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배우는 곤충의 진화 - 한빛비즈 교양툰 한빛비즈 교양툰 1
갈로아 지음 / 한빛비즈 / 201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본 도서는 곤충의 진화를 다룬 교양 만화이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생물학과 곤충의 세계를 작가 특유의 드립력으로 소개하고 있고 읽기에 부담없는 만화로 구성되어 있어 곤충을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처음엔 몰랐는데 과거에 디시인사이드 곤충 갤러리, 네이버 포스트 등에 연재된 과학 웹툰이었다고 한다.

이 책은 교양툰 시리즈 중 하나이다. 교양툰 시리즈는 일전에 블로그를 통해서 잠깐 소개한 바 있는데 양자역학조차 알기 쉽게 설명할 정도로 방대한 지식을 부담없이 빠르게 배울 수 있다는 점과 만화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참고로 교양툰 시리즈의 다른 책 리뷰를 확인하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기 바란다.

곤충의 진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곤충이 탄생한 순간부터 현재까지 진화의 과정을 담고 있으며 곤충이 가지는 독특한 특징인 외골격, 날개, 사회성, 유전 등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더불어 개미, 바퀴벌레, 모기와 같은 대표 곤충들을 집중적으로 분석한다.곤충계보

책이 가지는 또 다른 장점 중의 하나는 곤충만을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곤충과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는 다른 생물들인 균, 식물, 곤충 외 절지동물들도 다루며 지구의 탄생 과정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10 ~ 11화에 해당하는 진화론 파트에서는 번쩍이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음은 물론, 생물학자들의 연구성과를 엿 볼 기회가 있어 폭넓은 과학 상식을 습득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저자는 어린시절 과학자와 만화가를 동시에 꿈꾸던 현 곤충학자로 곤충학자가 갖고 있는 전문성을 또 하나의 꿈인 만화가의 능력으로 풀어냈다. 그렇기에 책의 내용이 제법 난이도 있고 알찬 지식으로 가득찼음에도 보통 만화책 읽듯 쉽게 흡수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저자에게는 아주 독특하고 보기 드문 유머 감각(?)이 있다. 김성모 만화부터, “내가 고자라니”로 유명한 짤 등 인터넷에서 누구나 봤을 법한 재밌는 소재들이 중간 중간 튀어나와 전혀 지루하지 않다. 그렇기에 성인은 물론 특히 학생들에게 매우 유익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드립

다만 12 ~ 15화는 곤충의 성생활을 다루고 있기에 너무 어린 자녀가 보기엔 약간 곤란할 수도 있다.수위조절

다루는 소재도 온갖 신기한 것들 투성이다. 예를 들면 개미의 수컷 염색체에 관한 내용을 들 수 있다. 개미 수컷이 X 염색체 하나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게다가 개미는 암컷 혼자서 알을 낳을 수 있다. 수컷과 수정을 통해 알을 낳으면 XX 염색체의 암컷이 나오고, 암컷 혼자서 낳으면 X 염색체 하나인 수컷을 낳는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그런 염색체의 특수성 때문인지 50%의 유전자가 전달되는 자식보다 75%의 유전자가 전달되는 여왕개미의 산란이 염색체 관점에서는 더욱 유리하다. 그렇기에 일개미들은 알을 낳지 않고 여왕개미만이 산란을 담당하게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개미염색체

이런 신기한 소재들을 읽어나가다보면 교양이 풍부해지고 재미있음은 물론 사람과 비교하며 그동안 당연한 줄 알았던 것들이 낯설게 보이며 많은 부분에서 영감을 준다는 점 또한 책의 백미 중 하나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진화 및 진화론을 다룬 부분이다. AI를 연구하면서 그동안 진화와 관련있는 인공지능은 유전학습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런데 읽다보니 진화론에서 나온 AI의 아이디어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렇게 또 기초 과학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았고 더불어 자라나는 우리 세대 아이들이 이런 책을 통해 호기심을 얻고 기초 과학에서 옥석을 가려 응용분야에 접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말인지 AI 분야로 예로 들어보겠다. 사람이 과학이나 수학의 법칙을 만드는데 있어 가장 큰 지식과 인사이트는 자연에서 얻고 있음을 모두 알 것이다. 자연 속에 숨어 있던 늘 당연했던 패턴에 의구심을 품고 중력을 발견하거나 미적분을 발명했듯이 말이다. 이처럼 사람이 자연의 패턴을 분석하고 배우는 관점은 AI 모델링 혹은 지도 학습과 유사한 면이 많다.

