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지 마라, 지친다
이지풍 지음 / 한빛비즈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화이글스 수석 트레이닝 코치의 경험담과 깨달음을 엮은 책으로 우리 삶에 트레이너가 될 수 있는 책이라는 점에 의의를 두고 싶다.

어떤 분야든 한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이르면 세상의 이치가 보인다고 한다. 세상의 이치를 얻으면 또 다시 다른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를 낼 수 있게 된다.

저자는 한화이글스 수석 트레이닝 코치로 넥센 시절 프로야구단에서 트레이너의 중요성을 보여줬던 상징적인 존재이다.

트레이너 뿐만 아니라 세상 대부분의 직업은 지원 업무를 담당한다. 주인공이 아니라 조연인 셈이다. 그럼에도 조연이 주연급 상징적인 아이콘이 되었다는 것은 주연이 했던 노력의 몇 배에 달하는 노력이 필요했으리라.

이 책에 담긴 그의 깨달음의 무대는 야구라는 그라운드 위에 존재하지만 이 책을 읽는 나를 포함한 독자들 또한 저마다의 그라운드가 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고 있노라면 이 그라운드나 저 그라운드나 별반 차이가 없는 듯 싶다.

고정관념, 휴식, 인맥, 페이스 조절, 불안, 차별화된 강점, 일과 나 사이 등 야구장 위에서 펼쳐지는 저자의 깨달음들은 지금 내 마음속의 고민에 빗대어 볼 수 있으며 비유의 과정을 통해 저절로 치유되는 마법을 얻는다.

다만 읽으며 마음 한켠이 아려왔던 질문은 한가지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트레이너가 있는가?”

야구선수들은 저자와 같은 트레이너 덕분에 내적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하지만 직장이라는 그라운드에서 뛰는 일반인들은 애석하게도 트레이너가 없다. 그래서 술집이 그렇게 붐비고 잘못된 길을 가는 줄 알면서도 방황속에 자신을 방치한 채 체념한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내게 큰 의미를 지닌 책이다. 담백하게 사실을 나열하면서도 고전과는 다른 친근한 어투로 술잔 한잔 기울이며 믿고 의지하는 선배가 말로 전하는 느낌의 책이다.

한장, 한장 모두 소중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내용들이지만 그 중에서도 몇가지 인상 깊었던 조언과 깨달음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잘 버티고 있어라. 감독이나 코치는 언젠가는 바뀔 것이고 선수의 진가를 알아봐주는 지도자를 언젠가는 만날 수 있고, 트레이드라는 제도를 통해서 새로운 기회가 올 수도 있다.”

기다림의 미학은 어려서부터 강태공의 낚시라는 고정관념만 머릿속에 박혀 있을 뿐 사실 기다림의 중요성을 인지 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하지만 대성한 인물들 옆에는 항상 기다림이 머물고 있었다. 강태공도 그러했고 하다못해 주식으로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된 워렌 버핏도 그러했다.

인생도 변하고 삼라만상도 변하기에 나는 할 일을 그저 묵묵히 하고 때를 기다릴 뿐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 같지만 큰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평범한 사람들은 많은 것을 잃고 나서야 깨닫는다.

“감독님 옆자리에서 밥 먹는 것도 싫어하면서 어떻게 감독님이 당신들 의견을 들어주길 원하는가?”

우리는 이미 높은 사람의 옆자리에서 밥 먹는다는게 아부나 아첨의 프레임에 갇혀 있지만 인간관계는 어차피 GIVE AND TAKE다. 적어도 상호 신뢰가 밑바탕이 되어야 나의 말을 누군가도 들어주는 법인데 꼭 상사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인간 대 인간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저자의 당연한 말에 어제까지의 내 일상이 떠 올랐다.

불안해서 쉬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몸에 기억된 기술은 쉽게 없어지지 않는구나”

불안한 것은 유독 잊혀지지는 않을까 걱정한다. 일을 하다보면 때로는 다 잊고 즐거운 일을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해답을 찾는 경우가 그렇게 많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음에도 때로는 불안감에 쉬지도 못하고 마음에 부담을 주는 어리석은 행동을 왜 계속 하게 되는 것일까? 감각이 생겼다면 몸에 기억이 되었다면 마음 놓고 쉴 줄 아는 것이 내일의 나를 위한 길이라는 것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게으른 원인 파악이 가져오는 문제.. “왜 그런 거 같아?” 선수가 뭐라고 답을 하면 “그건 또 왜 그런거 같아?”라고 연이어 물어본다.

