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거저보기 : 서양철학 편 한빛비즈 교양툰 13
지하늘 지음 / 한빛비즈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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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라는 선구자들의 멋진 아이디어로 스스로의 고민을 해결하고 사유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자 철학에 닿아있는 세상 모든 것들의 근원을 통찰할 수 있게 해주는 서양철학 인물사이자 역사서이자 만화책이다.

고대 소크라테스에서 근대 비트겐슈타인에 이르기까지 수천년의 서양 철학사에 굵직한 획을 그었던 인물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인물을 중심으로 철학에 접근하는 방식은 철학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몇가지 장점이 있는 듯 하다.

저자가 서문에서 언급했듯 우리 일상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철학자들의 삶과 인생을 다룸으로써 철학에 다가가는데 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장점이 있다. 또 그들 각자가 가진 주류 철학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엿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예를 들면 스승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받아들이며 사망한 충격적인 일화와 삶 자체가 제자 플라톤에게 중우정치의 환멸을 느끼게 하여 철인정치를 주창하게 된 배경이 된다. 보다 나은 이상을 추구하여 이데아라는 개념에 도달하기까지 그의 일상 경험은 사상에 커다란 자극이 된다.소크라테스

또 철학자 개개인의 고민이 사상과 철학에 이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추적할 수 있게 되는데 이는 우리가 겪는 일상에 대한 고민과 유사한 과정으로 바라볼 수 있어 철학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나의 경우를 예로 들면 나는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것을 좋아한다. 책을 읽고 리뷰를 쓸 때에는 잘 모르지만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 내가 쓴 리뷰를 읽을 때 분명 내가 쓴 글임에도 내가 쓴 글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피력하는 의견이나 사상 그리고 문체가 판이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아마도 책을 읽으며 간접적으로 저자의 문체가 논리 전개 방식이 당시 리뷰를 쓰는 내게 많은 영향을 주는 듯 하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책 내용이 어떠한지,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내가 생각했던 그 목적이 맞는지 알고 싶어 리뷰를 읽는 경우가 대부분일텐데 책이 담고 있는 정보 그 이상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책에 영향을 받았던 생각과 문체를 눈에 보이는 정보로 바꿔줄 수 있다면 독자는 보다 저자에 대해 깊이 있게 알 수 있고 책의 질적인 정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숫자와 문자로 표현하기 어려운 이러한 정보들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리뷰를 쓰는 이 순간에도 밥먹는 순간에도 회사에 출근하기 싫어 먹고 사는 고민을 하는 순간에도 우리는 수많은 생각을 한다.

다행인 것은 이런 고민은 나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수천년 간 먼저 살아간 철학자들이 보다 뛰어난 접근방식과 체계화를 통해 나의 고민과 생각을 발전시키거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고민을 거쳤고 그 결과를 책과 사상으로 남겼다.

위에서 언급한 내 문제 또한 비트겐슈타인이 논리철학논고에서 다룬 그림 이론을 통해 한 차원 높은 고민으로 가다듬어 볼 수 있고 합리론과 경험론에서 힌트를 얻으며 헤겔의 변증법으로 발전시켜 볼 수도 있다.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하는 AI 또한 귀납적 추론을 활용한다. 사람의 행동과 지식을 정보화 할 수 있게 된 요즘 인터넷과 모바일의 도움으로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추출되니 이를 통한 가치있는 정보의 추출이 가능해진다.

백조 10마리만 바라볼 수 있었던 근대 사회에서야 귀납적 추론이 무용지물로 여겨졌을지 몰라도 백조 10억마리의 데이터를 쌓은 요즈음은 모든 백조가 흰색이라는 주장에 제법 힘을 실을 수 있게 되었다.

또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나로써는 객체지향 프로그래밍에 플라톤의 이데아나 비트겐슈타인의 그림 이론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잘 알고 있다. 성인이 되어 철학이 생각보다 꽤 가까운데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첫번째 사례였다.

직장다니며 직장의 부품으로 소모되는 인생을 고민하며 자산의 가치 증식과 양적완화의 굴레속에 스스로의 노동 가치가 얼마나 보잘 것 없는지 비참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결국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주장하는 사상에서 탄생한 여러 경제학 책을 접하게 된다. 이 역시 철학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흔한 일상 중 하나이다.

