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썬으로 시작하는 캐글 - 입문에서 컴피티션까지 제이펍의 인공지능 시리즈 (I♥A.I.) 30
이시하라 쇼타로.무라타 히데키 지음, 윤인성 옮김 / 제이펍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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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가급적 최단 시간 내에 Kaggle 경진 대회의 실전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된 책으로 대회에 필요한 주요 뼈대를 잘 간추린 실전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지금까지 한글로 출간된 캐글 서적은 모두 읽어봤는데 이 책을 포함해서 모두 캐글을 접하기에 좋은 양서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때문에 캐글 경진대회에 참여하기 위한 독자의 수준이 중요한 갈림길이 될 것이라 생각하여 책 소개에 앞서 시간을 아끼고자 가장 적합한 대상 독자층을 먼저 언급하고자 한다.

  • Kaggle 경진대회에 한 번도 참여해 보지 않은 분
  • 경진대회에 참여해 본 경험이 있으나 Kaggle이 처음인 분
  • 그 외 Kaggle 혹은 머신러닝 입문자

위 독자층이라면 이 책이 상당히 좋은 입문서가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코딩을 필요로 하는 실무 대다수가 그렇듯 일단 “백견이 불여일타”가 중요하다고 본다. 아무것도 모를지라도 당장 실전에 돌입하고 코딩해보면 적은 시간만 투입해도 전체적인 윤곽을 익히는데 효율적이기 때문이다.메달

이 책은 캐글을 깊이 있게 분석하기 전에 일단 시작하고 본다. 예제는 입문용 대표적 튜토리얼로 손꼽히는 타이타닉 생존율 예측 경진대회로 시작을 한다. 1장에서 짧막한 개요를 설명한 후 바로 Notebooks으로 실습에 들어간다.개요

실전 중심의 구성이라 말할 수 있는 또 다른 하나의 증거는 책의 구성이다. 지금까지 접했던 캐글 혹은 다른 경진대회에 관한 책은 실습 코드를 작성하며 Python 문법 혹은 관련 라이브러리, 통계적 지식에 대해 코드 하나 하나 깊이 설명을 하고 넘어가는 구조인데 이 책은 구성이 좀 다르다.

2장에서 캐글 경진대회용 코드를 작성하는 일련의 과정을 쭉 훑어본 후 상세 코드 설명은 맨 마지막 부록에서 상세히 다룬다. 입문자 기준으로는 어쩌면 어떤 기능의 코드인지 명확히 알지 못한채 다음 챕터로 넘어가는 셈인데 덕분에 캐글에 참여하는 전체 메인 흐름이 쉽게 한 눈에 들어온다.

즉, 머신러닝 보다는 캐글의 시스템에 적응하고 모델의 알고리즘을 활용하는 일련의 분석 과정을 빠르게 한 바퀴 도는 것이 목적이기에 먼저 리더보드의 점수를 확인하고 상세 설명에 들어가는 편이다. 캐글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는 입문자라면 중간 중간 삼천포에 빠지지 않고 캐글을 빠르게 여행해 볼 수 있는 장점이 인상적인 책이다.

이러한 구성은 개인적으로는 매우 마음에 든다. 다른 분야보다 코딩이 필요한 세계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코드가 추상적이고 애매한 개념에 대한 전달의 혼선 가능성을 배제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머신러닝과 데이터 분석 경험이 풍부하나 캐글이 처음인 독자들이 빠르게 익히는데도 효율적인 구성이 될 것이다.

반면 캐글에 이미 익숙하거나 타이타닉 생존율 예측 경진대회 정도는 쉽게 다룰 수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진 않다. 90% 이상은 이미 아는 내용일 것이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을 중요한 파트부터 간단하게 정리해보고자 한다. 우선, 가장 핵심은 2장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타이타닉 문제를 해결하며 캐글 데이터 분석 일련의 과정을 익히는 부분이다.

  • 예측 결과 submit : Kaggle Notebook / csv 업로드 / Kaggle API
  • EDA : Pandas Profiling 활용(Overview, Variables, 피처와 목적변수 간 관계 확인)
  • 피처 엔지니어링 : 재현성과 Random Seed, 파생변수 생성
  • 알고리즘(모델) : Logistic Regression, LightGBM, RandomForest 활용
  • 하이퍼파리미터 : 수동 조정, 튜닝 조정(여기서는 Optuna 사용)
  • 교차검증 : 데이터 분포 고려(목적변수, 시계열, 그룹)
  • 앙상블 : StratifiedKFold, RandomForest, HoldOut 간 다수결 구조

캐글 경진대회에 한 번이라도 참여한 분들은 알고 있겠지만 정말 캐글에서 필요로 하는 전반을 아주 빠르게 다룬다. 물론 하나의 파트마다 고득점을 위해 대부분 깊게 배워야 하는 부분들이지만 입문자의 입장에서 너무 한 지식에 깊게 빠져 시간을 낭비하거나 방대한 학습량에 주눅들기 보다는 먼저 빠르게 전체 흐름을 이해하는 이 책의 전략은 상당히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처음 시작할 때 EDA와 시각화라는 지역최저점(?)에 빠져 전체 일련의 과정을 훑어보기까지 의외로 많은 시간을 낭비했던 기억이 난다.