트레이너의 계속된 질문은 별 의미없는 질문의 연속이지만 상담받는 이의 계속된 대답은 마법을 일으키곤 한다. 우리는 우리에게 저 단순한 질문을 너무도 아끼며 살아가는 것은 아닐지? 원인 파악에 게으르지 않게 좀 더 우리에게 단순한 질문을 계속 던져보면 어떨까?

하루는 로이스터 감독이 수비 코치를 불러 펑고(야수가 수비 연습을 할 때 코치가 쳐주는 타구)를 왜 그렇게 좌우로 많이 움직이게 치냐고 물었다고 한다. 훈련이라고 설명을 하자 바로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내야수 실책의 80%는 어디서 나오나?”

생존편향과 관련된 일화가 있다. 영국이 세계대전에서 전투기 추락율을 줄이기 위한 시도에서 비롯되었는데 당시 살아남은 비행기의 총알이 어느곳에 가장 많이 맞았는지를 분석하여 그 부분을 보강하는 식으로 대처했으나 결과적으로 생존율이 더 떨어지는 의아한 결과가 나온다.

원인은 바로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살아남은 비행기의 저격 흔적만 조사했다는 점. 반대로 총알을 안 맞은 곳이 약점인지라 약점을 안 맞은 비행기가 되려 살아남은 셈이다.

위 일화는 일상에서 보여주는 생존편향을 경시한 문제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우리 인생 역시 오지도 않을 공격에 대비해 너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아닐지 너무 많은 감정을 소모하는 것은 아닐지 역으로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저자가 전하는 담백하면서도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멜로디는 계속된다. 우리 인생에도 트레이너는 필요하다. 당장 트레이너를 고용할 수 없다면 혹은 찾을 수 없다면 이 책이 당분간 따뜻한 트레이너가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다.

직장을 다녀와서, 때로는 밤에, 때로는 주말에 고단한 인생에 한 마디 위로가 필요하다면 또는 반드시 극복하고 싶은 과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이 책을 곁에 두시길 권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fastai와 파이토치가 만나 꽃피운 딥러닝 - 박사 학위 없이 AI를 폼나게 구현하는 법
제러미 하워드.실뱅 거거 지음, 박찬성.김지은 옮김 / 한빛미디어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딥러닝의 민주화를 꿈꾸는 fast.ai를 다룬 책으로 애플리케이션 구동부터 밑바닥 구현에 이르기까지 Top-Down 방식으로 fast.ai의 철학과 구현의 묘를 알려주는 양서이다.

fast.ai는 손쉽게 딥러닝을 가능하게 해주는 Pytorch보다 고수준의 딥러닝 라이브러리이다. 흔하게 알려진 Tensorflow, Pytorch에 비해 문자 그대로 얼마나 빠르고 쉽게 AI를 구현할 수 있는지 본 도서의 1장만 참조해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면 1장에는 개와 고양이의 분류기를 만드는 예제가 등장하는데 필요한 코드량이 고작 6줄이다. 딥러닝 입문자 수준만 되어도 fast.ai 라이브러리의 학습 유무와 무관하게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코드라는 점이 특징이다.코드

위 코드를 한 번 해석해 보는 것이 fast.ai의 정체가 무엇인지 가장 빠르게 느낄 수 있는 방법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외에 data 기반으로 손실 함수를 자동 선택하는 매력적인 기능에서부터 doc() 함수와 같이 사소한 부분까지 fast.ai에는 매력적인 기능들이 넘쳐난다.

이 책의 학습 방식은 다소 독특한데 전반적으로 Top-Down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위와 같이 최소한의 코드로 빠르게 개와 고양이 분류기를 만들고 눈으로 직접 확인하며 어플리케이션 사용자가 되어 본다.

다음으로 코드를 한 줄씩 뜯어보며 정체를 알아본다. 코드를 해석하고 난 다음에는 필요한 딥러닝의 개념, 모델의 구조를 알아보는 식이다.상세코드
구조

종국에는 fast.ai 없이 밑바닥까지 구현하는 구성으로 되어 있으며 필요 시 논문 및 연구 결과를 해석해보는 것은 물론 그 안에 포함된 수식도 주저없이 다룬다.연구

fast.ai라는 것이 밑바닥 레이어를 가리고 빠르고 쉽게 딥러닝을 구현 가능하게 해주는 라이브러리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시간이 흐를수록 책이 뒷부분으로 넘어갈수록 깊이 있는 내용까지 세세하게 파고든다는 것이 꽤 아이러니했다.

얼마나 상세하게 다루는지 그동안 기초라고 생각하며 넘어갔던 내용도 상세히 뜯어주고 있어 당연하듯 외우고 넘어갔던 부분을 내가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 부끄럽게 만들어 줄 정도이다.

