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교양 - 일상에서 나를 살리고 살리는 최소한의 지적 무기
이용택.김경미 지음 / 한빛비즈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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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이 차 사고가 나서 아버지는 죽고 아들만 응급실로 실려왔다. 의사가 아이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내 아들이 대체 왜!” 여기서 의사와 아들의 관계는 무엇일까?

이 퀴즈는 책 190p(스테레오타입 & 클리세 - 인쇄 기술에서 유래한 두 단어)에 등장한 오래된 퀴즈로, 책의 내용과 구성이 어떤지 소개하는데 있어 적절한 개념 하나를 먼저 소개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아 책 소개 전에 서두로 인용해보았다.

분명 20년 전 즈음 이 퀴즈의 정답을 제대로 못 풀고 프레임이나 고정관념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깨달았는데 더 무서운 것은 20년이 지난 현 시점에 또 오답을 냈다는 것이다.

스테레오타입이란 사람들이 보기 전에 내리는 정의를 말한다. 그리고 그 정의는 쉽사리 수정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분들이 이미 정답을 알고 계시겠지만 만약 뾰족한 답을 내지 못하는 분이 계시다면 한 번 깊이있게 생각해보고 답을 내 보시기 바란다.

스테레오타입


본 도서는 위 예시와 같이 우리 주변에 널리 알려졌으나 속에 깊은 의미가 담긴 한 차원 높은 교양을 담고있는 용어들의 유래, 사연을 깊이있게 풀이한 책이라 소개하면 적정할 것 같다.

서문에는 기자 생활 30여 년 동안 몰랐던 지식을 기록한 뒤 기억하기 위해 매일 정리한 저자만의 비밀 참고서를 각색한 글이라 밝히고 있다. 추측컨데 아마도 책 제목을 “생존”이라는 단어로 표현한 이면에는 아마도 저자가 기자로써 생존하기 위해 정리한 글이라는 의미를 내포하는 듯 하다.

기자만큼 넓고 얕은 지식에 강한 직업군이 또 있을까? 이러한 지식으로 대표적으로 교양 지식을 들 수 있겠는데 이 분야에 충분히 전문가인 기자가 한 차원 더 높은 지식을 기억하고자 기록한 주제들은 아마도 한 차원 높은 교양이라 추측할 수 있었다.

추측한대로 이 책은 150개의 흔하지만 만만치 않고 대충알고 있지만 정확하게 말하기는 어려운 오묘한 단어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렇게 선별된 150개의 단어마다 약 2페이지의 분량을 할당해 유래, 정의, 진정한 의미, 연관된 사회 현상이나 철학 등을 설명한다. 깊이가 있는 하나의 단어를 선택해 마치 적정한 한페이지의 블로그를 읽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책의 소개를 위해 150개나 되는 단어를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는 바 독자인 내가 나름 분류한 체계와 대표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용어 몇가지를 간략히 예로 들어 대신 요약하고자 한다.


  • (유형1) 자주 들어왔지만 설명하라면 어렵단 말이지.
    • 페르소나
      고대 그리스 배우들이 사용했던 가면. 타인에게 외적으로 보이고 싶은 자기 모습. 아이러니하게도 이 단어는 후에 인간을 의미하는 명사 Person이 되었다. 어쩌면 이런 다중성이 인간의 진짜 모습일지도.

    • 플라세보 효과
      2차 세계대전 당시 마취제 모르핀이 부족하여 식염수 주사를 놓고 모르핀이라 말했더니 부상병 에게 모르핀과 동일한 효과가 나타난데서 비롯된다. 이른바 위약(가짜 약 처방) 효과로 가성비에서 심리적 만족을 중시하는 가심비로 소비 형태가 변하는 현상도 이에 해당된다.

    • 넛지
      팔꿈치로 은근 슬쩍 찌른다는 뜻으로, 행동경제학 진영에서 등장한 용어이다. 남자 소변기의 파리, 피아노 건반 모양의 지하철 계단, 신호등 앞의 노란 발자국, 산부석의 곰인형 등이 이를 활용한 대표적 효과이다.

    • 마타도어
      소의 정수리를 검으로 찔러 죽이는 투우의 대미를 맡은 이. 관동 대지진의 조선인 방화설, 서양 중세의 마녀 사냥이 대표적인 사례로 공포의 모략을 통해 약해져가는 교회의 권위를 되살리고자 하는 음모가 숨어있었다.

    • 앙가주망
      억울한 죄를 뒤집어 쓴 장교 드레퓌스를 구원하고자 에밀 졸라가 양심의 소리를 낸 것이 앙가주망의 표본으로 지식인의 사회참여를 의미한다.

    • 아비투스
      수도사들이 매일 아침 챙겨입는 옷이라는 어원에서 비롯되어 습관을 의미한다.


  • (유형2) 매우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제대로 모르고 있었네.
    • 유토피아
      진짜 의미는 아무 데도 존재하지 않는 장소라는 의미다. 그리스어의 없는(ou)과 장소(toppos)라는 단어가 결합된 말이다.

    • 더치페이
      더치 트리트라는 어원에서 비롯되었는데 실상은 남을 대접하는 네덜란드의 오래된 풍습을 의미한다. 적대국 영국이 트리트를 페이로 바꿔 각자 음식 비용을 부담하는 이기적이고 째째한 네달란드인이라는 뜻으로 비하하여 유포시켰다. 즉, 이 단어는 게르만 민족을 비하는 말임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 (유형3) 한 차원 높은 사고를 위한 각 분야의 대표어들
    • 힉스입자
      만물의 근원이 되는 소립자에 질량을 부여하고 사라지는 입자. 이로 가득 채워진 힉스 입자장이 있는데 입자가 힉스 장을 통과하면서 어떤 상호작용을 한 결과 질량을 부여받는다. 최초에는 Goddamn Particle 이었는데 Damn이라는 욕설을 빼는 바람에 신의 입자(God Particle)이라는 아름다운 별명을 얻게 되었다.