반면 이 책은 EDA도 Pandas Profiling라는 유용한 라이브러리로 한 눈에 파악하고, 심지어 알고리즘도 바로 LightGBM을 사용하는 돌직구를 던짐으로써 입문자가 빠르게 한 사이클을 도는데 적합하게 구성되어 있다. LightGBM을 활용하며 표준화, 결측치, 카테고리 변수 처리 등의 NeuralNet에서 필수적인 몇가지 전처리 과정을 지나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외 1장은 캐글의 전반적인 시스템과 평가 구조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을 다루고, 3장에서는 타이타닉과 같은 튜토리얼 입문용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진대회에 도전할 때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사항을 체크한다. 다중 테이블 간 정규성 확인, 이미지, 텍스트 등이다. 4장에서는 스스로 참여할 캐글 대회를 선정하는 방법이나 분석 환경을 선택하는 방법 등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몇가지 Tip을 알려준다.

저자 중 한 분은 우승 경험이 있는 캐글마스터이고, 다른 한 분은 솔로 금메달 획득 경력이 있는 캐글마스터로 배울 것이 많다. 재미있는 것은 각 장마다 저자들의 이야기 코너가 수록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책의 내용은 대부분 알고 있는 것들이었기에 캐글마스터들의 경험이 오가는 이 파트가 가장 재미있었고 유용했다. 그 중 인상적이었던 것 몇 가지를 요약해 본다.

  • Shake up : Public LB vs CV, Validation의 중요성, 안전-위험 모델 선택 전략
  • Tabular 경진대회의 경우 피처 엔지니어링이 승부의 관건이며 도메인 지식도 중요하다. NN을 활용하는 경우 피처엔지니어링 보다는 논문 등의 최신 정보를 얻어 네트워크 구조에 적용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 데이터를 잘 관찰해서 적절한 처리를 미리 했던 팀들이 상위권을 차지함. 입력 데이터 분포를 예측하여 활용한 조언도 유익했다.
  • Notebooks, Discussion의 공개된 정보들만 잘 취합해도 동메달 정도는 딸 수 있다.

대화

이것으로 리뷰를 마치며 캐글을 처음으로 접하는 입문자라면 꼭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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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직 안 죽었다 - 낀낀세대 헌정 에세이
김재완 지음 / 한빛비즈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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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나를 깍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뿐 이젠 버릴 것조차 거의 남은게 없는데 문득 거울을 보니 자존심 하나가 남았네.”

혹시 이 노래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을지? 저자는 74년생, 한국나이로 올해 48세이니 40세 ~ 50세 연령의 독자라면 아마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노래일 것이다. 73p에 수록된 신해철의 민물 장어의 꿈이라는 이 노래는 당시 유명하고 인기 많았던 노래다.

이 책은 옛 추억부터 인생의 다사다난한 이야기까지 삶을 안주거리 삼아 저자와 비슷한 나이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과 함께하는 책이다. 읽다보면 왠지모를 푸근함이 느껴진다. 저자는 내게 형님뻘 정도 되는 나이인데 삶을 먼저 살아온 선배로써 인생의 기로에서 선택할 수 있는 지혜 혹은 지금은 모르지만 나이 먹어가며 알게 될 소중한 무언가 등을 깨닫게 해준다.

하지만 그런 깨달음보다 얻을 수 있는 소중함은 마음의 풍만함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최고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각자의 인생에서 최선을 다해 달리고 있을 것이다. 책에서 표현했듯 인생의 대부분은 아픔이고 기쁨은 순간이다. 그렇게 내 마음은 상처받고 있지만 부족한 나를 자책하느라 아파할 겨를도 없이 달려간다. 그리고 문득 돌이켜 보면 어느새 인생 절반이 사라져있다.

정신없이 달려온 나는 누가 위로해주나? 대부분의 남자들이라면 술자리와 친구가 빈자리를 채워줬을 것이다. 그런데 왠걸? 30대에 만났던 친구들은 하나둘씩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가족과 와이프의 눈치를 봐야 한단다. 나도 마찬가지니 할 말은 없다. 소수 정예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던 모임은 코로나19로 박살이 났다. 아마 나만의 아픔은 아닐 것이다.