왠만한 교과서 이름 들어가는 딥러닝 책을 수 십권 이상 읽은 것 같은데 새롭게 배우게 된 내용들이 많아서 충격이었다.

대충 알고 있던 연구 결과의 심오한 의미를 다시 깨닫게 된 것에서 시작하여 마빈 민스키 교수가 XOR과 관련하여 여러 층의 신경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는 사소한 것까지 이 책 덕분에 바로 잡을 수 있었다.

분량도 700p가 넘고 fast.ai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왜 딥러닝의 밑바닥까지 기술했는지 읽을 수록 궁금했다. 상당한 분량의 책을 오랜 시간 1회독한 후에야 저자들의 의도를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게 되었다.

아마도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수준이나 경험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딥러닝으로 어떤 솔루션을 구현하는데 있어 저마다의 방법론을 갖고 있을 것이다.

때로는 그 방법이 매우 뛰어난 방법이 될 수도 있는 반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조촐한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대부분 후자에 해당될 것이다.

나 역시 딥러닝을 활용한 나름의 해결 방법론을 갖고 있는데 이 책 덕분에 나의 방법이 얼마나 조악하고 임기 응변 식이었는지 적나라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fast.ai의 껍데기에서 11장의 중간수준 API를 거치고도 밑바닥까지 구현하는 방법을 모두 소개하는 과정 덕분에 fast.ai는 어떤 철학으로 만들어졌으며 나의 방법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술 방식 또한 fast.ai의 철학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fast.ai가 딥러닝의 민주화로 칭송받는 만큼 이 책은 fast.ai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투명하게 공개하여 다른 고수들의 도전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음을 시사하는 것 같아 감회가 새로웠다.

읽는 내내 세상에 완벽한 시스템은 없지만 이 정도 철학과 구현에 토를 달 수 있을 것인지 만약 그렇다면 fast.ai를 업그레이드하는데 참여해 볼 생각이 없느냐는 저자 심중의 말이 들리는 느낌이었다.

아무튼 fast.ai가 어떻게 구현되고 설계되어있으며 현존하는 다른 솔루션과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며 내 딥러닝 세계의 모래성이 상당 부분 허물어졌고 새롭게 쌓아 올리게 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즉, 이 책은 fast.ai의 모든 것을 다룬 책이지 결코 fast.ai의 장점이나 활용 측면만을 다룬 책이 아니라는 것을 꼭 알아두었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던 파트는 9장과 11장이다. 9장은 Tabular 데이터를 다루는데 딥러닝이 얼마나 개입할 수 있고 딥러닝이 무엇을 도와줄 수 있는지에 대해 꽤 깊이있게 다룬다.

캐글 경진대회에 관심이 많거나 기존 레거시를 그대로 안고 AI를 도입하려는 조직에 몸담고 있는 분들이라면 공감이 될 만한 장이다. AI로 새 출발을 하는 스타트업이나 부서라면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기존 부서들은 RDBMS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기 떄문이다.

영상처리나 NLP, 시계열에는 딥러닝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Tabular 데이터 앞에서는 그다지 활용도가 높지 않다. 기존 머신러닝 세계의 앙상블만으로도 꽤 좋은 성능을 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흔히 활용되는 랜덤 포레스트, 그레이디언트 부스팅과 비교하여 딥러닝을 활용하는 방법은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을지 다차원의 피처에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등 다른 책에서 찾아보기 힘든 내용이 많이 담겨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음은 물론 배울 내용이 많았다.

11장은 중간 수준 API를 통해 fast.ai의 내부를 엿볼 수 있는 장이다. Python이 제공하는 추상화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고 콜러블, 데코레이터 등 특수한 기능을 어떻게 fast.ai에 녹였는지 짧지만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정리하고 있다.

fast.ai의 철학을 엿보기 쉬운 장이므로 조금 더 많은 분량을 할애하여 설명해 주길 바랬지만 이 책이 fast.ai의 활용과 이해에 주안을 두고 있는 것을 알았기에 아쉬움을 뒤로 할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파트1에서는 실제로 눈으로 확인 가능한 제품을 만들고 확인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파트2는 fast.ai의 애플리케이션 레이어에 대한 설명을 다루고 있으며 영상처리, 협업 필터링과 관련한 추천시스템 등 제품 관점에서 필요한 지식 위주의 설명을 담고 있다.

파트3는 딥러닝의 기반을 이루는 모델에 대해 분석하고 논문 등의 연구 결과를 뜯어 본다. 마지막 파트4에서는 밑바닥 수준의 신경망을 구현하는 방법 등을 다루는 데 특히 Learner 클래스를 직접 구현해 보는 19장이 흥미로웠다.

