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닮은 와인 이야기 - 미술관에서 명화를 보고 떠올린 와인 맛보기 ㅣ Collect 14
정희태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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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성인이 된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유럽의 미술관 투어를 많이 다녔는데 명목은 아이들을 위한 교육적 차원이었으나 사실상 엄마인 내가 더 설렘이 컸었다. 텍스트나 이미지를 통해서 접해본 거장의 작품들을 실제로 보았을 때의 가슴 벅참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다. 그림을 사랑하게 되고 프랑스를 사랑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와인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하지만 제대로 술맛을 모르는데다 책으로 배우는 와인공부는 어렵기만 했고 어쩌다 접하게 되는 전문가들의 와인 강의에서도 실망하기 일쑤였다. 현학적인 강의가 주는 거리감에다 고가의 와인이 정석인양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는  살짝  거부감마저 들었기 때문이다. 마치 저 어려운 용어와 섬세한 테이스트를 이해하지 못하면 와인을 음미할 자격이 없나 하는 생각이 들기에 이르렀다. 한동안 와인에 대한 관심은 자의반타의반 내려놓고 아무 생각없이 와인을 사기도 하고 마시기도 하며 지냈다.


그런데 <90일밤의 미술관 루브르>라는  책의 인스타 라이브 방송을 우연히 접했는데 당시 직접 파리 현지에서 루브르에 대한 설명을 진행한 저자 중 한 분인 정희태 선생이 와인에 관한 책을 냈다는 소식을 접하고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바로 예약 구매를 눌러버렸다. 그가 1시간 넘게  인스타 라방에서 보여준 실력과 성실함, 자상함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바로 팬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그가 과연 와인 전문가로서 그림과 와인을 어떻게 매치시켜 놓았을까,  그간 읽었던 나를 좌절하게 만든 와인책은 아닐까 하는 기대감 반 우려반으로 책을 기다렸다.


 1장 와인과 미술에 담긴 가치, 2장 작품과 와인에 스며든 감정, 3장 명화속 와인 등  3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각 장마다 키워드를 줘가며 와인과 그림을 절묘하게 연결하고 있다. 그 연결이 얼마나 절묘하던지 읽는 내내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림의 역사를 와인의 역사와 연결한다든지, 그림의 기법을 와인의 제조과정에 비교한 것이라든지, 화가의 인생과 와인의 탄생 비화를 소개한 부분에 이르기까지....작가의 꼼꼼한 자료 수집은 기본이거니와  각 소제목 별 키워드가 와인과 그림을 한데로 묶어내기에 너무 적절했다. 후반부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방혜자 화백의 작품이 나와 반가웠는데 그녀의 작품이 젊은 와인 생산자에 의해  와인 라벨로 디자인되었다고 하니 이또한 미술과 와인이 점점 한 몸이 되어 가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부분을 포착해낸 작가의 센스도 돋보였다.


그림에 대해 제법 안다고 생각해왔지만 정희태 작가의 해설을 읽다보니 몰랐거나 흥미로운 사실까지 발견하는 건 덤이었다. 무엇보다 와인이 단순한 술이 아니라 우리 삶을 이야기하고  깨달음에도 다다를 수 있게 하는  인문학적 오브제로 각인시켜준 저자의 말에 깊은 공감을 하게 되었다. 


와인과 그림에 관한 한 어떠한 허세적 대화 상황에서도 이 책의 독자라면  결코 기죽을 일은 없을 것 같다. 거대담론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독자들은 이 책과 함께 마음 편안하게 독서 여행을 떠나볼 것을 권한다. 개인적으로 수많은 책을 구입하고 읽지만 가끔씩 책꽂이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다 보면 버릴 책들이 무지 나온다. 읽고 버려도 되는 책과 영원히 소장해야 될 책으로 편의적 구분을 하는 편인데 이 책은 책꽂이 미니멀리즘을 적용해도 끝까지 살아남을 책일 듯하다. 꼭지마다 지식 전달외에 저자가 말미에 권유하는 멘트마저 소중하게 다가온다. 나는 이런 겸손한 작가, 예의바른 작가가 좋다. 독자에게 꼰대성 멘트 날리는 저자는 딱 질색인 편이라 ㅎㅎ


저자의 당부대로 그림과 와인 속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인생을 나누는 것을 최고의 힐링으로 여기리라 맘먹고 이 소중한 책장들을 덮는다.  또 한가지!  누구에게 선물해도 취향저격일  책이므로 너얼리 너얼리 퍼뜨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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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실험경제반 아이들 - 대한민국 상위 1% 10대들의 특별한 경제 수업
김나영 지음, 정진염 그림, 이인표 감수 / 리틀에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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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사회과목 (우리 고등학교때는 정치경제라는 과목이 있었음) 내용 중 '수요와 공급' 부분이 나오면 저절로 주눅이 들어서 깊이 알려고 하지 않았다. 막 복잡한 경제 이론 설명들이 와닿지도 않고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그 파트에서 시험 문제가 나오면 그냥 틀리자 이런 맘이었으니 나의 경제에 관한 지식은 그냥 전무했다고 보면 된다. 