정신없이 바쁘고 살아온 나에게 이 책은 쉴 틈을 주었다.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내 추억속으로 여행을 떠나게 해준다. 저자의 경험을 읽으며 잊혀졌던 과거가 하나둘씩 떠오른다.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덧 쇼파위에서 미친놈처럼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맞아. 내가 그랬었지. 그 때 너무 행복했는데 왜 까맣게 잊고 살았을까?”

그렇게 잊혀진 내 삶에 새싹이 돋아난다.

민물 장어의 꿈을 인용한 이유는 이런 맥락에서다. 이 노래는 내가 Live로 들었던 노래는 아니다. 나보다는 나이 많은 선배들이 즐겨듣던 노래인데 대학 동아리 방에 고학번 선배들이 주구장창 틀어놓았기에 처음엔 반 강제로 들었다. “신해철의 노래에 담긴 철학을 니들이 아냐?” 등등 당시 별 시시콜콜한 아재들의 얘기를 술자리에서 반 강제로 들었던 때문인지 어느덧 노래에 중독된 나를 발견했었다.

MP3 포맷이 대한민국에 처음 등장했을 무렵 난 자취방에서 이 노래를 원 없이 들었다. 노래속의 민물 장어는 나다. 이 거센 물살을 거슬러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 상상도 해보고 지금 생각하면 풋내기이지만 당시에는 성인이 되어 나름 심각했던 인생의 장애물들을 어떻게 극복할지 고민해본다. 웅장한 멜로디는 이상하게 나를 달래는 힘이 되어준다.

저자와 내게는 민물 장어의 꿈이겠지만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먼 미래에 BTS의 노래를 들으며 이런 감흥을 느낄지 모르겠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일지, 더클래식의 노래일지, HOT의 노래일지, 박효신의 노래일지, 아이유의 노래일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누구나 이런 곡 하나쯤은 반드시 있을 것이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한 마디로 정의하기 너무 어려웠는데 비유하자면 그런 느낌이다. 사람들이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는 현실의 나를 위로해주는 것 혹은 그 안에 숨은 창의성에 교감하는 것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당시 노래를 듣던 과거의 나를 생생하게 살아나게 해준다는 것도 아주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그런 노래다.

이심전심일까? 저자와 통한 것인지 편집자와 통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의 목차는 여느 책 처럼 1장, 2장, .. 혹은 챕터1, 챕터2, .. 이런식으로 흔하게 구성되어 있지 않다. 대신 가족 Track, 추억 Track, 직업 Track, 현생 Track 이렇게 4개의 Track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치 음악처럼 말이다.트랙

의도였는지는 모르지만 각 트랙들은 거의 타임라인 순으로 이어져 있다. 추억에 잠겨있다 현실로 돌아오는 액자식 구성이 섞여 있어 완전한 타임라인은 아니지만 난 가급적 책을 순서대로 읽을 것을 권장하고 싶다.

가족, 추억 트랙을 읽다보면 잊혀었던 과거의 내가 선명해진다.

“그 때 그런 꿈을 갖고 살았었지. 당시 내 가치관은 이랬었지. 맞아, 어린 나이에 돈만이 벌어서 어머니께 뼈에 좋은 오스칼 약을 사다 드린다고 했었지! 근데 지금 그 정도의 돈은 있는데 왜 아직 못 사다 드렸지?” 등등 별의 별 내 모습이 시시콜콜 다 떠오른다.

그렇게 또 하나의 내가 탄생한다. 아니, 정확히는 잊혀졌던 과거의 내가 내 옆에 서 있게 되는 느낌. 그리고 그때의 삶과 덧칠해진 지금의 나 둘이 책을 함께 바라보는 느낌이다.

그렇게 둘이 함께 업, 현생 트랙을 읽으면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된다.

“와.. 이거 완전 잘못살고 있었네.. 아니 이런.. 쓰레기가 다 있네.. 인생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저 열심히 달리고 있으면 잘 살고 있는거라고 착각하고 살았어.. 그러니 할만큼 다 했는데 이 모양이 되었다고 주위와 인생을 원망하지..”

지금의 내 모습을 내가 보는 것이 아닌 제 3자가 봐주고 얘기해주는 기분이랄까? 지금 내 모습이 또렷하게 보인다.

지식을 쌓는 목적으로 주로 책을 읽어온 나에게 이런 책은 좀 특별했다. 그래서 리뷰를 쓰기 너무 어려웠다. 주로 어떤 지식을 담고 있다고 요약하며 작성해 왔던 리뷰 스타일에서 요약할 것은 없는데 내용은 충만하니 이걸 어떻게 써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머리 보다는 가슴으로 읽는 책인지라 책의 내용보다는 느낌을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잊혀졌던 소중한 기억, 기억의 틈에 숨은 소소한 행복들,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 어떻게 살아가라고 현명하고 단호하게 꾸짖는 소년시절의 나를 발견하고 싶다면 이 책과 함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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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 한빛비즈 교양툰 8
압듈라 지음, 신동선 감수 / 한빛비즈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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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북두신권 만화, 각종 CF에서 화자된 드립(?) 등 각종 재미있는 수단으로 암기 과목의 대마왕이자 징그럽고 무서운 해부학을 재미있고 유쾌하게 설명해주는 교양 만화이다.

