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리 정중하게 써도 거절하는 메일은 기분 나쁘겠지만, 그래도 상황을 잘 설명했다.
- 하고 싶지 않은 것은 하지 않게 된 나이
어느 때부터인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은 하지 않게 되었다.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은 만나지 않고, 번역하고 싶지 않은 책은 정중히 거절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니 더불어 사는 세상이니 하는 말에서 자유로워지자, 지구의 무게가 훨씬 가벼워졌다. 나이를 먹어서 뻔뻔해진 것인지 해탈한 것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최소한 사람의 도리를 하고 최대한 맘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세상을 왕따시키며 살고 있다. 물론 외롭다. 외롭지만, 편하다. 편하지만, 찜찜하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잠자리에 들며 혼자 반문하지만, 다음 날 해가 뜨면 또 찜찜하지만 편한 외로움을 선택하고 있다. 아, 이렇게 고집스러운 독거노인이 됐가는건가.
- 나이 앞 자리가 바뀔때 마다 우울함의 도수가 높아지는 것같다. 하지만 "우울하네, 사는 게 그렇지, 뭐"하고 해탈 도수도 높아지니 결국은 쌤쌤이다.
이국적 교수님이 "나는 항상 우울하다. 그래도 그냥 버틴다." 라고 하는 말을 듣고, 나도 그랬지, 하고 끄덕거린 이 여유.
- 세상은 휙휙 달라졌다고 사람들의 사고방식도 달라져서는. 바로 바로 습득하고 따라가지 못하면 꼰대 취급받는다. 우리는 우리의 가치관대로 생각을 말했을 뿐인데 꼰대라고 후려친다.
- 마감이 코앞인데 굳이 작업과 관련 없는 책을 꺼내 뒹굴거리며 읽는 것은 출판사에 반항하는 게 아니라 방전된 머릿속을 충전하기 위해서다.
- 생후45일 된 강아지가 노견이 되는 동안 정하도 슬픔을 이겨낼 줄 아는 어른이 됐다. 그리고 어엿한 사회인이 됐다. 이제 각자 자기의 삶을 살면 됐다. 뭔가 비장한 각오라도 하는 것 같지만, 지금까지와 다름없이 살아가겠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