두남매를 키우면서 아이들의 독서 수준과 함께 성장하고 새롭게 공부하는 경험을 하고 있는  나는 우리나라에서 출간되는 청소년 대상 책들의 높은 수준에 늘 감동받곤 한다. '우리 때 이런 책이 있었더라면, 내가 이 책을 당시에 읽었더라'면 하는 책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어려운 이론이나 거대담론서를 청소년 버전으로 쓰여진 책을 통해 새롭게 공부한다. 그런 차원에서 김나영 작가의 <최강의 실험경제반 아이들>은 딱 그런 책이었기에 당장  나의 pick ! 이 되었다.


선택의 경제학 파트에서는 희소성, 기회비용, 한계효용에 관한 설명을 아이들이 쉽게 접하는 초코파이나 놀이공원이라는 소재를 통해 정말 재미있으면서도 쉽게 다가간다. 무조건 쉽게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수학적 사고를 할 수 있게 유도하면서 인생의 매순간이 'choice' 란  대목에서는 비록 아이들이지만 인생의 철학을 전달하는 효과도 있다. 경제학자들이 주장한 '보이지 않는 손' 즉 시장의 논리를 여러 상황이나 사례를 통해 전달하면서 경제라는 것이 얼마나 합리적인 선택이 뒤따라야하는지를 자연스레 알게 해준다. 중간 중간 '경제개념 콕'이라는 코너를 통해 알아두면 상식이 되고 대화에 끼일 정도 수준의 다이제스트 지식도 제공하는 저자의 배려가 돋보인다.

시중에 나와있는 경제서적 중 부자되기, 돈벌기를 목적으로 독자들을 현혹하는 화려한 책들이 많이 있지만 이 책은 그와는 차원이 다르다. 돈관리를 어떻게 슬기롭게 할 수 있는지 똑똑하고 현명한 경제습관을 길러주기 위한 차분한 내용들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른인 나도 가끔 저지르는 충동구매에 대한 경계심을 키울 수 있고 마치 본인이 전문 재무설계사가 되어 보는 경험도 책 속 '나선생' 과 함께 해볼 수 있다. 

정말 다양하고 복잡한 경제현상들을 '나선생' 과 같은 교실에 있는 느낌으로 주욱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책의 막바지에 이르른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아~ 아~ 이런거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책장을 넘긴 적이 실로 오랜만이다.


분명 중학생 정도의 청소년을 위해 작가가 쓴 책이지만 조금 똑똑한 초등 고학년이나 나같이 경제를 모르거나 경제이론을 무서워하는 어른들을 위한 시중에 나온 가장 친절하고 재미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  현직 교사인 저자가 <실험경제반> 이라는 동아리를 통해 학생들을 교육한  십수년 노력이 녹아있는 책을 쉽게 단 몇시간만에 읽어 버려 작가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 정도다. 그 미안함은 주변의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사줌으로써 상쇄할까 한다. 좋은 책은 나혼자 보기 있기 없기? ㅋㅋ 널리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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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도 미술이 될 수 있어요! ㅣ 푸른숲 생각 나무 19
수지 호지 지음, 웨슬리 로빈스 그림, 정아영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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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아이가 이미 흘쩍 커버렸지만
어린이책 코너는 늘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내가 꼭 서점에만 가면 들르는 곳이다.
아이들 책이기에 거대담론이나 예술이론 사회현상 머저 쉽고 편안하게 이해시켜주는 책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독서왕 맞춤법왕인 10살짜리 조카에게 교양서를 골라주는 것이 나의 취미인데 미술관련 일을 하고 있는 나의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은 책!!!
<쓰레기통도 미술이 될 수 있다!> 제목이 현대미술의 개념정의와 화두 그 자체다. 원작의 제목을 그대로 번역한 것인지 모르지만 편집진의 책제목 센스에 무릎을 탁 치고 이런 외국서적을 pick한 안목에 경의를 표한다.