    • 재즈
      흑인들의 노동요, 영가, 행진곡, 유럽의 클래식 등 각종 장르가 섞인 혼혈 음악이다. 루이지애나 주의 크레올에서 발단이 되었으며 1차 세계대전 시카고에서 부흥기를 맡는다.

    • 에고스, 파토스, 로고스
      설득은 아래 3요소에 달려있다.
      • 에고스 : 인격. 화자의 신뢰도
      • 파토스 : 감성. 청중이 듣고 싶은 말을 하는 정도. 친근감. 히틀러가 애용했다.
      • 로고스 : 논리.
    • 뫼비우스의 띠
      의외로 우리 생활 깊숙히 활용되고 있다. 컨베이어 벨트도 뫼비우스의 띠이기에 양쪽 면이 고르게 닳아 수명이 길어진다.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도 뒤집혔다가 다시 출발점에 도착한다. 이분법의 고정관념에 새로운 사고의 틀을 제시한다.

  • (유형4) 그러고 보니 이 말은 왜 그렇게 부르지?
    • 속죄양
      순하디순한 양을 왜 속죄양으로 만들까? 구약시대 유대인들은 염소를 잡아 신에게 바치거나, 사람들의 죄를 실어 사막으로 도망하게 하는 의식을 치렀다. 즉, 염소를 희생시키면 자신들의 죄가 없어진다고 믿는 풍습에서 비롯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태조 이성계가 양(羊)의 뿔과 꼬리가 떨어져 나가는 꿈을 꿔 왕(王)이 되었다는 속설이 전해지는 등 예전부터 양은 제사와 관련된 신성한 동물로 여겨졌다.

    • 레임덕
      직역하면 절름발이 오리(lame duck)라는 뜻으로 임기 종료를 앞두고 영향력이 떨어진 공직자의 모습을 기우뚱거리며 걷는 오리의 모습에 비유한 것. 사냥꾼들 사이에서는 곧 잡힐 것이기에 탄약을 낭비할 필요가 없는 오리를 의미한다.


이는 150개의 단어 중 내게 인상적이었던 극히 일부 개념이기에 다른 독자분들께는 새로운 유형이 있을 수 있고 더욱 놀라운 교양 개념이 있을 수 있다.

한 장 한 장 가볍게 블로그 한페이지 읽는 기분으로 용어를 접할 수 있어서 읽기 편하다. 각 용어의 개념을 단 두 페이지에 걸쳐 소개하고 있기에 막간의 짬나는 틈에 읽기 좋으며 머리 아파지기 전에 다른 개념으로 넘어가기에 어지간히 독서와 거리가 있는 분도 편히 접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더불어 대부분의 용어들은 결코 만만치는 않기에 한 차원 높은 수준의 교양을 얻을 수도 있으며, 때로는 정말 궁금했던 유례나 의미를 속시원히 긁어준다.

한 층 교양의 수준을 높이고 싶은 분, 작은 개념 하나에서 고차원 적인 사고의 여행을 떠나고 싶은 분, 책과 담을 쌓은지 오래되어 책 읽기에 자신이 없으나 가벼운 독서 습관을 습득하고 싶은 분께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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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먼저 살려야 할까? - 깐깐한 의사 제이콥의 슬기로운 의학윤리 상담소
제이콥 M. 애펠 지음, 김정아 옮김, 김준혁 감수 / 한빛비즈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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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리만 옮길 수 없을까?
  • 암에 걸린 사실을 알리지 말아야 할까?
  • 딸이 친자가 아니었음을 알려야 할까?
  • 누구를 살리고 누구를 포기해야 할까?
  • 인간을 복제할 수 있을까?
  • 네안데르탈인이 다시 살아난다면?

이 흥미로운 질문들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79가지 의료 딜레마 중 일부이다.

과학 기술의 비약적 발전이 생명과 삶의 질에 혜택이 되고 있는 만큼이나 트레이드 오프로 반작용하는 새로운 고민거리들이 생겼다. 그동안은 불가능해서 굳이 고민거리가 아니었던 질문들이 이제는 심사숙고해야 할 타이밍이 된 것이다. 대신 우리는 책에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참신한 주제를 충분히 접할 수 있다.

책을 이루는 뼈대 논리 구조는 딜레마에서 비롯된다. 누구나 알다시피 딜레마에는 명확한 정답이 없다. 대신 치열한 논쟁 끝에 나름의 의미있는 결과를 얻기까지 설득력을 얻기 위한 논증 방식이나 객관적 정보 등 결론에 이르는 중간 과정에서 배우고 얻을 것들이 많으며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가치관을 확인하고 창의성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기에 딜레마 문제는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이러한 의료 행위와 관련된 딜레마들을 다룬다. 책을 읽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재미, 정보, 깨달음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재미
    일단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재미이다. “머리만 옮길 수 있을까?”와 같은 놀라운 과학 기술이 등장하기도 하고, “딸이 사실은 친딸이 아니었다”와 같은 막장 드라마 소재거리가 등장하기도 하며, “남녀가 같은 병실을 써도 될지”와 같은 다소 발칙한(?) 문제들을 다루기도 한다.

  • 흔하진 않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신기한 일들
    이 주제들은 실제 일어났던 팩트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에나 나올법한 일들이 일어난다는 점에 적잖이 놀랐으며, 인간사가 얼마나 다양하고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는지 색다른 면을 볼 수 있었다.

    질병과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나약하고 원초적이다. 학교, 직장 등 대다수의 평범한 일상에는 가려져 있었던 인간의 욕망이나 자연의 섭리 앞에 불가항력인 벌거벗은 인간들의 모습이 79가지 주제들에 그대로 투영된다.