나 역시 이 책을 너무 좋아하지만 나보다 이 책을 더 애독하는 독자가 우리집에 한 명 더 있는데 바로 내 아들 녀석이다. 아들이 처음 이 책을 만났을 때 7살의 어린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부모 강요없이 혼자서 2일 동안 내리 3번을 읽었다.

책을 스스로 3번이나 읽는 것도 신기했지만 아무리 그림책일지라도 글자가 상당히 많은 편인데 이 굵은 책을 완독한게 신기했다. 그래서 이 책은 내게 그저 재미있고 유용함을 넘어선 너무도 감사한 책이 되었다.

언급한 바와 같이 책의 최고 장점을 꼽자면 아이 교육에 너무나도 좋다는 점이다. 우리집엔 이 책이 2권이 있다. 먼저 있었던 한 권은 아들 녀석이 꼬맹이 시절 낙서하고 그림 그리고 하느라 원본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훼손(?)되어 있다.

그런데 덕분인지(?) 맨날 졸라맨 모양으로 그리던 사람 그림을 곧잘 그리게 되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랬던 것처럼 의학과 미술은 묘한 공통 접점이 있는가 보다.

그 뿐만이 아니다. 한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아래 그림처럼 책에는 인체에서 비유된 한자 설명도 등장하곤 하는데 이 그림을 본 이후 아이가 냉장고에 붙어있는 한자 모음 그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무언가 비슷한 형상을 따라했다는 상형문자에 흥미를 느낀 것 같았다.한자

아들은 우주도 상당히 좋아한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보면서 왜 인류들은 이렇게 바보같이 지구가 중심에 있다고 생각했냐고 의아해하곤 했는데 의학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있음을 알고는 시기를 비교하며 읽었다고 한다.

중세시대까지 갈레노스의 굴레에 갇혀 수 천년간 인류의 해부학이 정체되어 있었는데 베살리우스가 이를 혁파하며 저서 파프리카의 속표지로 아래 그림이 전해진다고 한다.파프리카

천문학과 비슷한 일이 왜 비슷한 시대에 일어났는지 신기해하며 역사의 가치를 알아가는 모습이 대견했다. 그보다 진리라는 것에 한발 자국 다가서는 안목이나 방법을 스스로 깨쳐가는 것 같아 괜시리 내가 뿌듯해졌다.

아들이 다방면의 지적 세계에 관심을 갖고 문을 열어 발을 내딛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책의 가치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아이를 둔 학부모께 반드시 권하고 싶은 책이다.


성인 독자를 위해 이제 나의 시점으로 책의 장점을 설명해 보려 한다.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지금까지 내가 인지했던 우리 몸 구조가 실제와 너무도 달랐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우리 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계기는 의학 계통의 전공자가 아닌 이상 건강과 질병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직업병 때문인지 척추 밸런스가 불균형하고 마우스를 주로 사용하는 오른쪽 등 근육 혹은 허리 통증에 고생할 때가 많은데 그 때마다 몸의 구조도 찾아보고 병원 다녀온 후기도 읽어보고 유튜브에서 좋은 요가 동작이나 체조를 따라하곤 한다.밸런스

그런데 가끔 왜 저런 동작이나 처방이 몸에 유익한 것인지 직관적으로 와 닿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다행히 이 책을 만나 절반이 넘는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우리 몸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정교하다.밸런스2

지금은 좀 늙어서(?) 근육 만들기에 크게 관심이 없지만 결혼 하기 전 허벅지 근육을 멋지게 만들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운동을 열심히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열심히 운동을 해도 생각했던 것 처럼 근육이 생기지 않아 의문을 품고 있었는데 이제 알 것도 같다.

내가 당시 생각했던 근육의 모양, 위치, 생김새는 엉망 그 자체였다. 이제 와서 이 책을 읽고 당시의 운동법이 멋진 근육에 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을지 수긍이 간다. 아마도 근육 만들기에 관심이 있는 헬창(?) 분들이 계시다면 이 책 한 권 정도는 먼저 읽고 운동을 하시길 권유하고 싶다.근육

가끔 AI를 연구하며 자연을 통해 신이 주신 인사이트를 얻는 것을 좋아한다. AI에게 데이터 학습 시키는 방법이나 어떤 데이터에서 패턴을 얻는 규칙을 얻는데 가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인사이트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이 그런 신선한 인사이트를 얻는데 도움이 되곤 한다.