그 외에도 이 책은 많은 흥미로운 서드 파티 요소들을 소개하고 있다. IPython, Voila 등을 이용해서 주피터 노트북을 애플리케이션화하는 방법이나 배포하는 방법 혹은 깃허브 블로그를 만들어 연동하는 방법까지 보다 생태계를 널리 활용하는 방법도 담고 있다.생태계

책의 구성 방식도 매우 독특한데 주인공 세명이 등장한다. 컴퓨터에 강하지만 수학에 약한 제러미, 수학은 잘 하는데 IT에 약한 실뱅, 독자와 비슷한 눈높이를 가진 동료같은 알렉시스가 어려운 내용이 등장할때마다 TIP 박스에 등장한다. 마치 옆에서 얘기해주는 느낌이 들 만큼 친절한 구성이었는데 깊이 있는 이해와 졸릴 때마다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 각 장 말미에는 질문지가 등장하는데 딥러닝을 어느 정도 학습한 독자라면 이 질문지를 먼저 읽을 것을 권하고 싶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은 빠르게 건너뛰고 질문지에서 답하기 힘들었던 내용을 중심으로 입체적으로 읽어나간다면 더 빠르고 확실한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리뷰가 너무 길어져 이만 정리하지만 사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다. 700p가 넘는 책을 읽다보니 언급하고 싶었던 것도 많지만 너무 글이 통일성도 없고 두서없이 늘어놓는 것만 같아 이즈음에서 줄인다.

꼭 fast.ai를 활용하지 않더라도 밑바닥에서 고수준을 아우르는 라이브러리를 직접 구현하여 사용한다면 스스로의 작품과 fast.ai와의 진검승부에 이 책은 좋은 가이드가 되어 줄 것 같다.

상당히 심오하고 깊이있는 내용임에도 매우 쉽게 전달하는 저자들의 능력과 노력에 감탄했다. fast.ai와 무관하게 딥러닝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누구에게라도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을 확신하며 리뷰를 마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빠를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
이주윤 지음 / 한빛비즈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남자들을 위한 최소 맞춤법을 설명한 책으로 재미, 요령, 사전적 의미로 구성된 이해가 쏙쏙 잘 되는 책이다.

내겐 여동생이 있다. 지금은 결혼하여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지만 예전 처녀시절 했던 말이 떠오른다.

오빠. 정말 맞춤법 틀리는 남자는 확 깨는 것 같아. 글쎄 새벽에 전 남친이 카톡을 보냈어. “이것이 나의 한개다. 그래도 네가 보고싶어 이해해보려 한다.” 도대체 1개가 뭐냐 1개가? 심각한 상황이었는데 웃음만 나와.

그 이후로 맞춤법을 조심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생각보다 남자들이 맞춤법을 많이 틀린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대한민국에 독서량이 OECD 선진국 대비 심각할 정도로 저조하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 독서량마저 대부분 여자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살면서 자주 느낀다.

책 읽기와 리뷰 쓰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집에 천 권이 넘는 책을 소장하고 있다. 이상하게 다른 물질적 욕구는 거의 없는 편인데 책 만큼은 쌓아두지 않으면 마음속이 텅빈 것 같다.

안창호 선생의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힌다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책을 읽거나 소유하지 않으면 공허하다.

어쨌든 집 안에 물리적인 공간은 한계가 있고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책을 정리해야 할 날이 온다. 우선순위가 조금 떨어지는 책이나 몇번이고 곱씹어서 통달한 책은 중고 시장에 내놓는다.

재미있는 것은 중고시장에 내놓은 책은 대부분 여자분들이 구매하신다. 가끔 남자분들이 사는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 실용서이거나 수험서일 뿐 문학이나 고전류의 책은 여자분들만 관심이 있다.

아마도 이런 현상은 남자들의 맞춤법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 같다.

어쨌든 리뷰를 쓰다보면 가끔 헷갈리는 단어가 등장한다. 이걸 어떻게 써야하지? 물론 인터넷에 검색하면 국립국어원의 친절한 자료가 쉽게 검색되지만 맞춤법 찾다 흐름이 끊기면 그리고 쓰려는 내용을 잊기까지 하면 허탈하기 그지 없다.

이 책에는 꽤 고급진 맞춤법도 등장하지만 살면서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한 맞춤법이 대다수를 차지하기에 한 번 쯤 읽어두면 좋을 책이다. 특히 책 안 읽는 대한민국 남정네에게는 필독서이다.

이 즈음에서 책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간략히 소개해보고자 한다.

혹시 "든"과 "던"이 헷갈렸던 적이 없는지?

든과던

..그대들과 즐거웠”던”…

군대 다녀온 남자들은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미필자라고 해도 이 노래만큼은 대부분 알 것이다.