    때로는 추해보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인간 냄새가 물씬 풍긴다. 남의 시선, 매너, 겉모습 따위의 허상을 한꺼풀 더 벗겨낸 삶의 진솔함을 바라볼 수 있었고, 덕분에 각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도 더욱 솔직할 수 있었으며, 억지로 감춰뒀던 내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 큰 소득이었다.


  • 사소한 생각에서 철학에 이르기까지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논증의 대립으로 가득 차 있다. 뜬금없이 스스로의 왼쪽 발을 잘라달라는 환자가 찾아오면 얼마나 황당할까? 처음엔 당연히 발을 자르면 안된다는 도덕적 판단을 내렸다. 그런데 읽다보니 이게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이 환자는 정신 이상자가 아니라 BIID(신체 통합 정체성 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로써 자신의 왼쪽 발이 남의 발 같은 이물감에 고통받으며 살아왔다. 잠시 환자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았다. 손톱 가생이에 삐져나온 일어난 작은 손톱이 거슬리는 느낌일까? 떼고 싶은데 크게 붙어있는 딱지 같은 느낌일까?

    겪어보지 않았으니 이 환자의 불편함이나 이물감이 어느 정도의 고통을 유발하는지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 “당연히 자르면 안된다.”라는 정의는 내가 아는 수준의, 상식 세계에서나 통하는 대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나아가면 인간이 당면했으나 아직까지 답을 내지 못하는 근원적인 철학에 이르기도 한다. 특히 합리성과 최대 행복을 강조하는 공리주의는 책에 등장하는 주제들에 단골 손님처럼 등장하는 결론의 주체이기도 하다.

    인간 복제, 머리를 바꾸는 주제는 더욱 더 많은 생각을 돋구게 한다. 테세우스의 배와 같은 역설은 그러한 생각 중 하나이다.

    테세우스와 아테네의 젊은이들이 탄 배는 서른 개의 노가 달려 있었고, 아테네인들에 의해 데메트리오스 팔레레우스의 시대까지 유지 보수되었다. 부식된 헌 널빤지를 뜯어내고 튼튼한 새 목재를 덧대어 붙이기를 거듭하니, 이 배는 철학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자라는 것들에 대한 논리학적 질문’의 살아있는 예가 되었는데, 어떤 이들은 배가 그대로 남았다고 여기고, 어떤 이들은 배가 다른 것이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 플루타르코스

    “지금 살고 있는 나는 나인가? 10살 때의 내가 지금 40살의 나라고 할 수 있는가? 테세우스의 배처럼 우리 몸은 적지 않은 세월을 거치며 다른 세포들로 채워왔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인간 복제로 나를 대신해도 문제 될 것은 없지 않은가? 가만.. 생각해보니 일상의 과학법칙이 통하지 않는 양자 역학 미시 세계도 우리몸과 비슷하네. 일반 상식이 통하는 경계선은 어디일까?..”

    책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철학의 영역에 도달하게 된다. 평소 철학이라는 단어 자체에 거부감이 큰 독자라면 굳이 철학을 접하려 애쓰지 말고 흥미로운 문제들로 자연스럽게 철학에 빠져보길 권유한다. 철학에 쉽게 발을 담글 수 있는 징검다리는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선물이다.


  • 질병과 죽음에 관한 진지한 성찰
    병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은 대부분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무거운 주제들이다. 때문에 생각 자체만으로도 거부감이 들어 문제를 당면하지 않는 이상 깊이 고민하려 하지 않는다. 고민하고 싶어도 일부러 시선을 회피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언젠가 질병과 죽음이라는 순간을 맞이한다. 그 대상이 나 자신이든 소중한 가족이든 간에 겪는 아픔과 당황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밝은 분위기와 웃음을 유발하는 질문들을 통해 무거운 주제를 다룬 점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포인트이다. 감정이 일상 속에서 거부해왔던 주제들을 흥미 속에서 진지하게 고민하게 해 줄 기회를 준다.

    “아.. 나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구나..”, “만약 이런일이 일어나면 이렇게 대응해야 겠다..”와 같은 깊이 있는 사색에서 비롯된 나름의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예를 들면 갑작스레 죽었을 때 가족들이 의사 결정하지 못할 상황에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근거를 평소에 마련해 둔다거나, 긴 혼수 상태에서 깨어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채 고통속에서 정신을 차리게 된다면 산소 호흡기를 떼어 달라는 의사 표현 등을 평소 해 놓을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늘 피하려고 했던 어두운 주제는 습관적으로 미루게 된다. 늘 미루다 생애 마지막에 소중한 것을 깨달아도 대응할 수 없는 사각지대를 이 책 덕분에 함께 웃으며 미리 생각할 수 있어 유익했던 시간이었다. 더불어 죽음과 삶의 경계 혹은 평범한 것들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줬다.


  • 의료 상식과 최신 과학기술 정보
    이 책이 한가지 더 마음에 드는 점이 있다면 나름의 정답을 제시해 준다는 점이다. 딜레마에 대한 나름의 대답을 현 의학계와 전문가들은 어떻게 풀어냈는지, 또 다른 의견을 가진 진영은 어떤 대답을 제시했는지, 혹은 저자 개인적인 생각은 어떠한지 고민하고 조사한 바를 정리해준다.

    비록 각 진영의 대답들이 정답이라고 할 수 없을지라도 결론이 도출되기 까지의 논증과 논거라는 과정을 배울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몰랐던 의견과 입장을 인식할 수 있다는 점은 세상을 더 넓게 보고 진리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가는데 도움이 된다.


앞서 설명했듯 책은 79가지의 주제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주제를 약 4페이지에 걸쳐 다룬다. 파트별로 짧게 구성되어 있으니 읽는데 큰 부담도 없고 인터넷에서 재미있는 블로그 글 하나 읽듯이 가볍에 읽을 수 있어 좋았다.