연애 문제, 직장 상사와의 갈등, 가족과의 커뮤니케이션 등 모든 인간 관계는 말해 무엇하랴? 사람의 관계에서 고민이 많다면 또 비슷한 선례를 가진 철학자들의 책과 생각을 통해 해결책을 얻거나 해결책 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물안에서 스스로를 꺼내줄 수 있는 혜안 정도는 얻을 수 있다.

데카르트의 코기토야 워낙 유명한 제1전제이지만 피타고라스 학파에서 출발한 수학과 철학의 소용돌이는 개인적으로 진리 탐구에 대한 행복을 준다. 적어도 내겐 좌표계를 통한 기하학의 대수화야 말로 머리속에 코기토 이상의 느낌표를 찍어준 신선한 충격이었다.

세상 모든 학문과 삶에는 철학이 맞닿아 있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홉스, 로크, 루소의 사회계약론은 정치 및 구성원들의 협의와 맞닿아 있고 헤겔이나 마르크스는 사회주의 및 공산주의 그리고 자본주의의 맹점과 맞닿아 있다.

니체의 실존주의나 쇼펜하우어의 의지는 스스로의 프레임을 뒤짚어 놓을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하고 칸트의 선험이라는 개념은 세상의 영속과 세대 간 단절에서 누수되는 소중한 무언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칸트

그 외에도 이 책에는 조명받지 못했던 위대한 여성 철학자들도 등장한다. 소크라테스의 스승이었던 아스파시아나 알렉산드리아가 사랑한 신플라톤주의 철학자 히파티아도 등장한다.

이 책은 수천 년에 이르는 방대한 서양 철학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개인적으로 철학에 관심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철학자 각자의 인생에 녹아있는 사연을 살펴보다 그간 궁금했던 호기심도 상당 부분 충족시킬 수 있었다.

어려운 철학을 만화로 부담없이 접할 수 있다는 것은 더 큰 장점이다. 최근 트렌드의 유머 감각이 담겨 있어 집중력을 잃기 좋은 시점마다 졸지 않고 읽을 수 있다.

대부분의 화풍은 저자 고유의 창작 능력에서 비롯된 것 같은데 가끔은 유명한 명화들을 저자 스타일로 각색한 장면도 보인다. 아래 그림은 그 유명한 라파엘로의 명화 “아테네학당”의 일부이다.아테네학당

원본 그림은 아래와 같다. 저는 인문학이 처음인데요책에 수록된 사진이다. 이 외에도 소크라테스 독배의 장면 또한 유명한 원작을 차용한 그림인데 원작을 알고 있는 독자라면 비교하는 소소한 재미가 느껴질 것이다.라파엘로

철학의 유구한 역사를 쉽게 정리해보고 싶다면, 스스로의 난제를 들어주고 같이 고민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면, 세상이 철학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연결 고리를 보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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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심리학 실험실 - 집에서도 할 수 있는 50가지 초간단 심리실험
마이클 A. 브릿 지음, 류초롱 옮김 / 한빛비즈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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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재현 가능한 50가지 재미있는 심리학 실험으로 사람 마음의 작동 원리를 알려주고 일상을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심리학 책이다.

학창 시절만 해도 심리학은 사는데 큰 도움이 안되는 그들만의 학문이라는 선입견이 강했다. 인지부조화, 학습된 무기력 등 제법 그럴싸한 단어를 사용하는데 알고보면 큰 도움되는 개념도 아니라는 생각이 강했다.

성인이 되고 산업 전반에 녹아있는 심리학의 방대함을 알게 된 이후로 이 판단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닫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처음 심리학에 관심을 가진 것은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이다. 퇴근하면 씻지도 않고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몹쓸 고질병이 있었는데 처음 몇 번 습관을 형성하고 나니 조건반사처럼 들어오자마자 옷부터 갈아입고 씻게 되었다.

그 이후 습관이 얼마나 삶에 유용할 수 있는지 알게 되었고 습관을 형성하기에 유리한 마음가짐을 갖는데 심리학이 꽤 일상에 도움된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었다.

또 직장 생활을 하며 학습된 무기력이 얼마나 내 의지와 꿈을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적잖이 놀랐다. 어느덧 나는 노력해봤자 안될 것이 뻔한 일에 대해 지레 겁먹고 행동을 멈추는 일이 빈번해졌다. 앞서 언급했던 그럴싸해보였던 유식해보이는 심리학 용어는 치열한 현실이 되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단어가 되었다.