이 노래를 떠올리면 “던”이 과거의 마완성된 상태를 의미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고 이 노래만 떠올려도 맞춤법을 실수할 일이 크게 줄어들 수 있겠다는 느낌표가 머리속에 맴돌 것이다. 이렇듯 이 책은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요령을 담고 있다.

일화

그리고는 재미있는 일화가 등장한다. 혹여나 제목 때문에 남자를 무시하는 책인가라는 의문은 갖지 말길 바란다. 오히려 반대다. 작가는 여자분이신 것 같은데 남자들을 위한 걱정과 배려가 책 곳곳에 묻어나기 때문이다.

요즈음 젠더 갈등이 워낙 심한 시기라 오해할 수 있겠으나 위 글에서도 알 수 있듯 군인에 대한 존경의 일화가 담겨있다.

그리고 각 장 말미에는 정확한 사전적 의미와 예시가 담겨 있으니 재미로 시작하여 정확한 의미로 도달가능한 구성이 인상적이다.

사전

대부분의 장은 위와같이 “재미있는 일화-기억을 잘 하기 위한 요령-사전적 의미”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일화는 매우 재미있다. 저자가 얼마나 유쾌한 감각을 갖고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 얼마나 기발한지 맞춤법 떠나서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런 재미있는 카톡 일상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 대화에선 "뵈요"와 "봬요" 중 뭐가 맞는지 헷갈릴 것이다. 저자의 요령은 봬요는 해요로 바꾸면 쉽게 알 수 있다는 것이다.봬요

금요일에 해요라는 표현이 자연스럽기 때문에 봬요가 맞는 것이다. 기억에 쏙쏙남는 요령은 이 책의 가치를 높여준다. 그런데 일화도 재미있다. 금요일에 뭘 한다는 것인지 19금 드립이 남발하는데 저자 분 여자분 맞는가 의문이 들 정도이다. (여자 분이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맞춤법이 자주 틀린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세상에 모르는 것이 없는 구글신께서도 가끔 틀리는 것이 맞춤법이다.구글

세상에서 가장 자주 틀리는 말들이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차례대로 읽는 것도 재미를 느낄 수 있지만 내가 헷갈렸던 단어부터 찾아보면 더 유용할 것 같다. 일상에서 간혹 헷갈리는 단어가 또 등장한다면 필요할 떄마다 읽고 잠시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책의 말미 부록과 에피소드에는 띄어쓰기나 추가로 잘 정리된 맞춤법 모음이 등장하니 책의 에피소드로 언급되지 않는 예시가 등장할 때 찾아보면 요긴하다.부록

아무튼 저자의 배려와 센스가 둠뿍담긴 책이다. 이 세상에 책들이 다 이런식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다들 책을 드라마 보듯 즐길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멋진 남자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분위기 깨는 남자가 되고 싶지 않다면 이 책을 즐기시길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을 구한 의학의 전설들 - 위대한 의학의 황금기를 이끈 찬란한 발견의 역사
로날트 D. 게르슈테 지음, 이덕임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2월
평점 :
절판


오늘날 당연한 특혜로 받아들여지는 손 씻기, 마취제, 방사선 사진 등 의학의 발전에 기여한 영웅들의 일대기를 담고 있는 책으로 당시 과학사, 정치사를 포함한 시대상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요즈음 팬데믹의 영향으로 마스크를 쓰는 일이 일상화되었다. 코로나가 발발한지 2년이 넘어서일까? 이제는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오히려 어색하다. 마치 손을 씻지 않으면 어색한 것과도 같다.

19세기 후반으로만 거슬러 올라가도 손을 씻는 행위는 일상적이지 않았다. 심지어 산부인과와 같은 병원의 의사들 조차도 손 씻기를 자유와 인권의 침해라고 생각할 정도로 반대 진영의 거부가 심했다.

필리프 제멜바이스의 공헌. 그것은 손씻기의 보급이었다. 책에 따르면 말년 인상이 지독하게 기록된 점만 또한 그가 손씻기를 분노를 실어 강압적으로 요구한 결과라는 설이 있을 정도이다.

책에는 그의 탄생 일화부터 성장배경, 의학사적 활약, 일상의 일화까지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말년의 지독한 성격이 매독이 중추신경에 퍼져 발발한 병으로 취급했던 이들이 있었다는 사실부터 여행을 다녔던 기록까지 당시의 생생한 모습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

읽다보면 때로는 너무도 자극적인 해부학 묘사에 눈이 찌뿌려지거나 프랑스 혁명과 미국 남북전쟁에서 정치적인 비참함을 느낄 수 있는가 하면 수술실에서 고통에 혼절하는 환자의 모습이 눈 앞에 어른거리기도 한다.