더불어 유전학습은 아까 언급했으니 건너뛰더라도 알파고를 만들 수 있었던 핵심 기법 강화학습에 대한 아이디어도 진화론과 유사하다. 강화학습은 크게 환경, 에이전트, 액션으로 이루어지는데 진화론에서도 마찬가지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한 개체가 살아남아 진화가 됨을 설명하고 있다. 강화학습은 생존대신 보상을 많이 받고자 하는 매커니즘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매우 흡사하다. 역시 AI를 만드는데 제일 좋은 방법은 창조주가 자연을 만드는 과정을 모방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저 놀라는데서 그치지 않고 이 책을 읽으며 샘솟은 아이디어는 사실 따로 있다. AI는 지도학습을 통해 발전하는데 생명체와 달리 영생한다. 전기가 차단되지 않는 한 말이다. 생물은 죽음이라는 유한 메타 덕분에 진화에 성공하게 된다. 환경에 경쟁력이 없는 것들이 죽어나가면서 변이된 종들이 살아남아 이어져 내려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AI에 죽음은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며 많은 지적 유희를 즐길 수 있었다.

또 한가지의 흥미로운 생각은 성(性)과 번식에 있다. 인간의 성은 염섹체의 결합과정으로 다양성을 가진다. 하지만 AI에는 성이 없다. 그렇다면 을 이용하면 다양성을 갖출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저런 번쩍이는 생각들로 지적 유희를 한바탕 신나게 즐길 수 있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손에서 놓을 수도 없었다. 아이가 와서 놀아달라고 보채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책상과 쇼파에서 항상 이 책을 들고 정신없이 읽었다. 읽어보면 알 것이다. 쉽사리 손 뗄 수 없음을.. 그런 의미에서 자라나는 청소년과 곤충 및 과학에 관심이 많은 성인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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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2 : 만화로 배우는 서양사 - 십자군의 원정로를 따라가는 시간여행 한빛비즈 교양툰 11
파니 마들린 지음, 다니엘 카사나브 그림, 김수영 옮김 / 한빛비즈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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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중세 시대를 생각하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시는지?

아마도 기사, 봉건제, 농노, 십자군 전쟁, 종교, 페스트, 신성로마제국 혹은 프랑크 왕국 등이 떠오를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것들로 대표되는 수백년 서양 중세 시대를 2권의 만화로 요약한 책이다.

저자는 프랑스 렌Rennes 2대학 교수이며 귀족 계급과 교회 관련 연구 분야에서 프랑스 최고의 중세 전문 역사학자로 평가받는 사람이다. 중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화로 구성된 점이 장점이며 세간의 평과는 다소 다른 중세의 명확한 실체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본 도서의 장점이다. 본 도서는 총 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중 본 리뷰에서는 1, 2부를 다룬다.

먼저 책이 다루는 내용을 살펴보자.

1부에서는 프랑스 프랑크 왕국령에 위치한 다수의 국가와 군주들 사이에서 위그 카페 왕조를 중심으로 한 정치적인 흐름이 소개된 후 그레고리오 개혁으로 대표되는 교회, 교황, 수도사 중심으로의 권력 이동에 대한 시대적 배경을 담고 있다.카페왕조
종교권력

당시의 전투 방식과 근친혼 위주의 왕가 혈통 계승 등 시대적 디테일도 읽어봄직한 요소들이다. 종교의 영향으로 상상의 세계가 현실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농민들과 여성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의 생활상과 민주주의로 이어질 씨앗의 태동도 느낄 수 있다.