아래 그림은 딱따구리 머리의 완충 기능을 모방하여 인간의 불완전한 머리뼈의 기능을 보완하는 헬멧을 설명하고 있다.딱따구리

마찬가지로 마치 나무 뿌리와 유사한 인간 신경계의 구조도 등장한다. 별 것 아닌 그림인 것 같지만 눈에 보이지 않은 닮음 이라는 것을 생각하면서 하는 일에 큰 도움이 되는 번쩍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했다.신경계

그 외에도 이 책에는 갖가지 유익한 정보와 재미거리들로 가득 차 있다. 아이는 물론 내게도 적지 않은 선물을 주었고, 어렵고 징그러운 인체 내부라는 선입견을 걷어내고 우리 몸에 친숙해졌기에 난 이 책을 정말 훌륭한 책이라 극찬하고 싶다.

누구나 나이 들면서 늙고 병드는 것이 순리이기에 이 책 한 권은 읽어보길 권유드리며, 특히 아이가 있는 부모님께는 강력히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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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는 왜 멈추는가? - 자본론으로 21세기 경제를 해설하다
한지원 지음 / 한빛비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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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현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마르크스의 “자본”에 비추어 해석한 책이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현 시점의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한 원인 및 분석을 다루는 1부가 한 축이고, 2 ~ 4부로 구성된 나머지가 한 축인데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한계와 종말, 마르크스의 자본이 제시하는 이상향을 제시하고 있다.

읽는 세대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책이다. 이제 막 40대에 접어들은 내 시대의 사람들이라면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나 똑같은 것이고 무조건 나쁜 것처럼 사상 교육을 받아왔을 것이기에 좋은 시선을 갖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런 사상적인 부분에 대한 판단은 개인적인 자유이니 본 리뷰에서는 자세하게 논하지 않겠다. 다만 그런 판단을 제외하고도 이 책이 가지는 중요한 가치 두가지를 논하고 싶다.


먼저 소개하고 싶은 가치는 경제학이다. 본 도서 1부에서 현 자본주의 경제를 과학적으로 너무 잘 분석하고 있다. 읽는 내내 깜짝 놀랐다. 예전부터 경제에 관심이 많았고 그래서 경제서적을 자주 읽는 편이며 개인블로그에 관련 도서들을 서평으로 정리하기도 했는데 이 책은 차원이 달랐다.

경제 모델의 일부분이나 단편을 기가막히게 잘 설명하는 책은 은근히 많은데 이 책은 그런 부분들을 전부 엮어 숲의 모습으로 일궈낸다. 현 시점 우리가 겪는 자본주의의 맹점들 - 이를테면 양극화에 대한 부분이나, 양적완화의 지속 가능성 여부, 적자재정으로 인한 정부의 부채 증가의 지속 가능성 여부 등 - 의 원인과 실태를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설명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앞으로 아파트 값이 오를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는 말이다. 코로나 이후 경제위기에 대응하고자 정부에서 돈을 풀고 있음은 이미 누구나 체감하는 현실이고 그렇게 돈을 계속 풀면 안될 것 같은데 그 현상이 지속되면 미래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다루고 있다. 이런 기본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이 불가능한데 아파트 가격을 전망할 수 있겠는가?

저자가 주장하는 의도는 이런 현실 경제에 대한 분석 정도에서 그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한 명의 독자로써 현 자본주의의 위기들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1부 위주로 구성된 파트가 가장 마음에 들었고 이론에 급급하거나 외국의 모델로 설명하느라 한국의 현실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거나 일부분만 다루고 있는 그 어떤 서적보다 훌륭한 경제학 교과서라 평하고 싶다. 그 기반 지식은 탄탄한 고전 마르크스의 자본에서 출발하기에 더욱 정교하다.


다음으로 논하고 싶은 것은 사회문제이다. 주로 2 ~ 4 부에 해당하는 부분인데 사회에서 우리가 자주 겪는 단골 고민들을 역시 자본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고민이란 쉽게 말하면 “벼락거지”, “경제적인 독립”, “갑질문화” 등으로 대표할 수 있겠다.

양적완화와 디플레이션을 피하기 위한 각국 정부들의 재정적자 정책에 따른 화폐 가치의 저하 그리고 차고 넘치는 화폐들은 소비를 통한 기업 발전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아닌 자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현 상황이 발생하게 된 원인들을 분석하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본다.

나아가 근본적으로 생산물의 소유권이 노동자가 아닌 기업가에게 주어지고, 노동을 통제받고 임금 총액의 인상 뒤에 가려진 성과급의 이면 등을 파헤친다.