마치 그 시대 중요한 역사의 한 장면 속으로 독자를 풍덩 뛰어들게 만드는 탁월함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윌리엄 모턴, 제임스 심슨, 존 스노로 이어지는 마취제의 발명이 가장 흥미로운 읽을거리였다. 마취제 이전의 수술실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기본적으로 백내장과 같은 눈의 이상이나 심장에 생긴 상처 등은 치료의 대상도 되지 못하였다고 한다. 기술적으로도 범접할 수 없는 영역임과 더불어 신성모독이 개입하는 부위의 수술이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팔, 다리를 절단하거나 치아를 발치하는 것은 목숨을 담보로 해 볼 만한 수술이었는데 고대부터 여러 마취제를 사용해 봤지만 실패를 일삼았고 환자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태어나면서부터 당연히 마취제는 인간과 함께 존재하는 줄 알거나 관심조차 없는 오늘날의 일반인들은 그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헤아리기 어려울 것이다. 이 책에 담긴 당시 비명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손에 식은 땀이 흐른다.

만일 당시의 환자가 나였다면 견딜 수 있을까? 단순히 치과에가서 발치도 아닌 신경치료만으로도 그것도 마취제로 고통이 느껴지지 않음에도 식은땀을 흘리고 두려워하는 보통 사람이 팔이나 다리를 절단할 수 있을까?

그래서 마취제의 대안으로 당시에는 의사의 수술 속도가 중요했다고 한다. 쇼크사로 숨지기 전에 얼마나 빨리 절단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책의 기록중에는 어깨뼈를 탈골시켜 절단하는데 2초가 걸리는 의사도 있었다고 하니 그 속도에 경외감만 있을 뿐이다.

책에 등장하는 윌리엄 모턴은 에테르 증기를 발견한다. 최초로 수술실의 절단이나 발치 과정에서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지 않았으며 되려 마취에서 깨어난 후 수술을 언제부터 진행하느냐는 역 질문을 받기도 한다. 수술은 이미 끝났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그 저변에 특허 및 최초의 발견자라는 명성과 관련하여 정치적, 경제적 아픔의 일화도 숨어 있다. 의학사에 두루 남은 명성이 생전 그에게 얼마나 영예로운 일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생애가 그리 행복하지 만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제임스 심슨과 존 스노의 시대에는 클로로폼이라는 마취제가 발명된다. 기존 에테르가 냄새가 심하고 기도를 자극하는 부작용이 있었는데 이를 대체할 만한 마취제가 등장한 것이다.

이를 이용해 여왕과 더불어 여성의 출산의 고통을 줄여주는 혁혁한 공헌을 세웠음에도 앞서 모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성직자들의 거센 비난을 받기도 한다. 출산의 고통은 여성의 축복으로 신성한 것인데 마취제를 쓰는 것은 악마의 도구나 다름없다는 비판이었다.

의학사 외에도 책에는 당시 시대적 과학사, 정치사도 생생하게 담겨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 혁명이 생생하게 담겨있어 당시의 시대상을 조망할 수 있는 것 자체로도 특권일진데 나아가 의학사적 업적과 위대한 의사들의 생애와 맞물려 우리네 역사 기억 속 추상적인 이미지를 구체적인 오늘날 모습으로 바라볼 수 있는 혜택을 얻었다고 해야 할까?

더불어 때로는 문학작품이 등장하기도 한다. 톰 아버씨의 오두막의 소설에서 노예 엘리자가 탈출하는 장면 속에 남북전쟁의 상황이 묘사되어 있다. 풍부한 사료는 물론이고 문학 작품마저 등장하며 당시 시대를 조명한 모습이 경이롭다.

뢴트겐의 방사선 사진 발명이나 빛그림이라 불리웠던 사진의 발명, 현미경의 발전, 그리고 나이팅 게일이나 존 스노의 지도와 같은 정확한 진찰 결과와 원인 추적에 도움이 된 통계학까지 다양한 과학사도 함께 담겨 있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다양한 상식도 담겨 있다. 그동안 스페인 독감은 스페인에서 발발하여 얻은 병명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오히려 반대였다. 발상지는 미국에 가까웠지만 당시 언론이 자유로웠더 스페인에서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스페인 독감의 칭호를 얻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1918년 거리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던 스페인 독감 시절과 오늘날의 모습을 비교하며 팬데믹에 관한 의견을 피력하며 책은 마무리를 장식한다.