또 각기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기에 출퇴근 시간이나 짜투리 시간 혹은 쉬는 시간에 한 주제씩 읽으면 잠시 다른 세계에 빠져들어 기분도 전환되고 잊고 있던 소중한 옛 기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끝으로 이 책은 빨리 읽지 않을 것을 권유드린다. 1일 1주제 정도로 출근 시간에 읽은 질문을 점심시간, 휴식시간, 퇴근시간, 취침 전까지 몰입하듯 깊게 생각한다면 넓은 세계가 머리속에 펼쳐진다. 꼬리에 꼬리를 물어 새롭게 등장하는 질문들은 창의성과 사고력이 깊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세상 보는 시야를 크게 넓혀주는 것 같다.

읽는 내내 재미있고 흥미로운 질문으로 읽는 동기를 부여해주고, 바쁘게 살아가느라 생각할 시간이 부족한 우리에게 여유와 깊이를 선물해 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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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 세트 - 전2권 - 부의 흐름을 짚어내는 빠숑의 입지분석 바이블
김학렬 지음 / 한빛비즈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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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빠숑은 부동산 분야에서 유명한 인플루언서이다. 3년 전 즈음 부터 내집 마련에 관심이 생겨 출퇴근 시간마다 “빠숑의 세상 답사기”라는 부동산 팟빵 채널을 듣곤 했다.

초보자가 알아듣기 쉽게 법령이나 어려운 말들을 배제하고 디테일한 기초를 잘 설명해주는 멘트 덕분에 부동산 지식을 알차게 배워왔기에 그가 쓴 책을 자주 즐겨 읽고 있었다.

본 포스팅으로 리뷰할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라는 책은 그동안 그가 저술한 부동산 관련 서적의 집대성 판으로 볼 수 있을듯하다.

그의 예전 저서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에 등장한 알짜배기 지역의 특성도 통합되어 있었다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이번 도서에서는 그 때 다루지 못했던 지역들이 대거 등장하기에 2권을 아우른다면 대한민국 주요 지역에 대한 부동산 정보는 쉽게 꿰찰 수 있다.

이번 도서 세트는 구성부터 마음에 들었다. 부동산 관련 책들을 읽어보면 하나같이 추천하는 말이 있다. 전국 및 본인이 관심 있는 지역의 커다란 지도를 집의 벽면에 붙이고 관심있게 보라는 것. 그런데 읽을 때는 의지가 샘솟지만 책을 덮고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면 의외로 지도 하나 사는 것이 쉽지 않다.

나 같은 독자가 많아서일까? 이번 세트판에는 친절하게 지도가 들어있었는데 반갑기 그지 없었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2권의 표지에 수도권 개발 계획도 대형 지도, 그리고 예쁘장한 책갈피까지 고급스러운 장식품을 소장한 느낌이 들어 만족스러웠다.세트구성

그렇다면 내용은 어떨까? 우선 나같은 부동산 초보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된 점이 장점이다. 나 같은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특정 지역의 부동산에 관심이 있는 경우 제일 먼저 하는 일이 그 지역을 잘 아는 사람이 있는지 떠올려 보는 일이다. 아무래도 초보자가 이제와서 급하게 공부를 하는 것도 쉽지 않고 공부를 한다 한들 뾰족한 수를 얻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본 도서의 전체적인 구성은 마치 잘 아는 그 지역 지인이 동네 한 바퀴를 돌아다니며 지역 특성을 설명해주는 느낌이다. 지역을 답사하며 교통편, 학군, 상권이나 인프라,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 최근에 발생한 이슈 등을 옆에서 이야기 하듯이 기술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인데 그 흐름은 무려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간다. 풍수지리 사상을 바탕으로 큰 산이나 하천 등 자연 지형을 토대로 당시 조상들이 그 지역의 어떤 장점을 기록으로 남겼는지 설명해주며, 심지어 특정 지역명이 발생한 유래를 토대로 미래의 가능성을 점친다.

예를 들면 아래 사진은 조선시대 한양의 모습을 담은 수선전도라는 지도인데 현재의 네이버 지도와 비교해보며 중랑구가 왜 서울에 편입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는지 풍수지리의 내신사, 외신사 개념으로 예로 들어 설명해준다.수선전도

옛 선조들로 부터 이어져 내려온 입지에 대한 지식을 통찰함으로써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농후함에도 현재 저평가된 입지에 대한 안목을 키울 수 있음을 저자는 여러차례 강조하는 듯 하다.

저자가 책을 통해 수도 없이 강조하는 제1 원칙이 바로 이러한 입지인데, 이를 확실히 파악하고자 조선시대의 고서까지 연구하는 저자의 노력과 내공을 책 한 권으로 편하게 흡수할 수 있다는 점이 책의 최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현 시점의 부동산 정보에 대한 고수는 많지만 600년 역사를 통찰하여 입지 조건을 파악하고 있는 고수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장점으로는 마치 현장 답사를 나간 듯 그 지역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입지들이 풍부한 사진으로 소개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나 역시 인생의 절반이 넘는 시간인 25년 간 서울에서 살아왔음에도 매우 유명한 지역 혹은 거주하거나 직장이 아닌 특정 지역은 처음보듯 생소할 수 밖에 없다. 서울이나 수도권은 너무 방대하기 때문이다.

