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진의 아이들
커옌 / 장원 / 198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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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전체가 학교 폭력 문제로 시끄럽다.

내 주위에서도 폭력 사고가 일어났다.

키가 크고 껄렁껄렁한 놈이 작고 힘이 약한 아이를 일방적으로 두들겨팼다.

다행히 큰 상처는 없었으나 맞은 아이는 흐느끼며 억울함을 호소해 왔다.

그렇지 않아도 가해 학생은 교사들의 눈밖에 난 놈이라 이번 기회에 정리하자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교사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선처를 호소하는 가해 학생의 부모,

한 번만 더 반성의 기회를 주자는 담임만 불쌍해 보였다.

그들이 개입할 자리는 없었다.

학부모와 학교 관리자, 경찰 등으로 이루어진 학교폭력대책위원회에서 모든 일을 처리했다고 한다.

권고 전학.

 

학생 선도보다는 처벌을 우선시하는 학교.

처벌을 못하면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처럼 생각하는 교사들.

어지러운 머리를 식힐 겸 20여 년 전에 읽었던 텐진의 아이들을 다시 한번 집어 들었다.

 

사회주의 문학답게 펼쳐지는 내용은 우리의 신소설이나 이광수류의 계몽주의 문학처럼 단순명료하다.

1970년 전후, 중국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텐진의 재활학교, 헌신적인 교사들의 도움으로 문화혁명의 피해자인 학생들이 스스로의 삶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심훈의 상록수에 나오는 채영신이나 박동혁과 같이 사명감에 불타는 헌신적인 인물들인 황수린, 위첸첸, 우지아쥐, 쉬원 등과 교육을 출세의 수단으로 삼는 쉬에렌펑 등 나쁜 조반파들.

그리고 문제아에서 모범생으로 변해가는 셰위에, 지엔궈, 구어시샹, 샹시우얼, 숭사오리....

여기에 더해 지는 가족과 사랑과 배신의 이야기들.

쉽게 썼고 쉽게 읽히며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도 뚜렷하다.

참으로 훌륭한 선생님들은 학생의 눈높이에서 학생들을 믿고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준다는 것.

 

지금 우리의 교육 현실은 교사를 자꾸 교육 현장에서 소외시키고 있다.

대신 시장 논리와 권력 기관이 교사가 설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들처럼 영웅적이지는 못해도 부끄럼 없이 교육 현장에 설 수만 있어도 좋겠다.

 

기억에 남는 구절.

행복은 추구하는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거예요. 포기하지 말고 용감히 추구해 나가요, 알았죠?

-바이샤오엔이 여주인공 위첸첸에게 한 말로 이 말을 떠올리며 위첸첸은 황수린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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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바다 건너기 문지 푸른 문학
강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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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고등학교 3학년인 이란성 쌍둥이 동우와 연우의 학교 이야기,

종술씨와 명옥씨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동우네 가족 이야기.

글쓴이는 두 개의 이야기를 주요 날짜만 뽑아 5월 16일부터 8월 23까지 펼쳐 놓는다.

입시에 소외된 아이들, 가족의 죽음, 빈곤 문제, 파업 등 많은 문제들이 다루어지고 있다.

 

여느 소설들과 달리 거의 현재시제로 전개되는 사건들은 현장감은 있지만 긴장감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많은 문제들을 다루고 있지만 이런한 파노라마식 전개 때문에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역부족이다.

독자들이 정서적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주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으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하나 하나의 사건을 좀더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으면 더욱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밤바다를 건너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빈곤 속에서도 가족의 정을 회복해 가는 종술씨네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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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 선 아이들
페터 회 지음, 박현주 옮김 / 뿔(웅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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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낯선 작품이었다.

처음으로 접하는 덴마크 소설, 줄거리와 구성도 친근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차근차근 읽어가다보니 먹먹함 속에서도 가슴이 뚫리는 느낌이 들었다.

 

소설은 글쓴이와 같은 이름인 페터 회라는 인물의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서술된다.

1970년 전후에 있었던 사건을 1990년대에 회상하는 형식으로 과거와 현재를 무수히 교차시켜 약간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작품에서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주인공은 미혼모에 의해 버려진 고아로 추정된다.

영아 때부터 고아원을 전전하다가 빵부스러기집으로 불리는 왕립고아원으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왕립고아원은 학습 능력은 영재 수준이지만 부적응자 내지는 문제아들을 위한 시설이다.

극심한 통제 속에서 아이들은 하나의 관리 대상으로 전락한다.

추위 때문에 라디에이터가 있는 화장실에서 자야 하는 열악한 시설에, 교사들의 성폭행까지....

주인공은 발상이라는 교사에게 성폭행을 당하지만 오스카 훔룸에 의해 구조된다.

용돈을 벌기 위해 개구리를 먹고,

시간을 지우기 위해 줄에 매달려 기차를 향해 날아가는 놀이는 하는 훔룸.

이 사건을 빌미로 해서 주인공은 빌학교로 옮기게 되고, 훔룸은 남아 있다가 결국 기차와 충돌해 죽게 된다. 

 

빌학교는 학생과 학부모가 선호하는 초중등 과정의 사립명문학교이다.

주인공은 비네시몽이라는 검사에서 92점을 받은 보통수준의 지능을 소유한 자이다.(보통 90~110)

빌학교도 점심시간 운동장에서 휴식을 취하는 시간조차 감시하는 철저한 통제사회이다.