2부
2부에서는 주로 십자군 전쟁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중세 이야기를 다룬다. 1부에서와는 약간 다르게 현 시대를 살고 있는 남녀 두명의 주인공들이 여행을 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 1부 보다 조금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사자심왕 리처드 1세의 예루살렘 정복 이후 연이은 패배로 교회 중심의 권력 구조가 서서히 약화되는 시대상을 다루고 있으며 그 안에 녹아있는 고딕 양식 등의 건축 양식, 성전의 미명하에 처참히 학살된 생명, 교황으로부터의 권력에 벗어나고 싶었던 왕들의 이야기, 템플 기사단으로 대표되는 기사들의 일화가 담겨 있다.십자군고딕양식

책의 말미에는 만화에서 모두 다루지 못한 구체적인 설명도 담겨 있어 유익하다.말미정리

전반적으로 살펴볼 때 서양의 중세를 떠올리면 암울하고 초라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동방의 찬란한 문화에 한참 뒤떨어져 있으며 로마의 멸망 이후 서구 관점으로 쓰여진 세계사 교과서 조차 많은 부분을 다루고 있지 않다. 그나마도 다루는 것은 십자군 전쟁이나 페스트, 봉건제와 같은 발전적이라기 보다는 네거티브한 소재들 위주로 다룰 뿐이다.

하지만 본 도서를 읽고나면 중세가 약간 달리 보인다. 어쩌면 인간의 추악함과 무식함 모두 비춰졌던 이 시절이 르네상스에서 산업혁명으로 이어지는 강한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류의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역사”라는 토인비의 명언에서 알 수 있듯 종교의 탐욕과 연옥의 출연이라는 암울한 현실에서의 탈피를 위한 고뇌는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의 사고방식을 가능하게 했다.

전쟁은 사랑을 더욱 애틋하게 했고 기사들을 소재로 다룬 문학 작품속에는 새 시대를 열망하는 꿈틀거림이 담겨있고 페스트로 수 많은 목숨이 사라졌기에 의학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발전이 가능했으며 봉건제도와 농노제 속에서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씨앗이 탄생하였을 것이다.

본 도서를 통해 중세라는 암흑기를 객관적으로 보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더 이상 깊이 들어갈 수 없는 바닥중의 바닥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모든 인생이 그렇듯 바닥을 디뎌야 다시 뛰어오를 수 있지 않겠는가? 세계사 역사 책을 통한 일방적인 암흑기라는 인식 혹은 왕좌의 게임이나 아서왕의 검과 같은 최근 드라마 작품을 통한 겉멋든 로망 보다는 암울한 시기에서 빛으로 이어지는 비결을 배울 수 있는 시대라는 점에서 중세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마지막 3부의 출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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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1 : 만화로 배우는 서양사 - 암흑의 시대 중세를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 한빛비즈 교양툰 10
플로리앙 마젤 지음, 뱅상 소렐 그림, 이하임 옮김 / 한빛비즈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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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중세 시대를 생각하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시는지?

아마도 기사, 봉건제, 농노, 십자군 전쟁, 종교, 페스트, 신성로마제국 혹은 프랑크 왕국 등이 떠오를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것들로 대표되는 수백년 서양 중세 시대를 2권의 만화로 요약한 책이다.

저자는 프랑스 렌Rennes 2대학 교수이며 귀족 계급과 교회 관련 연구 분야에서 프랑스 최고의 중세 전문 역사학자로 평가받는 사람이다. 중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화로 구성된 점이 장점이며 세간의 평과는 다소 다른 중세의 명확한 실체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본 도서의 장점이다. 본 도서는 총 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중 본 리뷰에서는 1, 2부를 다룬다.

먼저 책이 다루는 내용을 살펴보자.

1부에서는 프랑스 프랑크 왕국령에 위치한 다수의 국가와 군주들 사이에서 위그 카페 왕조를 중심으로 한 정치적인 흐름이 소개된 후 그레고리오 개혁으로 대표되는 교회, 교황, 수도사 중심으로의 권력 이동에 대한 시대적 배경을 담고 있다.카페왕조
종교권력

당시의 전투 방식과 근친혼 위주의 왕가 혈통 계승 등 시대적 디테일도 읽어봄직한 요소들이다. 종교의 영향으로 상상의 세계가 현실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농민들과 여성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의 생활상과 민주주의로 이어질 씨앗의 태동도 느낄 수 있다.