현실에서 진의를 겪어보기 전까지 그 정도 단어는 다 알고 있는 개념이라고 뻔한 개념이라고 아래로 내려다 보듯 했었는데 정작 나는 그 개념과 단어에 갇혀 현실에서 스스로 학습된 무기력에 빠진 것 조차 모른채 살았다가 우물안에서 간신히 뛰쳐나온 개구리에 불과했다.

이렇듯 삶과 일상에서 심리학은 알에 갇힌 나를 여러번 바깥으로 꺼내주는 고마운 학문이자 지혜였다. 이 책에는 심리학이 우리에게 주는 깨달음을 50가지나 선사한다.

심리학에 관심이 많아 최근 10년 간 유관 서적을 여러 차례 읽었음에도 모르는 내용도 담고 있어 신기했다. 때로는 이미 알고 있는 개념임에도 진의를 다시금 느낄 수 있게 해줬다. 그런 주제들은 그동안 제대로 알고 있지 않았던 개념이었던 것이다. 구체적인 실험과 일상에서 재현할 수 있게 실험 위주로 구성된 본 도서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즈음 특히 관심이 가는 분야는 프레임이다. 이 책으로 따지면 10번째 실험 “다른 생각은 못 하게 만드는 마음 갖춤새“에 해당되는 주제이다. 쉽게 말해 손에 망치가 주어지면 다 못으로 보인다는 뜻인데 우리 두뇌는 유독 프레임에 취약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10장

AI를 연구하면서 사람의 두뇌를 모방한 신경망을 자주 활용한다. 사람의 두뇌처럼 어느 한 주제에 꽂히면 데이터 양과 학습의 정도에 따라 상당한 성능을 발휘한다.

사람을 모방한 신경망을 보면서 내 마음 혹은 두뇌의 매커니즘에 대한 인식을 재구성하는 것은 어쩌면 아이러니 하고 어리석어 보이는 모습이겠지만 실제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깊이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 두뇌가 어디 한 주제에 꽂히면 다른 영역으로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오묘함에 놀랄 때가 많다.

중요한 일을 할 때나 직장에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두는 것은 그런 인간의 깊이 있는 신경망을 보완하기 위해 널리 보는 시야를 위한 대책일 것이다.

한번 생각이 꽂히면 남의 말이 귀에 잘 안들어오기도 하고 때로는 무식한 방법인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편하다는 이유로 혹은 익숙하다는 이유로 별 의심없이 과거의 행동을 답습하기도 한다.

그런 것들이야 차치하고서라도 슬기로운 관점으로 위기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에도 불행을 안고 그냥 안주하게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관련 주제에 대해 책에서는 루친스가 적용한 실험이 소개된다. 어려워 보이지만 조금만 인식을 전환하면 쉽게 풀 수 있는 수학문제가 주어지고 집단 A, B의 실험 결과를 분석하며 그 의미를 되새기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루친스의 실험을 보다 일상에서 쉽게 적용해볼 수 있도록 재구성된 아이디어가 소개된다. 아래 그림은 아마 대부분 한 번 이상은 봤던 그림일 것이다. 그렇지만 뻔한 그림일지라도 책에 숨어있는 진의를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학습된무기력이라는 개념을 우습게 바라봤던 나의 전철을 답습하지 않길 바란다.그림

재현한 실험 뒤에는 실험 결과를 분석한 후 저자가 총평을 내린다. 책에 소개된 50가지의 실험은 대부분 위와 같은 구성이 반복된다.

실험의 가짓수 만큼이나 이 책에는 중요한 심리학 연구 성과가 담겨있고 또 대부분은 일상에 많은 도움을 주는 개념들이다.

예를 들면 표면적인 사고보다 깊이 있는 사고가 기억력의 지속에 유리하다는 점을 이용한 기억력을 지속시키는 팁들이 소개되는가 하면 충분한 시간이 아닌 제한된 시간과 조건 내에 창의력이 솟구친다는 사실도 실험하며 깨닫게 된다.

아픈 기억을 다른 방식으로 재구조화해보고 우스운 목소리로 들었을 때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깨닫는 탈융합 등의 방법으로 인생을 조금 더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지혜도 얻을 수 있다.

조금 더 나은 배우자를 얻는 방법 혹은 타인과의 관계 그리고 설득을 기반으로 한 경제적 판단에 이르기까지 삶을 조금 더 유쾌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법들도 소개되어 있다.