교장인 빌이 모든 일에 관여하고 폭력을 행사하여 학생의 청력까지 잃게 하는 사고도 있었다.

폭력에 의한 공포로 통제되는 집단이자 철저히 타인의 언어에 의해 조종되는 조직이다.

학교는 정해진 시간 안에 정해진 목표까지 도달하는 신이 내린 단계 향상용 기계에 지나지 않는다.

이곳에서 주인공은 2년 선배인 카타리나라는 여학생과 생각을 주고 받기 시작한다.

주인공이 집요하고 행동적이라며 카나리나는 사물과 현상을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두 명의 관계 위에 아우구스트 유윤이라는 문제적 인물이 보태진다.

병약하고 충동적인 성격의 아우구스트가 빌학교에 오게 된 이유를 밝혀가면서 학교의 계획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정상적인 학생들과 경계에선 아이들을 한 학교 안에서 교육시키는 통합교육의 실험대상으로 세 명은 이 학교로 오게 된 것이다.

 

경계에선 아이들.

경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 평가를 위해서는 시간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특히 3부에서는 시간을 설명하기 위해 많은 지문을 할당하고 있다.

글쓴이는 평가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아마 개인의 본질을 무시하고 인위적인 기준에 짜 맞추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음과 같은 글쓴이의 말이 가슴이 저리도록 와 닿았다.

 

천성은 찢고 나가야 하는 구속복이 아니다. 천성은 축복이며, 모든 생명체에게 주어진 성장의 기회이다.

우리 인생의 안내서와 같은 것이다.

 

천성을 철저히 무시당하고 극도의 통제 속에서 타인의 기준에 의해 규정되는 삶을 살고 있는 빌학교의 학생들과 우리의 교육 현실이 너무나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주인공과 카타리나, 아우구스트는 학교에서 도망치고 이 와중에 아우구스트는 자살을 한다.

 

글쓴이가 시간을 강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선형적 시간이니 순환적 시간이니 하면서 서사적 진술과는 거리가 먼 설명을 늘어 놓은 까닭은 무엇인가?

선형적 시간만 존재하는 빌학교와 현실의 교육제도를 비판하기 위해서는 아닐까?

일정한 기간을 설정하고 교육한 후 평가를 통해 경계 안의 학생과 경계 밖의 학생을 구분하는 것을 비판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일단 경계 밖으로 밀리나면 어둠의 저편으로 한 없이 추락하는 것이다.

 

"천성을 인정하고 천성에서 출발하는 교육,

일정한 기간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삶 전체를 통해 이루어지는 교육"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뚫리는 듯한 느낌을 받은 것은 이런 깨달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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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새에 관한 명상 청소년 현대 문학선 19
김원일 지음 / 문이당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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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새에 관한 명상>은 1979년에 발표되었다.

그 해에 나는 대학교 1학년생이었다.

작년에 고등학교 국어교과서가 검인정으로 바뀌면서 신사고 고등국어(상)에 실렸다.

그래서 처음으로 읽게 되었다.

올해 다시 한번 읽으면서 물 위에 뜬 가랑잎처럼 살아온 지난 날들이 생각나 가슴이 아팠다.

말은 병국이처럼 하면서 행동은 병식이처럼 하는 가식적인 나의 모습도 어른거렸다.

 

분단과 환경이라는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중편 분량으로 다루다 보니 깊이 있게 파고들지 못하고 문제 제기에 그쳤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가장 절실하고도 기본적인 문제들이기 때문에 청소년들에게 권장할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단편 <연>에서는 떠돌이 아버지 이야기를, <미망>에서는 분단 문제를, <절명>에서는 민족의 위기에 대처하는 삶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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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4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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火車 생전에 악행을 저지른 망자를 태워 지옥으로 실어나르는 불수레.

 

제목이 섬뜩해서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에 조금은 그로테스크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인 줄 알았는데 읽어 나가다 보니 이외로 따뜻한 구석이 있었다. 주인공 혼마 슌스케, 그의 양자 사토루, 남자 가사도우미 이사카 · 히사에 부부, 세키네 쇼코의 동창생 다모쓰 등이 그러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있었다.

 

전반부는 세키네 쇼코의 정체를 밝히는 데, 후반부는 세키네 쇼코를 살해하고 그녀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신조 교코를 추적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비교적 단순한 줄거리에다가 범인이 일찍 노출되어 박진감은 떨어지지만 대화를 중심으로 한 구체적인 장면 전개는 마치 만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덕분에 500쪽에 육박하는 분량의 책을 하루만에 독파할 수 있었다. 쉽게 읽히면서도 뭔가 여운을 주는 것이 일본 소설의 강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잘못보다는 타인의 과오로 삶의 극단까지 내몰렸던 신조 교코, 살인이라는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지만 세키네 쇼코의 졸업앨범을 그녀의 동창생에게 보내 주며, 그녀가 묻히고 싶어했던 초등학교를 찾아가는 장면에서는 왠지 가슴 한켠이 시려왔다.

 

미조구치 변호사의 말에 의하면 금융시장은 환상이다. 실체가 없는 환상에 의해 신조 교코는 화차를 타게 된다. 승차권을 사도록 도와준 사람은 그의 아버지와 세키네 쇼코이다. 물론 모두 다 피해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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