2부
2부에서는 주로 십자군 전쟁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중세 이야기를 다룬다. 1부에서와는 약간 다르게 현 시대를 살고 있는 남녀 두명의 주인공들이 여행을 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 1부 보다 조금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사자심왕 리처드 1세의 예루살렘 정복 이후 연이은 패배로 교회 중심의 권력 구조가 서서히 약화되는 시대상을 다루고 있으며 그 안에 녹아있는 고딕 양식 등의 건축 양식, 성전의 미명하에 처참히 학살된 생명, 교황으로부터의 권력에 벗어나고 싶었던 왕들의 이야기, 템플 기사단으로 대표되는 기사들의 일화가 담겨 있다.십자군고딕양식

책의 말미에는 만화에서 모두 다루지 못한 구체적인 설명도 담겨 있어 유익하다.말미정리

전반적으로 살펴볼 때 서양의 중세를 떠올리면 암울하고 초라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동방의 찬란한 문화에 한참 뒤떨어져 있으며 로마의 멸망 이후 서구 관점으로 쓰여진 세계사 교과서 조차 많은 부분을 다루고 있지 않다. 그나마도 다루는 것은 십자군 전쟁이나 페스트, 봉건제와 같은 발전적이라기 보다는 네거티브한 소재들 위주로 다룰 뿐이다.

하지만 본 도서를 읽고나면 중세가 약간 달리 보인다. 어쩌면 인간의 추악함과 무식함 모두 비춰졌던 이 시절이 르네상스에서 산업혁명으로 이어지는 강한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류의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역사”라는 토인비의 명언에서 알 수 있듯 종교의 탐욕과 연옥의 출연이라는 암울한 현실에서의 탈피를 위한 고뇌는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의 사고방식을 가능하게 했다.

전쟁은 사랑을 더욱 애틋하게 했고 기사들을 소재로 다룬 문학 작품속에는 새 시대를 열망하는 꿈틀거림이 담겨있고 페스트로 수 많은 목숨이 사라졌기에 의학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발전이 가능했으며 봉건제도와 농노제 속에서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씨앗이 탄생하였을 것이다.

본 도서를 통해 중세라는 암흑기를 객관적으로 보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더 이상 깊이 들어갈 수 없는 바닥중의 바닥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모든 인생이 그렇듯 바닥을 디뎌야 다시 뛰어오를 수 있지 않겠는가? 세계사 역사 책을 통한 일방적인 암흑기라는 인식 혹은 왕좌의 게임이나 아서왕의 검과 같은 최근 드라마 작품을 통한 겉멋든 로망 보다는 암울한 시기에서 빛으로 이어지는 비결을 배울 수 있는 시대라는 점에서 중세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마지막 3부의 출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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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후 내가 이 세상에 없다면
시미즈 켄 지음, 박소영 옮김 / 한빛비즈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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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본 도서는 4천 명이 넘는 암환자를 상담해 온 정신과 의사의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관한 기록으로 오늘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죽음에 대한 생각만큼 삶의 소중함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또 있을까?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똑같은 일상에 싫증을 느끼면서도 변화에 대한 불안을 느껴 불만족스럽게 살아간다.

또한 죽음에 대한 인식또한 인색하다. 지금 당장 책의 제목과 같이 스스로에게 주어진 시간이 1년 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해보자. 이성 회로가 마비되고 양자 역학보다 어려운 느낌의 깜깜함에 빠져들 것이다. 죽음은 본능적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먼저 죽음을 피하지 말고 직시할 것!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첫 번째 메시지이다. 죽음을 실감할 수 있어야 앞으로 살아갈 하루하루에 대한 소중함을 느낄 수 있음은 물론 생각에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죽음을 직시하기 위해 이 책에는 그런 깜깜함을 이미 겪은 죽음을 맞닥뜨린 선배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들과 상담을 나눴던 저자의 일화는 죽음에 대한 깜깜함의 실체를 직시할 수 있도록 서서히 불을 밝혀준다. 육체적인 아픔은 어느 정도 예상되기에 그 보다 훨씬 중요한 정신적인 면에서 어떤 스트레스를 맞이하게 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2017년 일본 암연구진흥재단의 통계에 따르면 사는 동안 암예 걸릴 확률은 남성이 62%, 여성은 47%에 이른다고 한다. 저자는 먼저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암을 살펴보며 죽음의 실체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설명한다. 암 진단 이후 우울 상태에 빠지는 환자 비율은 5명 중 1명이며, 자살률은 24배에 달한다. 아래 암을 동반한 스트레스와 구체적 사례가 표로 잘 정리되어 있다. 구체적인 사례를 하나씩 살펴보면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구체적인 생각들이 떠오를 것이다.암