이런 독자들을 위해 그 지역의 특성을 살린 풍부한 사진이 실려있어 직접 발품팔아 체험하듯이 실감하기 좋은 구성으로 되어있다. 아래는 반포대로를 중심으로 우면산에서 남산까지 바라본 전경인데 이 사진 하나만으로도 서초동의 입지가 어느정도 파악된다.발품

청계고가도로를 철거한 후 변화한 청계천의 사진도 비슷한 맥락으로 도움이 된다.발품2

특정 지역을 기술하기 위해 여러차례 발품을 팔고 주변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가득하다. 읽다보면 학군에 대한 정보를 해당 지역의 학부모가 아닌 이상 알기 어려워 보이는 속속들이 사정도 언급하고 있어 신기했다.

더불어 그 지역에서 오랫동안 거주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알기 어려운 동네의 변화와 최근의 이슈들도 잘 정리하고 있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마치 잘아는 현지인에게 술 한잔 사주고 정보를 얻는 기분이다.

더불어 기본적인 입지 정보 설명에 그치지 않고 한 단계 더 나아가 국토발전 계획이나 거시적인 정책도 함께 설명해준다. 일례로 아래 그림은 마곡산업단지의 주요 기업 위치를 담은 지도로써 이처럼 특정 지역의 핵심을 파악하기 용이하다.핵심

아래 사진은 이명박 정부때 부터 시작된 보금자리 주택 공급 정책 지도이다.보금자리

광주시 행정 구역과 개발지구의 위치이다.광주시

평택의 브레인시티 조감도 이다.광주시

이처럼 특정 지역의 부동산 정책과 변화를 조감도에 이르기까지 한 눈에 보기 편하게 담고 있기에 독자 입장에서는 편리하게 해당 지역을 조망할 수 있다는 점이 커다란 또 하나의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각 장 사이마다 등장하는 컬럼 코너에는 현재 부동산 시장의 정세와 미래,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 좋은 입지를 찾는 법 등 부동산 전반에 걸친 궁금한 핵심 지식을 담고 있다. 각 파트가 해당 지역의 특징을 담는 반면 컬럼 파트에서는 부동산 전체를 보는 인사이트를 담고 있어 유익했다.컬럼1컬럼2

전체 구성은 크게 2권의 책으로 이루어져 있다. 붉은색 표지는 서울편이고, 초록색 표지는 경기편이다. 각 권마다 다루는 지역은 다음과 같다.

  • 서울편 : 강서구, 중랑구, 서초구, 강동구, 영등포구, 성북구, 노원구, 마포구
  • 경기편 : 의정부, 구리, 안양, 광주, 화성, 평택

꼭 부동산과 입지에 대한 정보를 제외하고서라고 수도권은 우리의 생활 터전이기에 나름의 쏠쏠한 재미도 있다. 마치 여행서적을 읽는 기분이랄까? “이 지역에 이런 명소, 랜드마크가 있었구나! 한 번 가봐야겠다”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기도 한다.

드라마 펀치의 검찰총장 명대사 “이 길 하나 건너오는데 10년이 넘게 걸렸구나”의 길이 어떤 길이었는지, 내 눈에 그렇게 멋져보이는 반포동의 아크로리버뷰를 압구정에 사는 부유한 친구는 왜 이렇게 무시하듯 발언 했는지 동네의 속속들이 사정까지 곳곳에 재미있는 지역의 역사를 알게되는 재미도 있다.

미래는 대응하는 것이지 예측하는 것이 아니므로 허황된 가격에 대한 전망이나 어느 지역을 추천한다와 같은 책임지지 못할 견해를 다루는 책은 사실 읽을 가치가 없을 것이다.

반면 너무 조심스럽게 마치 법정 진술마냥 그럴 가능성도 이럴 가능성도 있으며 자신이 생각하는 입장을 숨기는 것도 답답하고 얻을 것이 없어 읽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본 도서는 두가지 측면을 중용하여 소개하는 입지마다 저자 개인의 소신을 당당하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음과 동시에 쪽집게 가격 예측 따위의 정보는 다루지 않아 믿음이 갔다.

즉, 그동안 특정 지역들을 연구하고 답사하며 얻은 지식을 체계적으로 잘 정리하고 독자에게 떠 먹여준다. 독자 입장에서는 비교적 쉽게 그 지역을 이해할 수 있음은 물론 스스로의 투자 원칙 및 인사이트와 접목하여 편리하게 해당 지역의 가치와 미래를 판단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시선으로 특정 지역을 눈여겨 보는지 저자의 인사이트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도 있다.

수도권 부동산은 대한민국 최대의 투자처이고 사람들이 가장 거주하고 싶은 곳이자 거주, 직장등의 생활 터전이기에 편하게 한 번 훑는다면 좋은 메타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대충이라도 머리 속에 전체 지도가 그려진다면 약속이 있을 때마다 그 지역을 눈여겨 볼 수 있을테니 인생 전체에 걸쳐 부동산에 들이는 시간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만약 특정 지역에 실 거주 혹은 투자처로의 관심이 생길 때마다 책을 펼쳐 지인이 설명해주는 듯한 저자의 글을 읽는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끝으로 부동산 관련 서적 중에 꼭 추천하고 싶은 도서임을 강조하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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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 일상의 신호가 알려주는 격변의 세계 경제 항해법
피파 맘그렌 지음, 조성숙 옮김 / 한빛비즈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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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일상의 신호를 잡아내는 감각이 탁월하다. 일상에서 보내는 신호가 무엇인지 책 내용을 일부 인용해 보겠다.

  • 보그 2009년 6월 호 표지에는 립스틱만 바르고 옷은 걸치지 않은 보디아노바 사진을 표지에 내걸었다. 패션을 선도하는 보그가 어떤 패션도 담고 있지 않았으며 그동안 뼈만 남은 앙상한 모델을 전면에 내세웠던 것과는 달리 세 아이의 엄마가 모델로 등장했다. 이것은 일종의 신호이다.

    예술가를 비롯해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은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시대정신을 느끼고 작품에 반영한다. 경제가 어려워져도 여성 고객은 립스틱만큼은 구매를 포기 하지 않는다. 저렴한 가격에 비해 꽤 오랜 효용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경제 위기의 도래를 암시하며, 젊은 고객층을 잃고 있다는 신호이다.