때로는 물리적인 혹은 몸의 외부 자극이 나의 내부 변화를 이끈다는 그간의 상식과 어긋나는 진실을 마주치게 되고 거짓말을 더 잘 잡아낼 수 있는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팁도 얻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AI를 연구하기 때문에 심리학에서 활용하는 과학적 사고와 도구를 익힐 수 있었던 것도 도움이 되었다. 두 집단 간 t-test, 세 집단 이상의 ANOVA, 예-아니오 설문의 카이제곱검정 등 통계학에서 다루는 도구들이 실전에서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는지 다양한 적용 사례를 엿볼 수 있었던 것도 큰 수확이었다.

살면서 늘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멋지게 차전계를 펼쳐보고 싶지만 상대의 마음이 보이지 않는다. 적일때야 세상이 내 편만 들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러려니 하지만, 서로 한 배를 탄 같은 운명일때도 경계를 해야하는 현실엔 답답함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 책의 50가지 실험을 그간 삶과 결합하여 곱씹어보고 열길 물 속보다 깊은 사람의 독특한 심리와 마음의 진의를 조금이라도 더 파악할 수 있다면 앞으로 살아갈 날은 훨씬 달라질 수 있을거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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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같다는 환상 천재를 죽이지 않는 사회 - 천재 프로그래머 장관 오드리 탕, 일곱 시공의 궤적
아이리스 치우.정쭝란 지음, 윤인성 옮김 / 프리렉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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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최연소 장관, 트렌스젠더, 중학교 중퇴, CEO 경력, 5개 국어 능통자라는 타이틀을 가진 대만 디지털장관 오드리 탕의 40년 인생을 7개의 궤적으로 집필한 책이다.

7개의 궤적은 각각 35세 디지털 장관, 신동, 독학 소년, 멘토 그리고 동료들, 성별을 뛰어넘은 사람들, 시빅해커에서 핵티비스트로, 미래 세계에 대한 상상으로 나뉜다.

책을 읽게 된 결정적 계기는 오드리 탕이라는 인물과 그가 살아온 인생에 호기심이 일었기 때문이다. 그의 저서 프로그래머 장관 오드리 탕, 내일을 위한 디지털을 말하다를 읽으며 그의 멋진 생각과 사상이 마음에 들었는데 특히 저서에서 간간히 소개되는 독특한 그의 이력이 충분히 소개되지 않았던 것이 크게 작용했다.

본인 입으로 본인을 평하기엔 책의 주제에 맞지도 않을 뿐더러 쑥쓰러운 일이 되기 때문일테니 말을 아끼고 있는데 독자에게는 적지 않은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마침 이 책이 나와 궁금한 부분을 상당히 채울 수 있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나는 다양한 관점으로 이 책을 읽었다. 먼저 나와 동갑인 저자의 인생과 나의 인생에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또 그가 했던 것을 왜 나는 하지 못했는지에 주목했다.

다음으로는 그의 어린시절을 통해 지금 자라고 있는 내 아들이 어떻게 하면 세상을 더 멋지게 살아갈 수 있을지,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며 읽었다. 한 때 아이가 너무 어린 나이에 비범한 능력을 보여 고민하고 괴로워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일부러 평범한 또래와 같이 키우고 싶어 의도적으로 교육보다는 놀이에 집중하는 편인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다.

2, 3장에서는 신동인 그의 학교 생활과 가족들의 결단, 지원을 엿볼 수 있는데 내게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신동인 자녀를 둔 독자분들은 그간의 고민에 대한 해답을 상당부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 신동 여부와 무관하게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힌트를 얻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 교육 관련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분들은 꼭 읽었으면 좋겠다.

독일의 유학과 대만의 교육 정책 변화를 몸소 겪은 저자의 일화는 이에 비해 너무나도 획일적인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앞서 동갑인 그의 인생과 나의 인생이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 또한 교육과 과정의 영향이 매우 컸다는 결론을 얻었다. 당연하다는, 남들도 다 그렇다는 이유로 참 많은 뛰어난 생각과 지혜가 사장되는 현실이 씁쓸하다.