그 외 임금주도성장론, 기본소득제, 서비스업 규제개혁론 등 직장인이라면 한번쯤 생각해봤을 법한 문제들에 대해 다룬다. 각 쟁점들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위해 양측이 참고하기에 더 없이 좋을 만큼 객관적이고 풍부한 사료들을 담고 있어 이를 이 책이 가지는 두번째 주요 가치로 소개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사상적인 부분은 깊게 논하고 싶지 않지만 어쨌든 본 도서에 말하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가 마르크스 자본주의를 기초로 한 자본주의에서 벗어난 변혁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전달하고 싶다.

자본주의에 맹점과 모순은 반드시 있다. 약 1%의 전세계 부자들이 세계 부의 50%를 장악하고 있는 것이 정상일리가 없다. 오히려 체제 붕괴가 아직까지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런 양극화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왜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아파가며 일하는데도 모이는 돈은 없는 걸까?”라는 질문에 자유롭지 못한 사람은 이미 널리고 널렸다. 조금 나은 서민일지라도 내집마련은 이제 평생을 뼈 빠지게 일해도 살 수 없는 요원한 것이 되어 버렸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원인은 무엇이며 해결책은 무엇일지 아마도 각자가 생각하고 있는 방법들이 다를 것이다. 무엇이 뾰족한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에 대한 대답은 주로 사상 문제에 귀결될 것이다. 어떤 사상이 보다 옳은 결론일지 독자들은 읽는 내내 박학다식하고 냉철한 저자와 설전을 벌이게 될 것이다.

그런 설전을 즐기고 싶지 않은 독자라 할지라도 기회가 된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권유드린다. 위에서 소개한 이 책이 가지는 중요한 두가지 가치는 물론이거니와 영화 뺨치는 스케일에 흠뻑빠지다보면 생각의 깊이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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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시대 - 기술이 인류를 소외시키는 사회에 대한 통찰과 예측
브래드 스미스.캐럴 앤 브라운 지음, 이지연 옮김 / 한빛비즈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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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들어가기에 앞서 - 저자에 대하여

기술의 급격한 발전이 미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며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찰을 담은 책으로 MS의 회장과 선임 이사가 공동 집필했다.

본격적인 책의 내용을 언급하기에 앞서 20년 간 IT업계에 몸을 담아온 나로써 독자들을 위한 책의 진솔함을 평가해보려한다. MS의 회장이 쓴 글이기 때문에 사내 정치의도가 책이 담겨있진 않은지 혹은 회사의 이득을 위해 특별한 사상을 강조하는 글이 아닐지 누군가는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MS는 세계 일류의 IT기업이지만 한 때 우리 시장에 독과점으로 횡포의 악명으로도 이름 높은 기업이기도 했다. 특히 빌게이츠 시절의 MS는 적어도 개발자들에게는 큰 환영을 받지 못했다. MS의 IT 기술을 철저한 법적 수단을 강구하여 저작권으로 지키고자 노력했던 행위나 SW 시장이나 생태계에 선순환을 위한 환원 행위는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20년 전 즈음 내 눈에는 그저 돈에 미친 사회악 같은 기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중독되면 잠자고 밥먹는 것조차 잊게 된다는 문명이라는 게임 속에 스티브 잡스가 위대한 기술자로 등장하는데 반해 빌게이츠는 위대한 상인으로 등장하는 것을 보고 게임 개발자도 동병상련을 느끼는건가 실소했던 기억도 난다.

그런데 MS가 변하기 시작한다. 개발자로써 접한 MS의 행보는 2015년 MS Community 행사를 기점으로 크게 바뀌었는데 Visual Studio라는 당시 윈도우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인기 많은 고가의 툴을 오픈소스로 내놓는 행보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이어지는 행보는 더욱 가관이었다. 개발자 오픈소스 생태계에서 지대한 선순환 기여를 하고 있는 GitHub를 인수하더니, 심지어 철옹성 같았던 Windows 운영체제조차 와인이라는 이름으로 오픈 소스로 공개한다. 더불어 OS 독과점 시장에서 벗어나 Azure라는 클라우드 서비스 - 현재 전세계 3위 안에 드는 거대 플랫폼 - 를 시작한다.

도대체 내부에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처음엔 그저 개발자 생태계에서 철저한 외면을 받아 발전이 도태되어 스스로 위기를 자각하고 이제라도 세상에 기여를 하는 척 해야 살아남겠다는 어줍잖은 실익 계산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 상당부분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고, 책에서 말하는 궁극적인 해답 - 아인슈타인이 언급한 바와 같이 인류의 조직력이 기술의 속도를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 - 의 실천적 일환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MS 회장이라는 직책과 무관하게 개인의 통찰을 담은 책이며 다양한 시대사적 배경과 다차원 적인 고찰을 담은 믿고 볼 수 있는 책이라는 점을 먼저 밝혀둔다. 물론 MS에 관련된 실화가 상당수 등장하지만 대부분 논증을 강화하기 위한 실제 사례로 활용되었으며, 간간히 MS 제품에 대한 PPL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대세에 지장을 끼치지는 않는다.


