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사람
홍은전 지음 / 봄날의책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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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알기 때문에’ 떠났다. ‘안다는 것’ 과 ‘감당한다는 것’ 사이엔 강이 하나 있는데, 알면 알수록 감당하기 힘든 것이 그 강의 속성인지라, 그 말은 그저 그 사이 어디쯤에서 부단히 헤엄치고 있는 사람만이 겨우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신영복은 ‘아름다움’ 이 ‘앎’에서 나온 말이며, ‘안다’ 는 건 대상을 ‘껴안는’ 일이라 했다. 언제든 자기 심장을 찌르려고 칼을 쥔 사람을 껴안는 일, 그것이 진짜 아는 것이라고.
- 나는 어디까지나 연대하는 사람이었을 뿐 당사자가 아니었다는 걸, 둘의 세상은 완전히 다르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손 벌리는 자’의 마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손 잡아주는 자’ 의 자부심으로 살아왔던 시간이 부끄러워서 펑펑 울었다.
- 인구의 10퍼센트가 장애인이지만 그들의 존재는 드러나지 않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비장애인들은 일상적으로 자신들의 가해 사실을 인식할 수조차 없다.
누군가의 평생이 있어야만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상식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은 고통스러운 위로입니다.
_ 하지 않는 게 좋았지만 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걸 잘 아는 얼굴. 자신에게 닥쳐온 운명을 피하지 않고 온몸으로 받아들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에 나는 늘 마음을 빼앗긴다.
- 왜 누군가를 돌보는 일이 다른 누군가의 삶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 되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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