또 정치, 사회 측면에서도 생각해 봐야할 부분이 적지 않다. 대한민국이 가지지 못한 대만의 관점 특히, 6장에 깊이있게 소개된 해바라기 학생운동의 날이 대만의 민주화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그 때 싹튼 씨앗이 코로나-19 사태를 어떻게 슬기롭게 해결해 나갔는지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한 명의 프로그래머로써 왜 우리 개발 커뮤니티는 유독 사회 및 정치와 멀리 떨어져 있는지 충분히 대만의 g0V 커뮤니티와 같이 멋진 실력들을 갖추고 있음에도 사회에 공헌하지 않는 것인지, 어쩌면 우리의 행동이 위대한 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는 사실 조차 모르는 것인지 고민하기도 했다.

때로는 다수가 가진 성에 속해있다는 사실 때문에 소수의 성에 색안경을 끼고 접근하는 것은 아닌지 그렇게 AI시대에 인간이 갖춰야 할 필수적 역량인 다원성을 잃고 있지는 않은지 다양한 각도에서 다양한 안목으로 다양한 입장에서 읽는 내내 나는 각 계층의 대변인이 되어보며 많은 논쟁을 벌였다.

위에 언급했듯 그의 인생은 정말 다양하고 비범한 타이틀로 요약된다. 그 중 하나의 타이틀만 달고 있어도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기 마련일텐데 수십개의 타이틀을 보며 그의 그릇과 역량의 크기를 짐작해 볼 수 있다. 미래를 향한 인사이트,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 위인의 벤치마킹이라는 거창한 주제를 차치하더라도 평범이라는 의미와 멀리 떨어져 있는 그의 일대기를 읽는 재미 또한 책의 묘미이다.

그만의 남다른 생각과 인사이트 속에서 배울 것이 많다는 점도 책이 가진 커다란 장점이다. g0V 개발자 커뮤니티 정신과 사상은 대만의 민주화 발전을 가속시킨다. 대만 정부의 정책을 가급적 투명하게 만드는 것의 뿌리가 되었고, 가장 불만이 많은 이가 해당 제도나 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 혹은 담당자보다 뛰어난 아이디어를 가질 수 있음을 존중한다.

잠들기 전 400페이지에 달하는 자료를 읽고 수면중에 처리하는 능력을 십분 발휘하는 것도 배울만한 점이다. 돈이나 이익없이 사회를 가장 깨끗한 눈으로 바라보는 투표권이 없는 고교생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Join 플랫폼을 고안할 수 있었던 것도 다원성을 중요시 하는 그의 안목 덕분이다.

그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띈 배울만한 점 하나를 소개할까 한다. 책의 말미 그의 인터뷰에는 스스로의 감정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그만의 정신 마사지 비법이 실려있는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마음 속 별도의 공간에 넣어두고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정도가 될 때까지 더 자세하게 알아갑니다.
  • 아픔이 느껴진다면 아직 응어리가 풀리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 이에 무뎌지기 위해 새로운 경험에 빠져듭니다.
  • 우엉차에 민트를 섞어 새로운 차의 맛을 맛본다던가 새로운 노래를 감상합니다.
  • 그리고 아픈 기억을 새로운 차의 맛 혹은 새로운 노래의 한 소절 처럼 느껴봅니다.

나 또한 해당 감정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기 전 섣부른 행동은 언제나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40년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에 그의 조언이 앞으로 나의 감정을 추스리는데에도 많은 도움이 될 듯 싶다.

아무튼 이 책은 묘한 매력을 지닌 오드리 탕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인간으로써 배울점도 많고 위로가 되기도 하며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갖게 해주기도 한다. 현자에게 한 수 배운다는 접근도 나쁘진 않겠지만 단순히 동시대를 살아가는 벗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마음가짐만으로도 책을 즐기기에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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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월급쟁이 투자자를 위한 주식투자 시나리오 - 안정적인 배당주부터 수익 높은 미국 주식까지
JC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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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가까이 연 16%의 수익률로 10억원의 자산을 모은 직장인의 서민 독자 눈높이에 맞춘 주식 투자 가이드이다. 아래 그림이 저자의 성과를 요약하여 보여준다.저자성과

각 장마다 인상적이었던 내용들을 간추려 본다. 먼저 1장에서는 저자가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음에도 주식 투자를 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평생을 보장해주는 직장은 사라진지 오래고 우리가 받는 월급은 기업 입장에서 줄이지 않을 수 없는 손익계산서 상 매출원가와 판관비에 속한다.