더불어 죽음을 마주할 때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과거 심리학 연구에서 어느 정도 밝혀진 바가 있다. 크게 세 분류로 나눌 수 있는데 책에 소개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사람이 죽음을 두려워 하는 이유는 뭘까?
    •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공포
      • 마지막은 어떤 식으로 고통스러울까?
      • 통증은 얼마나 괴로울까?
    • 자신이 사라짐으로써 발생할 현실적인 문제
      • 어린 내 자녀의 미래가 걱정된다.
      • 연로하신 내 부모가 느낄 슬픔은 어떻게 보살필까?
      •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완수할 수 있을까?
    • 내가 소멸한다는 공포
      • 사후 세계는 어떤 곳일까?
      • 내가 소멸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저자와 많은 상담을 나눴던 다양한 환자들의 일화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죽음의 실체를 조금 더 느껴볼 수 있다. 대부분 모든 것을 잃었다는 상실감을 마주하고 현실을 인정하고 난 뒤엔 달라진 현실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 중 하루카씨와 나눴던 저자의 대사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오카다 씨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살아오셨네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면서 살았던 겁니다. 그래서 현재를 사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거죠.”

다행히도 오카다 씨는 죽음의 문턱을 넘어 암을 완치하게 되는데, 완치 후의 그의 말 또한 인상적이다.

“평범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니었어요. 당연한 건 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감사하는 마음이 넘쳐나요.”

두 대사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어느 쪽에 서 있느냐에 따라 우리가 깨달아야 할 교훈을 대변할 수 있는 말들이 아닐까?


우리는 죽음 앞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몇가지 저자의 조언을 정리해보았다.

  • 죽음에 대처하는 자세
    • 환자 가족들은 장거리 달리기가 될 수 있으니 환자를 위해서라도 페이스를 조절해야 한다. 괴로운 마음에 몸을 망치지 말고 자기 자신을 돌봐야 한다.
    • 통증 완화 방법이 발전하여 생각하는 것만큼 죽음을 맞이하는게 고통스러운 일은 아니다.
    • 환자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무엇을 소중히 여겼는지, 암이 인생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지금 무엇이 가장 힘든지에 대한 질문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의 상담 방법이며 이 질문과 대화를 통해 환자는 인생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마찬가지로 가족의 질문 또한 환자의 우선순위를 정리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 건강
    죽음은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굳이 빨리 맞이할 필요는 없을 뿐더러 아프며 죽음을 맞이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 그렇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건강이다. 특히 사망 원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암에 걸리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들은 다음과 같다.
    • 금연, 절주, 염분 섭취 줄이기, 헬리코박터 필로리균 제균, HPV 바이러스 백신 등
  •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 죽음을 마주하고 인생을 돌이켜 보며 현재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해본다.
      • 성장배경이 어땠는지?
      • 사춘기에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 성인 이후 어떤 삶을 살았는지?
      • 무엇을 목표로 했는지?
      • 무엇을 싫어했는지?
      • 결국, 인생 계획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했)는지?
    • 사람의 힘은 위대하여 회복력이 존재한다. 저자는 죽음을 목전에 둔 환자들에게 적어도 “환자의 마음이 무너졌다”고 생각이 든 경우는 없었다고 한다. 회복력을 통해 새로운 세계관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를 외상 후 성장이라고 한다. 다만 새로운 세계관을 죽음앞에서만 아닌 평소에도 깨닫을 수 있다면 더욱 값진 일이라 할 수 있다.

    • Must에서 Want
      저자와 상담한 대부분의 암 환자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메시지는 조금 더 본인 스스로의 내면이 원하는 인생을 살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고 말하고 있다. 부모 혹은 주위의 기대와 시선때문에 스스로 원하는 삶이 아닌 남들에게 후한 평가 점수를 받기 위해 인생의 대부분을 낭비한다는 말이다. 그마저도 죽음을 맞이하고 나서야 깨닫는다. 아마도 이 교훈이 저자가 책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정말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심각하게 돌이켜 볼 때이다.

