. 

수첩. 핸드폰 메모앱, 페이스북 등의 SNS, 블로그까지 다양하게 메모를 하는 저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4장의 인도 원정대 이야기를 매우 많이 다루었다.

그만큼 저자의 인생에 중요한 여행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인도 원정대 준비, 인도 여행, 돌발상황으로 일정이 바뀐 일, 그 일을 해결하면서 느낀 점 등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인도 원정대 대장님이 책자로 일정표와 방문할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만들어놓은 것이다.

이 책자를 원정대에게 나눠주어서 각자 지역을 나눠서 미리 조사하게 담당을 나누었고, 차편이나 비행편을 적어놓아 일정동안 책자를 잘 활용하였다고 한다. 

나도 다음에 여행을 가게되면 이런 책자 하나 준비해 보는건 어떨까 싶었다.

그리고 영화에서 나온 것과 비슷한 파란 골목을 한참 찾아도 찾지 못했는데, 일정이 틀어지고 우연히 고개를 돌렸을 때 갑자기 숙소 근처에서 찾게 된 일. 

여행에서는 돌발 상황이 많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불편해지면 짜증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도리어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니 여행에서 일정이 틀어지는 것에 대해 그리 예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5장에서는 기록에 대해 나온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일상속에서도 잘 관찰하고 기록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는 그냥 하늘이 예뻐서 지나가다 하늘 사진을 찍는다.

이번 장에서 저자와 나의 공통점을 꽤 찾았는데, 이렇게 관찰하고 기록하는 점. 

그리고 추억이라 생각해서 잘 못 버리는 점. 

가끔 내가 지나가다 하늘이 예뻐 사진 찍으면 항상 남편이 그걸 왜 찍냐고 찍지 말라고 하는데,

난 그때그때 하늘이 다 예쁘고 새롭고 한데 내가 이상한가 싶었다.

책을 읽고 용기를 얻었다. 나 같은 사람이 있구나. 반가웠다. 

항상 메모와 기록하는 것은 해야지 마음을 먹고 그냥 지나가버렸는데 책을 읽고 늘 메모하고 기록하는 습관을 가져야겠다 생각되었다. 

다른 책의 내용을 많이 인용하였는데 기록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내용이 많았다.

예전에 어디선가 '기록은 잊기 위해 하는 것이다' 라는 말을 봤었다.

어떤 일에 대해 기록하고 그것에 대해 계속 생각하는 것을 멈추는 것이다. 

그 말도 맞다.

하지만 이 책에서 계속 강조하는 건 그때그때 기록을 하면 그 추억을 되살리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냥 기록하지 않고 지나가면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은 희미해진다.

하지만 사진이나 기록이 남아있으면 다시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추억이 떠오른다. 

그런 의미에서 기록을 엄청 강조한다. 

저자는 여행 떠나기 전에 준비과정부터 여행의 매 순간을 즐기고, 그때 그때 기록을 한다.

그리고 여행을 마친 후 여행기를 기록하며 다시 추억 속 제 2의 여행을 떠난다.

그 기록은 남아서 나중에 다시 보고 여행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겠다.

저자의 이런 습관 때문인지, 아들도 여행하면서 메모한 내용을 적었는데 

어린 아이가 그렇게 메모하는 것이 기특하기도 하고 아이 시각이라 엄청 귀여웠다.

난 책을 읽기 전에는 이 책을 읽으면 엄청 여행이 가고 싶을 것 같았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잊기 전에 내가 갔던 여행의 기록을 남겨야겠다'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

그래서 제목이 '가슴에 품은 여행'인가 보다. 여행의 추억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내 여행의 추억을 떠올렸는데 잊어버린 것들이 많았다.

지금부터라도 일상을 관찰하고 메모하고 기록해야겠다.

그리고 가까운 곳을 여행하더라도 사진과 기록을 남겨서 추억을 많이 남기도록 해야겠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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