2억원을 버는 난이도와 8억원을 버는 난이도가 같은 세상 즉 지속적인 양적 완화로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자산 가치가 오르는 세상이다. 그 중에서도 저자가 주식 투자를 강조하는 이유는 아래 그림 한 장으로도 충분한 설명이 될 것 같다.주식투자이유

또 72법칙에 대한 설명은 워낙 흔해 생략하더라도 레버리지를 현명하게 쓰기 위한 3가지 원칙은 꽤 도움이 되었다.

  • 대출 기간 내 갚을 수 있을 만큼만 빌리기
  • 이미 분석을 마친 주식이나 보유 중인 우량 주식에 투자하기
  • 이자만큼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는 구조 만들기 (예: 배당금이 이자를 상회)

2장에서는 수익률을 기반으로 10억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다. 예를 들어 매년 3,200만원을 투자하여 연 20%의 수익률을 지속할 수 있다면 10년 뒤 10억이 된다. 마찬가지로 매년 5,700만원으로 연 10% 수익률을 달성해도 10년 뒤 10억이다. 각자의 상황에 맞는 설계가 필요하다.

이 장에서는 특히 기업의 재무구조를 살피고 성장 가능성을 분석해주는 내용이 매우 도움이 되었다. 기업 분석은 굉장히 까다로운 편인데 상당히 짧은 지면만 할애하여 핵심을 잘 짚어낼 수 있도록 잘 요약 정리하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기업분석

그 중에서도 꼭 살펴봐야 할 5가지 핵심 지표를 인용해본다.

  • BPS(주당순자산가치) = 순자산 / 주식수
  • EPS(주당순이익) = 순이익 / 주식수
  • ROE(자기자본이익률) = EPS / BPS
  • PBR(주가순자산비율) = 1주 가격 / BPS
  • PER(주가수익비율) = 1주 가격 / EPS

3장은 위 지표 중에서도 특히 ROE 지표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기업을 추천한다. 특히 평균만 살펴볼 것이 아니라 10년 간 표준편차가 작은 기업을 추천한다. 실적이 들쑥날쑥한 것 보다는 꾸준한 것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조엘 그린블라트의 마법의 공식도 소개되는데 ROE가 높은 순서로 순위를 매기고, 1/PER 값이 높은 순서로 순위를 매겨서 순위 합이 높은 상위 주식들을 기계적으로 매수하는 방법이다. 이는 알려진 당시 40%의 수익률을 유지했으나 현재는 10% 중반의 수익률을 유지한다고 한다.

4장에서는 배당주를 다룬다. 좋은 배당주를 고르기 위해 매출과 순이익이 장기간 증가하는 종목, 배당금을 지속적으로 지급하는 종목, 적정 수준의 배당성향을 유지하는 종목을 추천한다.

특히 시가배당률이 높은 종목에 현혹되지 말고, 배당성향이 적정한지 확인하며, 적자를 내는 기업을 피할 것을 강조한다. 배당금은 이자나 생활비를 헷지하는 좋은 수단이기에 포트폴리오 설계에 꼭 고려해 볼 필요가 있는데 읽기 쉬운 정도로 잘 정리되어 재미있게 정리할 수 있었다.

5장은 최근 주식 시장의 큰 이슈인 미국주식을 다룬다. 미국 시장은 세계 시장의 55.9%를 차지하는 막강한 시장으로 지속적인 성장과 주주를 대접하는 배당 등의 환원으로 투자의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개인적으로 미국 주식에 관심이 많은데 배당소득세와 양도소득세를 명쾌하게 알려줘 도움이 되었다. 양도세 기본공제 한도 만큼 매도하는 방법이나, 손실금액 발생 시 공제액을 늘리는 방법, 증여하는 방법 등 절세할 수 있는 방법도 배울 수 있었다.

6 ~ 7장은 투자의 기본 자세에 대해 가르쳐 준다. ROE가 표준편차 이상 하락하면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 한다는 조언이나 하락장에 가격은 떨어져도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등의 조언이 도움이 되었다. 특히 10억을 갖고도 동일하게 투자할 수 있는지 질문하라는 조언이 인상적이었다.

또 각 장 마지막 부분마다 투자 노트 코너가 소개되는데 알아두면 유용한 사이트도 소개되고 있어 정리해 보았다.

총평을 내리자면 주식을 막 시작하는 초보자나 10억이라는 현실적인 목표를 기준으로 한 서민에게 딱 맞는 주식 투자 안내서라고 소개할 수 있겠다.