의학사적 영웅들의 공헌에 감사하며 의학 지식의 저변을 넓힐 수 있음과 동시에 때로는 그들의 전기에서 인생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생생한 당시의 역사적 배경은 읽는 그 자체로 재미이다. 문학적 장치와 수집한 기록 사이를 오가며 오늘날의 모습으로 바꾸는 작가의 능력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은 축복에 가깝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금의 세계사 - 뺏고 싶은 자와 뺏기기 싫은 자의 잔머리 진화사
도미닉 프리스비 지음, 조용빈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메르 문명의 출발지에서 오늘날의 비트코인에 이르기까지 세금은 곧 욕망이자 권력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책으로 인류사 변화의 원동력이 된 과정을 저술하고 있다.

흔히 일반인들이 인식하는 세금은 복잡하고, 밉고, 당연해서 알고 싶지 않은 것 중 하나이다.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어른들도 소득이 좀 높아져야 그제서야 불만을 토로하며 알아가기 시작한다. 물론 부자들은 예외이다.

우리 눈에 이처럼 귀찮고 관심없는 하찮은 세금 따위는 무려 인류 역사를 뒤집어 온 원동력이다. 인류사는 욕망으로 돌아간다. 각 주체들이 자신의 이득을 위해 움직이는 결과이다.

그 이득은 때로는 부에 대한 갈망이기도 하고 때로는 명예 때로는 권력욕으로 나타난다. 스스로의 이득을 위해 살지 않는 인생은 찾기 어려울 지경이다. 그 욕망의 충돌은 표면적으로 세금으로 귀결된다. 세금은 욕망 그 자체다.

책의 초두에는 원서의 제목과 어울리는 창문세가 등장한다. 애초에 벽난로, 화로 등에 부여하던 난방세를 폐지하며 대중의 지지를 얻은 정권이 세수 마련을 위해 창문세를 도입한다.

난방세가 가택 내부에서 측정하며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반면 창문세는 외관으로도 측정이 쉽고 그만큼 쉽게 세금 부여가 가능하다. 결국 민중은 창문을 없애거나 벽돌로 막아 자연이 주는 감사한 햇빛을 스스로 거부하기에 이른다.

햇빛이 들지 않는 실내는 세균이 퍼지기 딱 좋은 환경이다. 첫 시작부터 결코 세금은 작은 녀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류에게 질병까지 가져다 줄 정도이니 말이다. 로마에는 심지어 오줌세도 있었다.

세금이 얼마나 강력한 위력을 갖고 있는지 왜 인류사의 원동력이라고까지 관대한 의미를 부여하는지 저자의 세금사 퍼레이드는 여러장에 걸쳐 지속된다.

고대 문명의 발상지 수메르에는 세금 문제로 도시 국가의 다툼이 발생한다. 문명의 발상지는 곧 세금의 발상지인 셈이다. 세금은 개인의 자유를 속박하고 심지어 노예로 만들어 인간을 사유재산화 하기에 이른다. 세금은 인류의 자유를 빼았는 가장 강력한 적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느낄 수 있었다.

종교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죽음에 세금이 있었다. 예수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세금을 납부하러 가는 과정에서 베들레헴에서 예수를 출산하였으며 바리새인들의 농간앞에,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 바쳐라”

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지만 결국 그리스도왕으로 군림한다는 모함으로 본디오 빌라도 총독앞에 죽음을 맞이하고 만다.

이집트로부터 압박을 받던 히브리인들을 모세가 자유의 땅을 찾아 탈출시키는 과정 또한 세금과 관련이 있다. 앞서 언급했듯 히브리인의 대다수가 번영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세금이 메겨졌고 세금은 이들을 노예로 만들었다.

중세의 흑사병은 인구의 감소를 불러왔고 노동력이 줄어들자 농노들은 자유와 사유재산이 보장되기 시작했다. 이 자유를 원동력으로 르네상스의 꽃이 피게 되는데 인간의 자유를 속박하는 세금이 얼마나 악독한 존재인지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사정은 미국의 독립혁명과 남북전쟁까지 이어진다. 독립혁명의 가장 큰 발발 원인은 영국의 세금 징수로부터 자유를 얻기 위함이었다. 이는 세간에 널리 알려진 일화이지만 남북전쟁은 조금 사정이 다르다.

마치 남쪽의 노예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거룩히 피를 흘린것으로 포장되는 남북전쟁과 링컨의 위대함 저변에는 세금과 추악한 욕망이 숨어있었다.

물론 인권 보장의 명분을 모두 폄하할 수는 없겠지만 실은 남부의 관세가 북부의 제조업을 위해 쓰였다는 사실과 남부를 더욱 강력히 통제하여 단물을 뽑겠다는 심산은 세간에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이 끝나도 세금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마치 오늘날 유가 상승으로 주유소의 기름값이 폭등은 해도 유가 감소에도 불구하고 기름값은 매 한자리인 그런 느낌이랄까?

