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스의 종말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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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철의 책이 좋은 이유는 이렇다. 그의 시리즈 중 한 권을 읽고 이해하기가 상당히 힘든데, 그 책을 꿰뚫는 저자의 시선과 이론을 이해하고 나면 이후의 서적들을 이해하기가 쉬워진다. 그의 책에 나오는 '부정성'과 '긍정성'은 그간 편해지는 사회에서 나타나는 오히려 마이너스적인 현상들에 대한 이해를 충실히 돕는 개념이다.

에로스의 종말을 들면서, 이번 책은 단순히 연인에 대한 에로스를 다룰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에로스가 단순히 타자에 대한 사랑을 넘어서 사물과 세상을 바라보는 애정어린 시선을 관통하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질 때, 이 복잡하고 지루하고 파편화된 사회에 대한 이해도가 조금이나 더 높아졌음을 스스로 깨닫게 된다.

간혹 잊고 산다. 쏟아지는 데이터와 정보를 취합하고 관련 연구를 하고, 보고서를 쓰다보면 사유를 하는 방법도, 내가 연구하는 대상에 대한 애정도. 이로 인한 스트레스는 상당하다. 구심점을 잃어버린 정보와 잃어가는 목표. 현상을 깊이있게 사유할 수 있는 이론의 상실... 에로스의 종말을 읽으면서 억누르던 고민들과 이해할 수 없던 내 행동들을 되짚어볼 수 있었다.

다만 언제나 그렇듯, 어리석게도 나는 해답을 바라는 것 같다. 느린 사유를 제외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찾을 수 없다. 답이 있을리도 만무하지만... 앞으로 살아가면서 풀어가야할 숙제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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