  • 트레이더들은 하나같이 금융위기는 반드시 온다며 떠들고 다니면서도 매도 주문은 하나도 내지 않았다. 스스로 똑똑하다 믿고 있기에 위기가 오면 자신이 제일 먼저 발을 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오만의 신호는 저자에게 스스로 집을 팔고 임대주택으로 옮겨야 할 타이밍이라는 확신을 주었다.

  • 대출 알고리즘의 등장으로 여신 담당자가 해고당하고 의사결정에서 배제되었다. 다만, 경제 위기로 인한 책임을 누군가 답해야 한다면 그저 “알고리즘이 그렇게 하도록 시켰어요.”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 세금, 실업률, 저성장으로 프랑스인들 상당수가 런던으로 이주하고 있다. 이는 프랑스식 제과점과 레스토랑이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는 신호이다.

  • 미래에 대한 희망의 상실은 희소 자원을 얻으려는 분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신호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평화 배당 기조에서 분쟁 프리미엄 기조에 적응해야 할 타이밍이다.

AI와 데이터를 공부하는 나의 관점으로 볼 때 저자는 특히 이상치 신호에 대한 감각이 탁월한 것 같다. 얼핏보면 별 것 아닌 현상이지만 유독 빈번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을 때 즉, 통계적으로 흔히 말하는 이상치가 발생했을 때 그냥 넘어가지 않고 그 동기나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하는 습관이 있는 듯 하다.

때로는 이상치나 결측치 만큼 귀찮은 것이 없다. 모두가 yes라고 하는데 단지 몇 놈만 no라고 하고 있으니 그냥 지나치면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는 기분이고, 안고 가려니 감도 잡히지 않고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하기에 일종의 계륵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이상치야 말로 보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델, 수학, 계량적 분석이 해낼 수 없는 비밀이 숨겨진 보물창고 말이다. 신호에 관해 이 책에서 배운 것은 여기까지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일상에서 신호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 같기도 하지만 사실 이 책의 메인 주제는 보통 사람을 위한 일상의 경제학이라 말할 수 있다.

직장과 사회에 뛰어드는 대다수의 성인들이 금리의 기본 조차 이해 못한 채 학교를 졸업하는 작금의 문제를 강조하며 피상적인 수학과 모델, 알고리즘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신호 체계로 경제를 이해할 수 있고 그러한 감각을 기민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AI와 데이터가 대세가 된 현실 속에 어쩌면 다소 시대 착오적인 감각을 강조하고 알고리즘과 수학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은 어쩌면 모순같아 보인다.

하지만 맹목적인 알고리즘의 비판보다는 대다수의 국민 스스로 나름의 경제적 감각을 유지하고 치열한 자신만의 경제 감각을 익히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즉, 경제학자와 알고리즘 따위가 현 자본주의의 약점을 커버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저자의 주장 대부분은 3장에 등장하는 여왕에게 보내는 편지, 그리고 11장 책의 마지막 즈음 등장하는 여왕에게 보내는 두번째 편지에 드러난다.

2008년 11월 9일 런던정경대학 개관식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경제학 교수들에게 물었다.

“왜 아무도 위기를 예측하지 못했습니까?”

런던정경대학 학자들과 영국학사원 회원들은 “파이낸셜 타임스”에 편지 형태로 답을 하는데 핵심 답변은 다음과 같다.

“상상의 실패가 중요한 원인이었습니다.”

저자 또한 이러한 기조에 동의하면서 상상을 통한 다양성을 강조하고 있다. 11장 고르디우스 매듭자르기의 비유에서와 같이 풀려고 노력할수록 더욱 엉키는 매듭을 푸는 비책은 매듭을 자르는 것임을 주장한다.

작금의 경제 문제는 알고리즘, 대 경제학자 따위가 풀 수 있는 것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를 위한 저자의 세부적인 해결 방안은 다양성이다. 일단 전 세계에 인구가 많아야 하며 그들 각각 수학적인 획일적인 방법이 아닌 스스로의 직감을 통한 나름의 경제학을 익히고 그 창의성, 상상 속에서 발전적인 경제 모델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론에 이르기까지 눈여겨 볼만한 흥미로운 사실이나 저자의 직관을 만날 수 있다. 무려 500페이지가 넘는 책이기에 다소 주제나 통일성에서 벗어날지는 모르지만 요소요소 다양한 재미거리들이 숨어 있다는 점도 이 책을 읽는 묘미이다.

  • 최고의 직업
    • 메이저리그 야구팀 지명타자, 기상학자, 경제학자
    • 이유 : 79% 의 실패율을 기록하면서도 일 잘한다는 말을 듣기 때문
    • 경제 예측의 유일한 기능은 점성술을 대단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
  • 인플레이션은 곧 세금 인상을 의미한다.

  • 인플레이션과 달리 디플레이션의 해답은 이론적으로나 경험적으로나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 국가부채의 결말이 무엇이었는지는 역사에서 배울 수 있다. 바로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의 병합에서 말이다.

  • 사회계약은 시민과 국가 사이의 거래로써 국가와 시민의 권리 및 책임을 제시한다. 시민은 법을 준수하고 세금을 내며, 국가는 공동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국가가 파산한다면 종착역은 사회계약의 붕괴일 뿐이다. 현 세계 경제 위기는 사회계약의 붕괴를 야기하고 있으며 이러한 신호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 그 외에도 조지 부시 대통령 행정부에서 경제정책 특별보좌관을 지내며 쌓여온 남다른 내공 때문일까? 미국, 중국, 러시아와의 지정학적 대립 구도 분석이 탁월하다.