어쨌든 전후 세금은 소득세의 형태로 오늘날까지 남아있다. 더욱이 세금 수탈자들의 방법은 더욱 교묘해지고 있었다. 달러를 무제한으로 찍어내는 채무 또한 결국은 세금이다. 언젠가 갚아야 할 후손들의 몫이기 때문이며 그 과정에서 채무에 발생하는 이자 증가는 말할 나위도 없다.

인플레이션 또한 세금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벼락거지들은 심지어 부동산 투자로 이득을 본 사람조차 손해 본 사람, 이득 본 사람의 프레임으로 인식한다. 그런데 사실 승자는 국가이다.

인플레이션은 결국 세금이다. 돈이 시중에 풀리며 돈이 가치가 낮아졌으니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손해를 보는 것이고 국가가 이득을 보는 셈이니 세금이라 불러야 정당하다.

집값이 오른것은 그저 제 가치를 지켰을 뿐인데 돈을 번 것 처럼 웃는 사람도 어리석고, 본전조차 지키지 못한 벼락거지들의 사정은 더욱 말할 것 없다. 웃는자는 그저 세금을 징수하는 사람일 뿐이다.

잔혹해 보이기까지하는 이런 세금사에 그나마 일말의 희망이 보였던 일화도 있었다. 홍콩과 고대 그리스가 그 예이다.

홍콩은 보이는 손을 배제하기 위해 무관세의 정책을 폈다. 한마디로 세금이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시장 개입을 최소화했더니 세계의 금융이 몰렸고 이는 홍콩의 발전을 폭발적으로 견인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고대 그리스에도 세금이 없었다. 오직 자발적으로 내는 세금이 존재했을 뿐이다. 리터지라 불리는 노블레스 오블리제 정신과 유사한 가진자들이 자발적으로 내는 세금이 있었고 이들은 대신 명예를 얻었다. 온전한 살신성인의 자세는 아니지만 적어도 추악했던 다른 세금사에 비해 아름다운 장면이다.

세율을 높힌다고 세금이 증가하진 않는다. 그리고 세금을 더 징수하려고 노력하면 결국은 질병이나 인구 감소로 이어져 더욱 세수가 줄어드는 기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오늘날의 비트코인과 암호화 기술 또한 마찬가지이다.

더 뜯어내려하는 기술이 발전할 수록 더 내지 않으려는 자들 또한 강력해진다.

그렇다면 인류를 쥐락펴락했던 이 세금을 걷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없애야 하는 것인가?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자신의 견해를 정리한다. 핵심은 세금을 얼마나 납부해서 어떻게 사용하는데 있다. 저자는 GDP의 15% 미만의 세금을 권장한다.

그리고 참신한 아이디어 하나가 추가로 소개된다. 토지 입지 이용세라는 것인데 이는 토지의 가치가 상승하여 불로소득이 발생하는 과정에 세금이 필요하다는 아이디어이다.

오늘날 양적완화이후 노동의 가치가 훼손된 적이 있던가? 일하며 돈을 버는 자들은 멍청이가 되었고 자는 동안 저절로 돈이 벌리지 않으면 평생 그렇게 살 것이라는 문구가 개인의 노력을 중요시 하는 이들의 심장에 비수를 꽂는다.

노력한자가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얻는다.

이 전제에 이 공정에 불만 있는 자들이 얼마나 될까? 장애인이나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어 출발선이 상이하지 않는 이상 이 대전제에 불만이 존재할 수 없다. 사회 대부분의 갈등은 아마도 이 공정함에 유지되지 않기 떄문일 것이다.

그런 공정성을 저해하는 원인으로 나는 상속 자산을 꼽고 싶었다. 그런데 저자는 불로소득을 겨냥하고 있다. 토지의 가치 상승은 결국 공동체 일원들의 경제 활동을 통해 가치가 상승하는 것이니 모두의 노력이다.

당연히 공동의 노력이 자산의 가치를 상승시켰으니 이는 토지 소유주가 노력한 것이 아니고 그만큼 세금으로 뱉어내야 하는 셈이다. 끝으로 저자는 구독경제를 공공서비스에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세금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는 결론으로 책을 마무리 짓는다.

책을 덮고 난 후 여운은 생각 이상으로 컸다. 주위의 사람들, 물건들까지 바라보는 프레임이 바뀌게 되었다. 그리고 바라보면 바라볼 수록 세금의 위력은 어마어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금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세상을 바꿔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 책은 곱씹을 가치가 충분하며 널리 읽혔으면 한다. 인간 본연의 욕망 그 자체인 세금은 전쟁, 질병, 자유의 박탈 등 그 어떤 위기도 쉽게 일으키는 악마의 트리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