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처럼 작은 판형에 가벼운 종이, 멋을 내지 않은 소박한 책이다. 책에 실린 글도 진솔하고 다정해서 술술 읽힌다. 어디 한적한 곳에 앉아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우리가 그토록 두려워하지만, 치매는 가까이 있다. 당당하고 다정했던 어머니가 치매를 앓게 되고, 작가와 남매들은 이전의 어머니를 잃었지만 새로운 어머니와 서로를 돌보며 힘든 시간을 지혜롭게 겪어 나간다. 놀랍고 슬픈 일을 맞았지만, 일어난 일을 수용하고 상실감과 슬픔을 감당하는 작가의 자세가 애처로우면서도 감동적이다. 투명하게 속이 다 보이는 문체로 쓰인 글에서 작은 기쁨과 아름다움을 누릴 줄 아는 마음, 아픔을 많이 겪어본 사람이 지을 것 같은 미소가 느껴진다. 더러 울컥하고 더러 클클 웃으며 읽었다. 그렇다면 이제 내 이야기는 어떤 어조로 해야 할까 독자는 생각에 잠기고, 작가는 옆자리를 톡톡 두드리며 여기 앉아 얘기를 해보라고 다정하게 웃는 것 같다.
시월의 마지막 밤이 지난다. 시월이라는 달은 그 이름의 울림처럼 아름답고 쓸쓸하다. 나는 오늘 기형도를 잠깐 생각했고, 아픈 가운데 남편이 자주 그리웠다. 시월이 가고 비가 내린다.
가슴 속에서 몇이 웅성거린다. 그들이 무슨 말을하는 걸까. 귀를 귀울여도 웅성거리는 소리만 커질 뿐 알아들을 수가 없다.
웅성거리며 가을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