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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천하 ㅣ 대한민국 스토리DNA 13
채만식 지음 / 새움 / 2016년 12월
평점 :

태평천하는 '고전'이다.
우리가 흔히 '고전'이라고 일컫는 소설은 세월의 영향을 받지 않고 꾸준히 현대의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다. 그리고 그 시대를 향유하지 않은 사람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현 시대 상황과도 크게 동 떨어지지 않은 것이다. 채만식의 <태평천하>가 바로 그 고전이다. 열에 아홉은 태평천하를 기억할 것이다. 국어 교과서에 여러번 실렸고 권장 도서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특히 고전을 읽는 것에 부담을 느꼈는데 (정확히 말하면 고전을 읽는 것 자체가 힘들다기 보다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부담 쪽에 가깝지만) 태평천하는 그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 했던 것으로 기억하다. 먼저 그 시대에만 적용되는 내용이 아니다. 충분히 현대 상황에도 적용 가능한, 너무 적절해 놀라울 정도다.
한 문학 교수는 고전을 이렇게 색다르게, 하지만 누구나 공감 할 만 한 정의를 내놓았다.
'누구나 읽은 척 하지만 사실 제대로 읽은 사람은 몇 없는 책.'
교과서를 통해서 접했기 때문에 다 안다고, 편안하게 접근했던 것까지는 좋았지만 교과서에는 극히 일부만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새롭게 알게 되는 부분이 상당했다. 그랬기 때문에 더욱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설왕설래]매관매직 2008년도 기사 삽화
정말 나만 잘 살 수 있을까?
윤직원은 혼란스러운 시대 상황을 틈 타 당시 성행했던 매관매직을 통해 계층을 '산' 사람이다. 족보를 바꾸고 양반가와의 혼인을 통해 진정한 신분 상승이라는 큰 그림을 그린다. 그는 안정적이지 못한 생활에서도 자신은 누구보다 '태평'하게 살고 있다고 말한다. 나라를 잃고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그는 나라 걱정은 커녕 당장 자신의 손익이 더 우선순위이다. '우선 나 부터 살고 봐야지.'라는 말이 딱 그에게 어울린다. 오히려 그는 '나만 잘 살면 된다.'하는 상당히 이기적이면서도 위험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가 나만 잘 살자, 태평하다. 라는 가치관을 갖게 된 계기는 그의 아버지 때문이다. 그의 아버지가 도적 떼들의 의해 죽임을 당하고 많은 것을 잃고 나서 그는 '나라가 나에게 해 준 것이 뭐가 있지?' 라며 나라에 대한 불신을 품게 된다. 이런 속사정을 알고 그의 과거가 안타깝다고 한순간 느끼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잘못된 가치관을 지지한다거나 인정할 수는 없다. 사실 이 부분 외에도 그가 안타깝다고 느낀 부분은 이렇게까지 재산을 모으기 위해, 명예, 신분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음에도 주변인물들이 그것들을 조금씩 무너트리고 있다는 사실은 참 답답했다. 인력거 꾼을 삯을 깎을 것이 아니라 자신 주변 인물들 단속을 하는 것이 먼저일 것인데 말이다. 여담이지만 윤직원의 외모 묘사를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는데 그의 키는 180에 달하고 몸무게가 107키로의 거구라는 사실이 조금 놀랐다. 그리고 내 안에서 그렸던 윤영감이 느낌이 바뀌었다. 그의 행동과 움직임이 더 확연하고 강하게 그려졌달까. 사실 외모 묘사를 보지 못하고 혼자 그린 윤직원은 바싹 마르고 조금 고양이 같은 느낌의 남자였지만 예상과는 조금 달라 신선했다. 이제라도 일부가 아닌 전문을 읽게 되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고전 <태평천하>의 매력
먼저 상당히 '찰지다'. 이야기는 판소리투로, 마치 한 사람이 나와 직접 이야기해주는 듯 느껴지기도 하고 직접 연극을 보고 있는 듯 생생하게 다가온다. 또 인물들을 다소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는데 그 부분이 웃음이 나면서도 미묘한 감정을 끌어낸다.
작가는 '정말 나만 잘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지면서 작품을 소비하는 독자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그리고 실제로 윤직원처럼 이 기회를 통해 더욱 성장하고 강한 이들의 밑에서 힘을 키워온 세력들을 윤직원에 대입해보게 되는 기회도 되었다.
대한민국 스토리DNA 시리즈 열세 번째 책
이 <태평천하>는 고전이 흔히 가지고 있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을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말들) 이해가 쉽도록 풀었으면서도 그 어투 특유의 재미는 살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여담이지만 책날개에 있던 대한민국 스토리 dna시리즈의 취지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우리는 므릇 이야기로 된 세상에 알고 있습니다. 호랑이 담배피우던 아득한 옛날부터 이야기는 있어 왔습니다.
이야기가 없었다면 이 세상은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이 세상을 구성하고 이해하게 됩니다.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고 있던 요즘 첫 문장이 눈길을 끌었다. 스토리펀딩에 1인당 약 2만원 정도를 소비하고 있다고 하는데 스토리펀딩이 '컨텐츠에 돈을 소비한다.' 라는 개념에 힘을 싣고 있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이처럼 현대 사람들은 감성, 스토리텔링을 중요시여기고 있다. 이 점에서 정말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스토리DNA 시리즈는 태평천하까지 총 13편이 나와 있는데 차례대로 출판사에서 선정한 이 열 세 권을 그 흐름을 맞게 읽어 보아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