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앉은 채 자세를 바꿨다. 그리고 못이 박인 두툼한 소가락들을 바라보았다. 손가락의 갈라진 살갖 속에 흙이 어찌나 깊이 박혀 있는지 씻어도 깨끗해지지 않았다. 그는 양손을 깍지 끼고 기도하듯이 탁자에서 위로 들어올렸다.
"나는 평생 이렇다 할 만한 학교교육을 받은 적이 없어." 그가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말했다. "6학년을 마친 뒤 농사일을 시작했지. 젊었을 때는 학교교육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니까. 하지만지금은 잘 모르겠다. 해가 갈수록 땅은 점점 건조해져서 농사짓기가 힘들어지기만 하는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처럼 땅이 기름지지 않아. 군청 사람 말로는 농사를 짓는 새로운 방법들이 있다더구나. 대학에서 그런 걸 가르친대. 어쩌면 정말 그런지도 모르지. 가끔 밭일을 하다가 드는 생각이 있는데……." 그가 잠시 말을 멈췄다. 깍지 낀 손가락에 점점 힘이 들어가더니 두 손이 식탁 위로 툭떨어졌다. "무슨 생각이냐면……." 그는 자신의 손을 향해 험상치은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저었다. "돌아오는 가을에 대학에 들어가거라. 여긴 네 어머니랑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아버지가 이렇게 길게 말한 적은 처음이었다. 그해 가을에 스토너는 컬럼비아로 가서 농과대학 1학년생으로 등록했다.

"나는 모르겠다." 아버지가 말했다. 지치고 갈라진 목소리였다.
"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 널 이곳에 보내는 것이 나로서는 널 위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네 어머니랑 나는 언제나 너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압니다." 스토너가 말했다. 더 이상 부모의 얼굴을 바라볼 수 없었다. "두 분 괜찮으시겠어요? 제가 올여름에 돌아가서 한동안 일을 도울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네 생각에 꼭 여기 남아서 공부를 해야겠거든 그렇게 해야지.
네 어머니랑 나는 어떻게든 해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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