비록 워렌버핏이 저술한 혹은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투자서에 비해 기초적인 내용을 담고 있을지는 몰라도 주식을 막 시작하는 서민에게는 지금 수준 딱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복잡한 설명을 덜어내고 꼭 알아야 할 핵심을 쉽게 전달하고 있기에 주식 초보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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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머 장관 오드리 탕, 내일을 위한 디지털을 말하다 - 디지털과 AI가 가져올 소외 없는 세상
오드리 탕 지음, 안선주 옮김 / 프리렉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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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 최연소 대만 디지털 장관, 중학교 중퇴, 트렌스젠더라는 비범한 이력을 지닌 오드리 탕의 자서전이자 AI 시대 기술과 민주주의의 경계선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저술한 책이다.

책은 크게 세가지의 주제로 압축된다. 첫번째는 기술, 두번째는 민주주의, 세번째는 개인의 성장을 위한 조언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첫번째 기술에 대한 통찰은 1장 “AI로 여는 새로운 세상”에 담겨있다. 기술과 사회의 경계선을 찾는 과정을 통해 민주주의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견해를 제시한다.

두번째 민주주의에 대한 견해는 3, 4장에 담겨있는데 디지털 정무장관을 역임하며 추진했던 성과나 민주주의를 바라보는 자신의 견해를 피력한다. 탄탄한 철학적 조예를 사상적인 기반으로 삼아 기술을 접목하여 대만을 코로나로 구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마이너리티가 가져오는 다양성을 기반으로 한 모든이들이 소외되지 않는 민주주의의 모습을 꿈꿔본다.

마지막 개인적 차원의 성장에 대한 조언은 2, 5장에 담겨있으며 다소 자서전 성격이 강하다. 뛰어나다고도 할 수 있고 비범하다고도 할 수 있는 자신의 이력에 대해 언론 등의 질문과 인터뷰가 잦았기에 이에 대한 대답을 정리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고, 세계 각국에서 중시하는 프로그래밍 사고가 어떤 것인지 미래 세대의 성장을 위한 조언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책이 출간된 배경에는 한 일본 출판사의 움직임이 컸던 것 같다. 일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출판 문화의 선진국 답게 다양한 주제와 독자가 필요로 하는 지식을 일본 출판 업계는 책으로 잘 담아내는 능력이 있다. 대만의 천재에 대한 이야기 또한 이 레이더망을 벗어날 수 없었고 덕분에 배울 점이 많은 책을 읽을 계기가 되었다.

덕분에 대만의 정치, 사회 구조를 어느정도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또 대만과 일본의 문화나 사회적 인식이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도 알 수 있었다. 대만민국의 독자로써 오드리 탕의 한국에 대한 견해 및 조언은 없었기에 아쉬움도 있었다.

앞서 언급한 세가지 주제에서도 메인 주제는 민주주의라 할 수 있다. 아무래도 저자의 공인된 현 위치는 대만의 정무장관 역할인 바 저자 스스로도 매일 고민하는 주제가 책에 반영된 듯 하다.

민주주의라 하여 거창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실상은 구성원들의 합의를 도출한 바람직한 사회의 방향을 다루는 것이기에 일반인들이 인식하는 민주주의 프레임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다양한 주제가 등장하지만 내게 인상깊었던 주제 두가지를 언급해보고자 한다. 하나는 지방에서 먼저 5G망을 도입하는 대만의 정책이다.

최근 읽었던 한빛미디어 박태웅 의장의 저서 눈 떠보니 선진국와 겹치는 주제도 많다. 기술을 활용하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눈 떠보니 선진국이라는 책에서는 도시철도역을 3개 이상 놓아준 강남, 서초의 동이 60%가 넘는데 강남 집값을 잡는다는 말과 행동이 다른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 나온다.

요즘들어 인구 절벽의 문제를 뉴스에서 자주 접한다. 출산율 저하로 내가 환갑이 될 시점에 대부분의 지방 도시는 소멸한다고 예측하고 있다. 그럼에도 늘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말과 행동은 모순 투성이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정보의 공유 가치가 중요시 되는 현 시점에 5G망을 지방에서 부터 구축하여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국가 전체의 발전을 이끄는 대만의 정책은 분명 본받을 점이다. 말과 행동이 다른 어느 나라의 정책과는 너무 달랐다. 부끄러운 일이다.

