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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뇌 뇌의 나 1
리차드 레스탁 지음 / 학지사 / 1997년 3월
평점 :
인간에 대한 연구의 최종 귀결점은 뇌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철학이든 의학이든, 혹은 여타 학문이든 인간이 문제의 중심에 있다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요소가 바로 뇌가 가지는 불가사의한 힘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뇌의 그런 힘에 대해 딱히 이렇다 할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하며, 뇌에 대한 연구도 그렇다 할 진척을 보이고 있지 못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학자들이 뇌 연구에 몰두하는 이유는 뭘까. 이는 곧 인간의 뇌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지 못하고는 인간에 대한 근원적이고 근본적인 부분을 알지 못한다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최근 인지과학이 여러 학문분야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가 뇌의 몇 10 %도 이용하지 못한다고!
종종 평범한 이들은 그들 뇌의 10%도 이용하지 못하며, 기껏해야 아이슈타인과 같은 천재도 20% 가까이 사용했을 뿐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이는 뇌가 가지는 엄청난 잠재력을 제대로 우리 인간이 사용할 줄 모른다는 말이거나 혹은 인간의 게으름을 반증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터이다.
하지만 종종 이런 사실들이 과연 우리 인간 한계를 감내케 하는 사실이라면 결국 남는 것은 공허함 뿐이다. 진정으로 우리가 뇌의 본질적인 잠재력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단지 신비속에 감춰진 채로 가설로나마 뇌의 본질을 바라봐서는 안 될 터이다. 곧 과학적인 기반이 토대로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뇌의 나, 나의 뇌>는 그런 뇌의 본질에 우리를 한층 더 가깝게 이끌어 들인다. 그러면서 뇌 연구가 가지는 한계를 솔직하게 과학적인 견지에서 보여준다.
“현재의 과학기술은 또한 가장 단순한 활동에 연루되는 뉴런의 수를 측정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하게 발달하지 못했다. 따라서 ‘우리가 뇌의 10퍼센트만을 사용한다는 게 사실인가’라는 질문에 최선의 답은 우리는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p137)
좌반구와 우반구가 하는 일이 다르다고!
종종 좌반구는 읽기, 쓰기와 관련된 언어 능력이나 추리 능력과 관련되고, 우반구는 공간적, 연합적인 것으로 예술적인 능력을 주로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었다. 하지만 뇌는 일반적으로 지적된 바와 같이 두 개의 뇌로 나뉘어져 기능하는 것이 아님을 이 책은 지시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좌반구는 독서, 언어, 필기, 산술, 계산 및 기타 추리 능력을 담당한다. 우반구의 기능은 공간적, 연합적인 것이며 예술적인 능력도 담당하다. 하지만 이것은 일반적인 지침일 뿐이다. 뇌란 전체적인 구조로서 동작하며 이 모든 기술을 결합하여 작동한다.”(p109)
즉 어떤 특정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뇌를 구성하는 수천억개의 뉴런(신경계의 구조적, 기능적 단위인 신경세포)이 풍부하게 활성화되어 있으며, 이들 사이의 접합부를 가리키는 시냅스가 더욱더 증가된 양상으로 조직된 뇌를 가리키는 것이다. 이는 뇌의 특정 부분이 특정 기능에만 집중적으로 사용될 수 없음을 말하는 것이다. 즉 뇌란 부분의 합 이상인 전체인 것이다.
물론의 뇌의 특정 부분이 손상됨으로써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은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특정 부분이 손상됨으로써 단순한 기능적인 장애만을 동반하는 것이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인 장애까지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봐서 뇌의 일부분의 손상도 인간의 삶을 영위하는 데 치명적일 수 있음을 이 책은 넌지시 알려 준다.
뇌는 왜 컴퓨터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일까?
공상과학 영화에서 자주 인공지능 인간인 사이보그가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인간과 유사한 사고와 행동을 할 수 있는 로봇들이 인간 세상을 마구 지배하려고 날뛰는 장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인간의 뜨거운 피를 갈구하면서 그 차가운 이성들은(?) 종종 비극의 결말을 맞이한다.
이런 영화를 보면서 과연 우리 인간의 연구의 종착지는 바로 인간의 두뇌겠구나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하지만 정작 그 차가운 이성들이(?) 종종 갈구하는 것은 인간의 뜨거운 피라는 점에서 조금은 싱겁고 유치하다는 생각을 아울과 묘한 역설적 상황에 이르게 된다.
다름이 아니라 그런 영화에서 그런 차가운 이성들이 정작 바라는 것, 아니 그런 차가운 이성들이(?) 정녕 갈구하는 바는 바로 인간의 두뇌인 것이다. 그것이 정녕 뜨거운 피의 결정체인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인간을 인간답게 해 주는 가장 정수리이도 하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이미 그런 존재들이 인간의 두뇌를 뛰어넘고 있다는 착각속으로 보는 이들을 유도하고 있기는 하지만.
<나의 뇌, 뇌의 나>에서는 이런 인간의 뇌를 왜 컴퓨터가 뛰어넘을 수 없는지를 매우 과학적으로 제시해 주고 있으며, 정녕 인간의 두뇌가 왜 뛰어난지를 쉽게 알려준다.
“인공지능기계가 인간의 뇌를 능가할 것 같지는 않다. 그 까닭은 뇌의 기본단위인 뉴런이 특수한 물리적, 화학적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간단히 서술하면 뉴런은 살아 있는 반면, 컴퓨터는 그렇지 않다. 두말할 필요없이 뇌와 컴퓨터는 다른다. 컴퓨터 부속품들과 달리 어떤 두 개의 뇌도 정확히 똑같은 것은 없다.”(p270)
인간에 대한 연구는 그 목표가 무엇이든 인간을 인간답게 해 주는 차별 요소, 혹은 구별 요소가 무엇인지를 밝혀 가는 것이다. 이런 인간의 연구에서 마지막 종착지가 바로 인간의 두뇌가 될 것이다. 우주를 존재하는 입자의 수에 필적하는 인간의 두뇌의 정보량은 그야말로 무궁무진 그 자체이다.
요즈음 뇌과학에 대한 연구가 여기저기에서 선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우리의 뇌에 대한 과연 몇 %, 아니 스스로에 대해 몇 %나 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뇌에 이르는 수천, 아니 수억의 길을 따라 조심스러운 첫발을 디디고자 하는 사람들은 서슴없이 <나의 뇌, 뇌의 나>를 펼쳐 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