지금껏 포스트 코로나 혹은 경제 위기에 대한 책을 여러 차례 읽어왔는데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저자들의 공통된 최악의 종착역은 국가 부채, 체제 붕괴 등으로 귀결 된다. 이 책에서도 미래 경제의 전망에 대해 비슷한 관점을 제시하고 있는데,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점과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 요소이다.

이 책은 부분적으로는 쉽지만 전체적으로는 결코 쉬운 책이 아님을 알리고 싶다. 저자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결론을 파악하기 위해 세번 정도 반복하여 읽었다. 전체적으로 하나의 목적을 향해 통일성을 엄격히 준수하는 글은 아닌듯 하고, 저자의 인사이트와 경험이 각 장마다 부분적으로 녹아있는 책이기에 각 장마다 펼쳐지는 저자의 향연에 집중하면 족할 듯 하다.

또 한가지 특징으로 이 책은 저자 자신의 일생을 녹여 배운 인사이트를 담아 자비로 발간한 서적임을 강조하고 싶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느낄 수 있는 진실함이나 투명성은 어느 책보다도 뛰어나다 할 수 있다.

세계 경제를 색다른 신호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석하는 지혜, 경제를 바라보는 스스로의 인사이트, 수십년에 걸친 경제 보좌관의 경험과 내공을 얻고 싶다면 이 책과 함께 색다른 경제 여행을 떠나보시길 권유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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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강화학습 인 액션 - 기본 개념부터 파이썬 기반의 최신 알고리즘 구현까지 제이펍의 인공지능 시리즈 (I♥A.I.) 29
알렉스 짜이. 브랜던 브라운 지음, 류광 옮김 / 제이펍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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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은 환경 안에서 에이전트가 현재의 상태를 인식하여 선택 가능한 행동들 중 보상을 최대화하는 행동을 선택하는 방법이다. 알파고 그 중에서도 특히 알파고 제로의 경우가 좋은 예제라 할 수 있다.

강화학습은 배울 것이 너무 많고 하나하나 난이도 끝판왕급의 지식들로 이루어져 있기에 배우기 어렵다. 수학과 기본 지식을 어느정도 통달하지 않고서는 원서나 논문 중심으로 지식을 학습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한글로 쓰여진 책들의 도움이 간절한데 안타깝게도 한글로 강화학습을 다루는 책은 매우 드물다. 강화학습을 익혀 나만의 알파고를 구현하고자 시중의 서적을 모두 구매하여 보유하고 있었는데 일부 훌륭한 책도 있으나 조금씩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들어 반갑게 본 도서를 만날 수 있었다.

이 책의 큰 장점 중 하나로 국내 서적 중 유일하게 강화학습의 최신 연구 성과를 다룬다는 점을 들 수 있다. 6장에서는 CartPole에 유전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코드를 구현하고, 8장은 ICM(Intrinsic Curiosity Module, 내재적 호기심 모듈)을 다룬다. 심지어 10장에서는 주의 및 관계 모형을 적용하여 XAI를 시도하기까지 한다.

강화학습의 기본에 충실하기도 급급한 처지이지만 개인적으로 한단계 뛰어넘는 최신 성과들을 접해보기라도 하고 싶었는데 이 책이 가려운 구석을 긁어주어 얼마나 시원했는지 모른다. 아직 모든 것을 정확히 이해한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유전 알고리즘을 구현하는데 크게 어렵지 않았기에 절반의 성과는 거둔셈이라 스스로 위안을 삼고 있다. 보다 새로운 기법에의 접근을 가능하게 해준 이 책에 매우 고마움을 느낀다.

수학을 열심히 공부했고 좋아하지만 고수라고 감히 말할 수는 없는 입장에서 그나마 최신기술의 맛을 볼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책 덕분인데 책에 어떤 특징이 있어 가능했는지 설명하는 것이 이 책을 읽을 독자분들께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여 간단히 정리해 본다.

우선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유명한 “in Action” 시리즈 중 하나이다. 인 액션 시리즈는 IT, AI 영역을 가리지 않고 대부분 양서들로써 일단 구현을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데 매우 적합한 책이다.

이런 특징때문에 독자 각자의 처지에 따라 책의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이 책을 읽어본 독자라면 양서에 가깝다는 판단에는 대부분 동의할 것으로 생각한다.

만약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하는 연구자라면 이 책은 조금 부족할 것이다. 연구자가 아니라 잘은 모르겠지만 이 책에는 수식이 많이 등장하지만 여타 전공 서적에 비하면 수식이 적은 편이다.

대신 연구보다는 구현을 목적으로 하는 엔지니어라면, 또 빠른 시간내에 구현을 필요로 한다면 이 책은 가뭄의 단비보다 소중한 책이다. 지금 내 처지가 그렇다. 언제까지 강화학습의 기본 지식만 학습하거나 처음부터 수식을 들여다보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개인적인 목표는 스스로 알파고를 구현하는데 있기에 필요 이상의 기초 지식을 원하지는 않는다.

이 책은 인 액션 시리즈 답게 하나씩 따라하다보면 구현을 통해 내부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어 구현 실력을 끌어올리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렇다고 수학없이 코드로만 구성된 책도 아니다. 코드는 수학과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한 의사소통 수단으로 쓰였을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되지는 않는다. 책에서도 언급하기를 수학 없이 강화학습을 익히는 것은 마치 부실공사에 가까운 기초가 허약한 상태에서 예제 코드를 흉내내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식으로 무의미함을 밝힌다. 개인적으로도 수학을 배제한 책이 얼마나 훌륭할까라는 생각이 들어 언젠가 부터는 수식이 등장하지 않으면 즐겨보지 않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 책은 수식이 존재하는데 어떻게 수식을 이해시키고 구현 능력을 향상시켜 주는 것일까? 저자의 전달력도 한 몫 했겠지만 무엇보다도 큰 도움이 되었던 몇가지 독특한 방식이 있었기에 구체적으로 소개해보려 한다.