  • 책의 개요와 통찰

검증도 끝났으니 본격적으로 책에서 언급하는 통찰을 요약 정리해보고자 한다.

초반의 빌게이츠 서문은 책의 내용을 잘 대표하고 있다. 저자 브래드의 통찰을 바탕으로 IT 기업과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조망할 수 있는 책이라 소개하고 있다. 사이버보안, IT 인력 구성, 미중 문제 등 15가지의 폭넓은 이슈를 다루고 있으며, 그 중 본인은 3장 프라이버시 파트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참고로 개인적으로는 후반 파트 AI와 데이터 부분에서 많은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저자는 MS의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에 대한 소개를 서문을 연다. 과거 인쇄기의 발명 이후 도서관이 지식의 저장소였다면 현 시점의 도서관은 클라우드가 대체하고 있으며 이에 필요한 제반 기술에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떤 수준에 이르렀는지 기술의 발전이 현재 어느 수준에 이르렀는지에 대한 소개로 책의 서두를 장식한다. 여느 소설 못지 않게 데이터 센터를 방문하는 장면에 대한 묘사가 수려하기 그지 없다.

본격적으로 에드워드 스노든이 MS의 고객 정보를 미국 국가안보국에 폭로한 실화를 바탕으로 프라이버시에 대한 포문을 연다. 기술의 발전이 프라이버시에 끼친 영향, 프라이버시와 충돌하는 의제들 - 국가 안보 혹은 개인의 생명 등 - 을 전사적으로 분석하며 프라이버시에 대해 깊게 고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사건은 적어도 MS 경영 정책의 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음은 물론 앞서 언급한 MS의 변화에 지대한 기여를 한 듯 하다.

이어 프라이버시에 대한 원칙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한 사례들이 이어진다. 브라질, 미국 등 국가 차원의 압박으로부터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고자 노력하여 클라우드법이 발효되는 과정은 저자가 변화된 신념을 지키고자 노력한 결과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그 과정은 생각보다 많은 요소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일례로 유럽의 데이터 센터를 아일랜드에 건설하며 국가 간 정치나 알력 문제에서 기업이 취할 수 있는 범위나 법적 제약 등이 무엇인지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을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앞서 이와 충돌하는 가치들이 원칙적이고 철학적으로 검토해 봐야 할 문제라면 3장에서 언급하고 있는 실 사례는 현실과 구체성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기업을 떠나 우리나라에서도 프라이버시 원칙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인지를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이어 해킹과 국가간 사이버 전쟁의 실체를 파헤치며 프라이버시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춘 민주주의의 실체를 다시 한 번 숙고하게 만든다. 기술의 발전으로 바뀌어버린 SNS에서의 우리의 삶과 고찰할 문제들,기술과 국가와 관련된 지정학적 판도 등을 살펴보며 데이터 보다 정확히는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것이 민주주의를 수호함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대전제 인지 다시 한 번 강조한다.

10장 부터는 책의 후반부라 할 수 있겠는데 본격적으로 기술이 우리 삶과 사회에 미칠 영향과 우리가 대처해야 할 방법을 살펴본다. 우선 트럼프의 강력한 반이민정책이라는 시대적 상황과 MS가 이에 맞선 이유와 조치했던 행동들을 설명한다.

나아가 AI 기술의 실체와 윤리 등의 문제를 조명해본다. AI를 연구한 나로써는 현재 CNN 계열의 이미지 패턴인식 기술이 사람을 이미 뛰어넘었음을 잘 알고 있다. 즉, 12장에서 언급하는 안면인식과 같은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얼굴이 지문만큼이나 고유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AI는 귀납적 추론과 통계학에 상당 부분 근거를 두고 있기에 100% 정확하지 않다. MS의 경우 유색인종이나 여성을 오인식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 경찰청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설득하는 사례도 등장한다.

이어서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 할만한 주제인 AI와 일자리에 대해 언급한다. 1922년 소화전이 도입되면서 운송수단이던 말이 직업을 잃게 된다. 이렇듯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승자와 패자가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는 패자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승자도 존재한다는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이에 대한 증거로 직접적으로는 VR(증강현실) 기술의 발전으로 시연 도우미라는 직업이 생겨났다는 예를 들면서 간접적으로 과거 말이 직업을 잃었을 때 자동차 할부를 위한 신용 시장이 급성장 했다는 사실, 그리고 미국의 농업시장이 생존 중심에서 고객이 원하는 상품 중심으로 변한 사례를 언급하며 새롭게 창출된 일자리를 근거로 들고 있다.