AI를 연구하는 나로써도 같은 생각이다. 기술은 도구일 뿐 활용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사람인데 다들 AI 시대에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워한다.

저자의 말대로 그렇게 수동적으로 결정된 미래를 받아들이며 불안에 떨고 있을 것이 아니라 AI를 활용했다면 그런 정책이 나오게 된 설명을 할 수 있는 책임을 지는 것과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고 정책에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가 중요한 것이다.

불안에 떨고 있을 시간에 활용의 주체가 얼마나 능동적으로 기술을 통제할 수 있는지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또 다른 주제 하나는 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했던 대만의 노력이다. IT기술을 활용한 정보의 공유와 자발적 통제의 성과는 대한민국이나 대만이나 세계인들의 평가가 좋았으니 큰 비교거리는 되지 않는다.

하지만 대만은 이에 더해 국경 봉쇄와 통제에도 신경을 기울였는데 2003년 사스의 타격으로 우왕좌왕하며 흔들렸던 경험을 축적한 세대가 현 정국을 이끌고 있어 당시의 준비가 지금 빛을 발한 사례가 된 셈이다.

덕분에 락다운을 하지 않는 거의 유일한 그룹의 국가가 되었는데 대한민국은 국경 봉쇄만큼은 효율적으로 이뤄내지 못했다. 대만은 사스 당시 락다운이 필수 불가결하면서도 GDP 등 경제 측면에서 얼마나 많은 희생이 필요한 일인지를 몸소 느꼈기에 락다운을 피하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락다운 만큼은 실패했고 경제와 보건 사이의 괴리를 낳았다. 아직까지 이 정책이 옳은지는 개인적으로 의문이다.

또 기술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활용했는지에서도 약간 반성할 여지도 보인다. 아직까지 국민 대다수가 코로나에 걸리면 어디로 전화해야 하는지, 어떤 홈페이지에 방문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지 못한다. 반면 대만은 네 자리의 전화번호가 명확히 지정되어 있으며 어느 플랫폼에 접속해야 하는지 전 국민이 인지하고 있다.

이제 우리가 그들의 문화, 경제를 추월했다고 해서 대만의 저력을 다소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확실히 대만 사회 구성원들이 이뤄나가는 행보에 배울 것들이 많다고 느꼈다. 중국의 영향력에도 긴 세월 독립국의 신분으로 경제, 사회 영향력 어느 하나 무시할 수 없이 지켜나가는 그들의 생존 배경은 우리의 남북 관계의 자극 이상으로 강력한 생존 본능을 자극하는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오드리 탕 장관의 자서전 성격의 글도 재미있는 글들이 많다. 갈등과 불신이 만연한 지금 계층간의 갈등이 심각하다. 메이저들이 마이너들과 소통조차 하지 않으려는 양상도 자주 보인다.

일전에 유명했던 드라마 “뿌리깊은나무”의 명대사가 떠오른다. 세종대왕과 정도전의 손자 정기준의 철학적 토론은 비록 드라마이지만 우리 시대 저변에 깔린 깊은 고민이 반영된다.

“글자가 백성 모두에게 퍼져 스스로의 생각을 만들고 표현할 수 있게 된다면, 그 한 명 한 명의 욕망이 모여 거대해진 파도를 임금 혼자서 어떻게 잠재울 것인가?”

기술은 집단지성을 아우를 수 있게 해준다. 또 당장 해결책을 내놓지 않아도 뜨거운 토론의 장이 무르익을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화가 나는 것은 소통이 되지 않음에 있지 소통 중인 상태가 지연되는데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 한 사람의 의견도 소홀히 하지 않으려는 오드리 탕의 민주주의의 근본에 대한 사견을 존중한다. 집단 지성 기술 위에서 마이너리티의 다양성은 세상을 조금 더 나은 사회로 바꾸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그와 나는 일반인들의 눈으로 보기에 하늘과 땅만큼의 가치 차이가 나는 위치에 처해 있지만, 같은 연도에 출생한 친구로써의 친근한 느낌도 든다. 비록 능력은 하늘과 땅 차이일지라도 그의 생각을 많은 부분 지지하며 그가 성장해 온 배경을 반면 거울 삼아 내 삶에는 무엇이 없었는지 반성해 볼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기술의 발전이 바꿔나갈 미래의 모습이 궁금하거나, 그 안에 우리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거나, 한 천재의 일생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면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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