  • 난이도와 타임라인의 방향 일치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강화학습의 최초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 최신 기술에 이르기 까지 시간 순으로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먼저 간단한 개념을 소개하고, 문제를 마주치며, 해결책을 고민하고, 해법을 고안하며, 시험하고, 개선하다가 형식화하고, 수학 공식 등으로 정리하는 순서를 지킨다.

    대부분의 기술 서적은 거꾸로 현재의 기술을 정의, 소개하고 필요한 경우에만 과거의 히스토리를 잠깐 언급하기에 기억력외에 우리 두뇌 능력을 활용하기 어렵게 구성되어 있는데, 저자는 통찰력 있게 그 부분의 맹점을 해소하고자 노력하였다. 그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구체화된 예시를 종종 만날 수 있기에 이해하기 너무 편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 수식과 의사코드
    먼저 예시를 통해 살펴보자. 아래 그림은 Q 학습 알고리즘의 갱신 규칙에 대한 수식인데 처음 이 수식을 만났을때의 황당함을 떠올리면 이런 친절한 책이 또 있나 싶을 정도다.Q학습

    먼저 해당 수식을 소개하기 전에 충분히 개념과 줄글로 설명을 한 후, 수식이 등장하면 위 사진이 보여주듯 각 애매모호한 기호를 하나씩 설명해준다. 그럼에도 이해 못할 경우를 대비하여 의사코드로 구현해보고, 이에 대한 설명으로 이해의 쐐기를 박는다.

    그래도 부족할 것 같은 부분에는 Python 코드로 설명을 한다. 아래 그림은 기대 보상에 근거하여 최선의 동작을 선택하는 방법을 수식, 의사코드, Python 코드로 표현한 예제이다.동작

    이러한 장점 때문에 구현에는 자신이 있는데 수식에 자신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제 격이라 할 수 있다.


  • 끈 그림(String Diagram)
    이 역시 예시로 먼저 설명하는 것이 빠를 듯 하다.끈그림

    기존 강화학습 서적들을 보면 강화학습의 시작에는 늘 이와 같은 그림이 등장한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약간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선(끈)에는 화살표가 있고 주로 동사에 해당하는 부분이 기술되어 있고, 네모 박스 안에는 명사에 해당하는 부분이 기술되어 있다.

    상태와 동작을 명확히 나눠줌으로써 명확한 이해를 돕는다. 강화학습의 기본 메커니즘이 복잡해질수록 비슷한 용어가 무수히 쏟아진다. 상태 공간, 동작 공간, 상태 가치, 동작 가치, 정책 함수, Q 함수, Q 학습, 심층 Q 신경망 등 이 용어들을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강화학습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한데 끈 그림의 적절한 역할 분리가 내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그동안 애매모호했던 개념들이 확실해지면서 구현하는데 애로사항이 크게 줄어들었다.


  • OpenAI의 Gym
    최근 GPT-3로 화제를 모았던 OpenAI에서는 강화학습을 위한 기막힌 환경을 제공하는데 이를 Gym이라 한다. 링크에 접속해보면 지원하는 환경들이 나오는데 기본적인 알고리즘부터, 아타리, 로봇제어 문제와 같은 다양한 유형의 환경들이 제공된다.

    강화학습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이를 적용할 게임을 만들라고 한다면 그 자체로 비효율적인 또 하나의 과제가 주어지는 셈인데 이런 환경이 제공됨으로써 부수적인 것들은 걷어치우고 강화학습 구현에만 집중 할 수 있다.

    본 도서는 아래 사진과 같이 다양한 형태로 Gym을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첫번째 그림은 ICM을 적용한 슈퍼마리오 예제이고, 두번째 그림은 분포 DQN을 적용한 아타리 예제이다.슈퍼마리오
    아타리


위와 같이 본 도서에는 학습 능률을 높혀주는 다양한 장치들이 소개되어 있다. 더불어 관련 논문을 집대성 한 후 구현 우선 중심으로 취사선택하여 완급을 조절하고 있기에 참 잘 만들어진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개인적으로 바둑을 즐겨했고 그 안에 숨은 미묘한 감이 정량적으로 계산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었기에 이를 확인하고자 나만의 알파고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여담으로 알파고를 만드는 일에 관심이 있다면 아래 리뷰들을 참고하면 된다. 이 책들 또한 알파고 뿐만 아니라 강화학습을 실전적으로 배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되는 양서들이다.

이 책 덕분에 나만의 알파고 구현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번역의 질도 우수하다. 역자가 번역의 매끄러움을 위해 곳곳에 노력한 티가 보인다. 다만 일반적으로 흔히 쓰이지 않는 단어로 번역된 경우도 보인다.

예를 들면 learning rate는 보통 학습율로 번역이 되곤 하는데 본 도서에는 학습 속도라는 명칭으로 번역을 했다. 이런 부분들 때문에 때로는 생소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어차피 원어가 아닌 이상 보다 명확한 해석이 가능하다면 잠시 다른 시각으로 바라봄으로써 되려 전달력이 향상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다중 슬롯 머신을 굳이 여러 팔 강도라는 표현으로 번역한 것도 재미있는데 이런 큰 차이가 있는 부분은 역주로 따로 번역의 주를 달아놓았기에 전체적으로 이해하는데 무리는 없었다. 일반적인 서술 문구는 번역의 품질이 훌륭했다고 본다.

정리하자면 본 도서는 논문의 이해 혹은 구현을 목표로 하는 이에게 가장 적합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초보 연구자들 또한 연구에 앞서 구현을 해보는 것이 깊은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고급의 문을 열고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려는 이들에게도 이 책이 최신 기술의 입문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강화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이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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