    • 시한부 환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새로운 계획 중의 하나는 소중한 사람과 보내는 시간이다.

    • 설사 사후 세계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소중한 사람의 마음속에 내가 남아 머문다고 생각하는 자세. 소중한 사람들의 마음을 받아 다음 사람에게 건네기.

    • 삶의 마지막에서 오카다 씨가 부모님께 남긴 마지막 말이 떠오른다.

      “젊은 나이에 가는 건 아쉽지만, 그래도 행복했어요. 전부 고마웠어요.”


이 책 덕분에 머릿속을 얼음 같이 굳게 만드는 죽음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죽음을 직시하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해보는 성찰의 시간은 물론 아주 먼 훗날이 되었으면 좋겠지만 언젠가 마주하게 될 가족이나 지인들의 죽음 앞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도 생각해 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하루하루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왠지모를 무기력함에 의욕을 잃어 새로운 원동력이 필요하다면 이 책을 읽어볼 것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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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야마 레이 지음, 김연수 옮김 / 제이펍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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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thon 실전 돌입을 위해 한 권의 책을 추천하라면 본 도서를 추천하고 싶다. Python을 익히고 싶은 사람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겠지만 특히 추천하고 싶은 독자 유형은 다음과 같다.

  • C, Java 등 타 언어에 능숙하나 Python은 다뤄본 적이 없는 분
  • 객체지향이나 비동기 메커니즘 등 프로그래밍에 자주 활용하는 개념을 잘 알고 있지만 당장의 실전 프로젝트가 막막한 분

독자 유형만으로 책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듯이 실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구구절절한 설명보다는 소스코드로 설명하는 책이다. 몇가지 주목할 만한 장점들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본다.


  • 실전 중심의 구성
    개념을 정리해주는 책도 좋지만 사람의 기억 용량에는 한계가 있고 실전에서 기본 개념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일일이 찾아볼 시간도 없다. 객체 지향이나 파이썬만의 독특한 제너레이터, 데커레이터, 콘텍스트 관리자, 디스크립터, 특수메서드 등의 개념들은 미리 익혀야 하는 개념이지 실전 단계에서 들여다 볼 지식들은 아니다.

    그런점에서 본 도서가 마음에 드는 점은 실전에 필요한 뼈대만을 일목 요연하게 정리하였다는 점과 메타지식을 찾아보기 쉽게 구성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10장 동시처리 챕터를 예로 들 수 있겠는데 책을 검증해보고 싶다면 오프라인 서점에서 본 챕터를 읽어보길 권장한다. 동시처리는 제법 어려운 개념인데 이렇게 깔끔하고 알기 쉽게 딱 실전에 필요한 만큼만 언급한 책은 드물거라 생각한다.동시처리

    실전에서 필요로만 하는 핵심 개념만 언급하고 바로 소스코드로 설명하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어 명확한 이해가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띄는 장점이다.


  • 완성된 프로젝트를 향한 유기적인 구성
    각 장에서 익힌 소스 코드들을 하나의 실전 프로젝트로 연결해나가는 구성으로 되어 있어 전체 프로젝트를 유기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Python 프로그래밍을 잘 하는 것과는 별개로 프로젝트 실무 기술이 부족하면 보통 아래와 같은 문제에 봉착한다.

    • venv 가상환경의 개념이 없어 여러 프로젝트 간 라이브러리 충돌 발생
    • setup.py를 몰라 github에서 타인의 소스코드를 실행하지 못함. 혹은 스스로 프로젝트를 구성하지 못해 github 공유에 어려움을 겪음
    • 테스트 케이스를 구현할 줄 몰라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을 겪거나, 테스트 없이 실전에 배포하여 다양한 문제에 직면
    • Mock의 개념을 몰라 비효율적인 코드를 개발
    • 예외, 임계값, 콘텍스트 관리자 등 테스트를 적용하기 어려우면 무조건 건너뛰어 향후 예기치 않은 오류 발생
    • Git 혹은 CI 도구와 프로젝트를 연동하는 방법을 몰라 팀 단위 커뮤니케이션에 차질 발생