MS 기업의 회장 직위가 가져오는 낙관론 편향을 비판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지만 과거의 사례 만큼은 일리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서 AI 윤리를 강조했을 때 프란치스코 교황이 “인간성을 잃지 마세요.“라고 조언했던 바와 같이 우리 사회가 인간성을 잃지 않는다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자리는 지속되지 않을까라는 희망이 떠오르는 대목이었다.

무대는 조금 더 커져 이번엔 국가 차원 특히 미-중 관계로 넘어간다. 시진핑의 방미와 더불어 미국 최고 기업들의 CEO급 들의 일상 단면을 엿볼 수 있다는 사실도 흥미로운 요소이지만, 이 장의 핵심 주제는 국가 간 다양성 인정을 위한 상호 노력의 필요성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0년 간 미국 기업의 최대 궁금증은 중국 시장으로의 진입 실패였는데 이를 해결한 기업은 애플이 유일하다. 그 외 다른 기업들의 중국 시장 실패의 원인을 두고 저자의 다각적인 분석이 시작되는데 소크라테스와 공자의 대결로 대표되는 오랜 철학 및 사상의 근간을 그 중 하나로 뽑는다.

이러한 근간으로 부터 현 시점에는 중국에는 미국과 다른 몇가지 현상이 나타나는데 미국 기업이 직선형 성공에 관심을 보이는 반면 중국은 돌고 도는 세상이라는 관점으로 주위를 살피는 태도 또한 그 중 하나임을 지목한다. 그렇기에 미국에는 없는 독특한 기업형태 - 조인트 벤처 - 문화가 존재하고 이들을 통해야만 중국에서의 판촉 루트가 열리는 것이 중국에서는 당연한 현실임을 인지한다.

인간성과 인간의 조직력이 기술의 발전을 넘어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전제에서 국가 간 상호 존중은 분명 필요한 요소이지만, 같은 동양에 살고 있는 한국인인 나로써는 이 부분은 저자가 중국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중국의 지금과 같은 이기주의는 공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저 공산당이 만든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이어 저자는 데이터 공유가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길임을 강조한다. 물론 각 미-중의 기업을 위시한 IT 기업들이 선점효과 - 저자는 네트워크 효과로 표현한다. - 를 가져가겠지만, 데이터는 2가지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 희망적인 요소라고 말한다.

하나는 사람이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중국의 인구가 엄청나지만 어쨌든 전 세계 인구 18%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저자가 앞서 주장했던 바와 같이 프라이버시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해킹이나 불법 취득으로 국가가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면 다른 국가의 데이터를 가져오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비단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IT 기업도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본 장에서 밝히고 있진 않지만 2장에서 거짓말 쟁이가 되느니 패배자가 되겠다는 원칙을 밝힌 것 처럼 다른 기업이 프라이버시를 무시하고 자기업의 발전만을 촉구한다면 MS에게 치명타가 됨은 물론 저자가 제시하는 모두가 생존하는 시나리오도 깨지게 될 것이다. 아마 이 대목이 저자가 본 도서를 출간한 가장 강력한 의도가 숨어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다른 하나의 특성은 경합성이 없다는 것이다. 즉, 석유와 달리 데이터는 쓰고 또 쓸 수 있다. 닳아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이전 사용자가 찾지 못한 인사이트를 찾는다면 - 즉, 사람이 할 수 있는 창의성이 핵심이라는 의미 - 충분히 선점효과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불어 지금의 SW 생태계가 그러하듯 데이터 시장도 오픈소스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한 해결책임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기술의 혁신이 느려지는 일은 없을 것이기에, 기술을 관리하기 위한 노력 - 정부이든 기업이든 - 이 속도를 내야함을 강조하며 대단원을 마무리한다.

국가와 맞먹을 정도의 거대 기업 MS. 그리고 이를 경영하는 회장의 안목과 통찰력은 배울만한 점이 많았다. 특히, 인간성과 창의성 그리고 데이터의 속성을 꿰뚫어 보는 그의 통찰 덕에 그간 몰랐던 희망적인 면도 바라볼 수 있어 유익했다.

기술의 발전에 대비하기 위한 통찰이라는 메인 주제 외에도 책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고위층의 삶이 어떻게 영위되는지 단면을 엿볼 수 있으며, 나아가 중요한 순간마다 저자가 원칙과 신념을 지키는 방법에 대한 노하우를 얻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281p에는 앞서 언급했던 반이민법에 대응하기 위한 저자의 협상 테크닉이 등장한다. 워낙 뇌리를 스치는 인상적인 문구였기에 이를 인용하며 본 도서의 리뷰를 마칠까 한다.

“종종 이런 문제에 대한 해답은 문제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다.. 논의의 범위를 넓혀서 더 많은 이슈를 테이블 위에 올려라. ‘주고받기’가 더 많이 일어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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