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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김성한 지음 / 새움 / 2016년 11월
평점 :
품절
(줄거리를 잘 담고 있는 문장인 것 같아 인용했다. )
살인자 박상우의 연대기 첫 장은 꽤나 성공적이었다. 승승장구하던 변호사가 우발적인 살인을 저질렀지만,
운명의 장난이 그가 사건의 변호를 맡게 만든다. 차기 대통령의 총애를 받으며 매일 신문과 tv뉴스를 장식하고 몸값이 폭등하며 인생 역전에 성공하기에 다다른다. (중략)

살인자 박상우
박상우는 자존감이 부족한 인물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지극히 평범한 현대인에 속할 뿐이다.
최근 현대인들의 자존감 점수는 평균 이하로 심각한 수준이다. 직장생활에서의 어려움, 취업의 어려움, 불안정한 환경으로 볼때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더 높은 층수에는 더 달콤한 인생이 기다리고 있다는 거야. 모두가 부러워하는 삶과 성공이 바로 그 곳에 있다는 거지. 내 말이 거짓인지 의심되면 어디 한번 올라와 보라고."
사회는 높은 층수에 개인 사무실을 두고 밤에는 유흥 생활을 즐기고 거액을 돈을 벌고, 떵떵거리고 살 만한 저택에 사는 것이
'달콤한 인생'이라고 정의를 내려버렸다.
처음 그의 성공 목적은 행복하기 살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곧 목적을 망각하고 맹목적으로 성공만을 쫓기 시작한다.
그래서 상우는 삼십 평대 아파트에서 (꽤 넉넉하게 사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여유가 생기자 저택으로 이사를 간다.
유명 로펌의 변호사에 시의원의 아들을 구하는 등 능력을 인정 받아도 아내의 전 남자친구 경준에게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는 것으로 자존감을 채우는 것을 본 독자는 안타깝기만 하다. 충분히 매력적이고 능력있는 사람이 분명한데 이런 행동을 통해서만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다니. 이것으로 부족했는지 그는 내연녀를 만난다.
이런 그의 모습은 지나치게 인간적이다. 그의 가치관, 행동을 통해 우리는 인간의 '욕망', 도덕적 양심을 묵인하면서까지 '성공'에 목매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발견한다.
죄책감에서 합리화까지
박상우는 반복적으로 음산한 목소리를 듣는다. 깊은 내면의 목소리다.
내면의 목소리 뿐 아니라 자신이 죽인 임주영의 목소리도 듣는다. 그리고 환각을 보기도 한다. 아마 심리적인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럴 수록 그와 그의 상황은 점점 구석으로 몰린다.
처음 그는 반복적으로 자신을 '살인자' 라고 칭한다. 물론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서술되긴 하나 그 자신이 자신을 그렇게 부른다. 복잡함, 놀람, 죄책감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사람에게 죄책감, 양심같은 감정들은 쉽게 잊혀진다. 아니 무뎌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미국 인디언들은 양심을 '삼각형'에 비유했다. 남을 속이거거나 잘못된 행동을 하면 삼각형의 둥글게 돌면서 모서리 끝 부분이 닿아서 사람들이 아픔을 느낀다는 의미에서다. 실제로 불편한 감정을 느끼면 속이 쿡쿡 쑤시는 느낌을 종종 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 삼각형은 돌고 돌면서 점점 모서리가 둥글어지고 감각 또한 무뎌져 삼각형이 결국 원이 되지 않도록 우리의 양심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창밖을 내려다봤다. 어차피 3층이다. 아무리 잘 뛰어내려도 죽지는 못한다. 상우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말자고 자신을 다독였다. 하지만 한번 떠오른 생각은 계속해서 꼬리를 물었다.
'지금 모든 사실을 고백하면 이해해줄지도 몰라. 안됐다는 얼굴로 등을 두드려주며 담배 한 대 필 시간을 허락해줄지도 모르지. 아내는 날 믿고 기다려 줄거야. 우리 사이에는 견고한 사랑과 믿음이 있으니까.'
'자백을 하고 나면 형사들이 그날 밤의 행적을 파헤치겠지. 그러면 회사에서 나온 후 내가 승혜의 다리 사이에 들렀다 온 걸 알아낼 거야. 그럼 아내는 가정은, 내 삶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병호에게는 어떠한 죄책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어차피 병호는 잃을 것이 없다.'
그는 많고 많은 생각을 거쳐 결국 이런 결론을 내린다.
'상우는 자신이 붙잡혀서 지금 가진 모든 것들을 잃기보다는 그 역할을 병호가 대신하는 것이 옳다고 여겼다. 이것이 제레미 벤담이 말한 공리주의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사회적 효용의 극대화. 큰 행복이 작은 희생을 정당화한다.
객관적으로 전혀 공감 할 수 없는 주장이지만 그는 결국 합리화를 했다.
합리화를 마친 그는 다음 살인을 준비하고 재와 짧은 만남을 가졌던 경준을 위협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전기 충격기를 준비하고 경기도 인근의 산으로 불러내려고 한 것부터 그가 그를 해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음이 드러나는 대목은 주목할 만 하다.
또 영화 속 살인 청부업자, 사이코패스들 (모두 살인자들이지만)들에게서 들었을 법 한 소름끼치는 말을 하는 그를 발견하곤 섬뜩함까지 느껴진다.
독자 = 공범?
왠지 공범이 된 듯, 내내 마음 졸이며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읽어나갔다. 딱히 그의 편이라기 보단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그와 나 뿐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사실 꽤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는 점점 대담해지며 변호사답게 다 년간의 경험으로 치밀하게 자신의 범죄 흔적을 지워나간다.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병호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엄마를 만날 수 없다.' 라고 반 협박조로 세뇌에 가까운 교육을 하기도 하며 자신의 범죄 상황을 본 이혼녀 명숙이 목격자로 나섰다는 말에 그녀를 모욕해가면서까지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려 애쓰는 모습은 정말 열성이다 싶었다. 이렇게 수월하게 범죄 목격자의 입막음을 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살인을 은폐하기 위해 또 살인을 한다. 그리고 독자는 그의 행위에 더욱 주목하고 살인자의 감정 상태를 공유한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 마다 사건이 어떻게 종결 될 것인가, 하는 궁금증에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달콤한 인생>
상우와 재 부부는 '닭장 같은 삼십 평대의 아파트'에서 계속 살았다면 아직까지 행복했을지 모르겠다.
거창한 저택도 아니고 수입이 많지도 않았지만 적어도 최악의 결말을 맺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각자 바람을 피고 상처 받고, 불안해 하는, 감정 소모는 더더욱 없었을 것이다.
몇 분쯤 걸었을 때 앞서 걸어가는 노부부가 눈에 들어왔다. (중략) 상우는 자기도 모르게 그들의 모습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느낌이 통했는지 재가 상우의 어깨에 살포시 기대며 말했다.

우리가 교만했기 때문이야. 간절함을 잊고 만족만을 찾아왔던 거야. (중략)
생각해봐. 사는 게 사막이고 우리가 서로에게 물 한컵이었다면 우리가 이렇게 됐을까.
상우와 재는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달콤'하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이미 놓쳐버렸다는 사실을.
아니, 그 기회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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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좋은 웹소설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달콤한 인생>도 그 중 하나다. 긴장감과 책을 덮은 후의 여운을 함께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고민의 여지 없이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