    만약 이런 유형들의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면 그리고 아직 해결책을 모른다면 이 책은 훌륭한 솔루션이 될 것이다. 이런 문제들이 어려운 이유는 하나 하나 자체 개념이 어려워서는 아닐 것이다. 전반적으로 경험 부족 혹은 다양한 기술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프로젝트 스킬이 부족하기에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런 유형들에 대비할 수 있도록 본 도서에서는 맨 마지막 챕터인 13장에서 심플하면서도 유기적으로 완성도 높은 프로젝트를 개발하며 실무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준다.프로젝트


  • Pythonic, 유연성
    다른 언어 대비 Python의 유일한 특징 하나를 꼽으라면 개인적으로 유연성을 꼽고 싶다. Python은 어떤 실전에서도 비단뱀처럼 능수능란하게 빠져나가는 특수한 능력이 있다.

    C나 Java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이게 왜 안돼?”

    라며 머리를 쥐어 뜯는 반면 Python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이게 왜 가능해?”

    라며 머리를 쥐어 뜯곤 한다. 아마도 나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 것 처럼 기존 다른 언어를 아는 것이 되려 Python 활용에 독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다. 이런 특성 때문에 Python이 능숙하지 않다면 데이터 분석에는 범용 언어가 아닌 R이 편해지거나, 프로젝트 개발 시 명확한 패턴이 존재하는 Java를 선호하게 될지도 모른다. 대신 Python에 능숙해지기만 한다면 상황에 따라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 수도 있다. Python을 처음 익히며 황당했던 몇가지 유형은 다음과 같다.

    • None vs Null : print()하면 아예 안나오는 것 부터 독특하다. 이런 특성 덕분에 인스턴스 인자 초기화나 가변 객체의 동작을 처리하는데 전략적으로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
    • 특수메서드 : 예를 들어 new() 특수메서드를 이용하면 원본 클래스의 인스턴스가 되지 않도록 인스턴스화 할 수 있다.
    • 언더스코어 : __로 시작하는 속성은 외부 참조시 별도의 변환 규칙을 활용한다. 함수나 iter() 기능의 특정 값을 무시하는데 사용하기도 한다.
    • 모듈, 패키지, init() 개념이 명확하지 않으면 import문도 쉽지 않게 느껴질 것이다. 대신 알면 그 어떤 언어보다 깔끔하고 편리한 연동이 가능하다.
    • 함수 vs 객체메서드 : x.sort() vs sorted(x)
    • 다중 상속이 가능하며, 다이아몬드 문제를 해결하는 패턴을 알고 있어야 한다.다중상속
    • LBYL과 EAFP 사이의 유연성 줄타기나 가변 인자 ** 등등..

    너무 유형이 많아 기억나는 몇가지만 열거했다. 이러한 Python의 황당함(?)을 책에서는 유형별로 거의 빠짐없이 정리하고 있다. 초보시절부터 개인적으로 정리해왔던 내용들이 거의 다 등장하고 있고 미처 몰랐던 것도 알려주고 있어 책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저술했는지 정성이 느껴졌다.

    이에 그치지 않고 좀 더 주의 깊게 살펴볼 유형들은 관련 PEP 레퍼런스를 참고할 수 있도록 안내하며, 함정 코너로 주의할 점을 알려주고, 때로는 무리한(?) 실험 정신 코드를 작성하며 Python의 유연성을 살펴보는 등 다각도로 Pythonic에 도움을 준다는 점이 또 다른 장점이라 할 수 있다.


그 외 장점으로 번역 수준이 훌륭하고 소스 코드의 가독성도 좋아 구성도 훌륭하다고 평하고 싶다. 더불어 딱히 단점은 찾기 어려웠다. 다만 유의할 점은 프로그래밍의 기초 개념이 약한 분들은 입문서를 먼저 익히고 읽을 것을 권유한다. 실전 위주의 구성이 최고 장점이기에 어려운 개념들의 핵심은 잘 알려주지만 상세하고 자세히 설명하진 않기 때문이다.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다른 언어 하나 쯤은 깊이 파본 분들에게 매우 적합한 실전서이다. 그 중에서도 Python 실전 프로젝트를 처음으로 임하는 분들께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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