책을 손에 잡고 한시간도 안되어 다 읽었지만
어른들에겐 알고 있는 지식을 체계화하고 재확인하는 시간이 된다. 어린이들이라면 미술을 보다 친근하게 느끼며 예술에 대한 기본 상식을 접하고 향후 지적 호기심으로 연결해줄 수 있는 다리가 될 딱 그런 책이다.

주말에 빨리 조카에게 보여주며 그녀석의 반응을 보고싶다.
문화적 감수성은 어느날 문득 키워지는 게 아니라 이런 좋은 책들을 시작으로 많이 읽고 보면서 몸에 새겨지은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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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단단해지는 중입니다 -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라이더가 전해주는 짱짱한 마음 근육 생성기
김영미 지음 / 혜윰터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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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에 가서 즉시 구입하고 즉시 단숨에 읽어버린 책! 아이들 다키우고 열심히 살은 이땅의 아줌마로서 김영미작가의 용기에 큰 힘과 힐링을 얻고 말았습니다. 이제 나를 돌아보고 나를 사랑하며 살 때가 된 거 같습니다. 자전거 다시 배워서 보다 열정적으로 건강한 몸과 정신을 만들어야겟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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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민 투 드라이브 - 스스로 결정하기로 한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의 성장 에세이
마날 알샤리프 지음, 김희숙 옮김 / 혜윰터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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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새로운 꼰대의 대명사 586 세대로 조롱받지만 그 어떤 세대보다 격동의 현대사를 겪으며 정의롭게 살려고 애썼고 남녀차별에 저항하며 여성으로서의 권리를 찾고자 했던 원조 페미니즘 세대에게 <위민 투 드라이브>는 실로 간만에 만난 가슴 벅찬 에세이였다.

 

비록 세대, 인종, 종교는 다르지만 본인의 의지로 세상의 편견과 싸워나간 마날 알 샤리프의 이 자전적 에세이를 읽으며 때로는 같이 분노하고 때로는 같이 공감하다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에 이르렀다. 긴박한 스토리 전개는 마치 흥미진진한 영화를 보는 듯 했고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궁극의 메시지는 거창한 구호를 외치진 않았음에도 자연스럽게 독자들에게 전달되었다.

 

현대를 사는 대부분의 여성들에게 너무나 당연한 ‘운전권’ 이 신변의 위협을 당할 정도로 본인의 희생을 감수하며 쟁취해야 하는 것이라니 그 사실 자체가 충격이었다. 게다가 그동안 내가 알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의 부자나라이며 대학교육도 무상이어서 아주 살기 좋은 나라일 거라는 정도였는데 마날의 책을 통해 그 부자나라가 여성에게는 아직도 종교적 이유 혹은 사회 관습을 들어가며 봉건적 의무를 강요하고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수백만명의 여왕’이라는 미명하에 여성들은 남성이나 국가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이슬람 율법은 여성을 억압하고 남성에게 종속되어야 하는 존재이며 남성 보호자의 동의없이는 어떤 주체적인 결정이나 행동을 할 수 없다고 한다. 공공장소는 물론 심지어 직장에서도 남성과 말을 섞어서는 안되고 온몸을 천에 가리고 생활해야 하는 여왕(?)의 생활이라니 인간의 기본권인 자유 따위는 여성에게 주어지지 않는다. 어린 여자아이에게 강행되는 무지막지한 할례는 법이 금지하고 있음에도 아직 사우디 사회 전반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전통이다. 두 발과 두 손을 가진 인간이 혼자 이동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는 것이 처음에는 이해가 안되었다. 너무나 당연해서 이 지구상의 그 어떤 여성이 이런 당연한 권리를 위해 싸웠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었다. 하긴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투표권이 불과 백년전 여성들은 가지지 못했다는 것처럼 말이다.

 

어린 시절 가정교육의 영향으로 이슬람 원리주의자에 충실했던 마날이 현대적 교육을 받으면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게 되는 과정들이 아주 솔직하게 묘사되어 더욱 공감을 준다. 그 중에서 대를 이어서도 행해지고 있는 가장의 폭력이 별다른 저항없이 받아들여지는 부분이 안타까웠다. 우리나라도 내가 어렸을때만 해도 ‘여자와 북어는 사흘에 한번 두들겨 패야 한다‘는 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회자되고 심지어 동네 여기저기에서 매맞는 아내들이 도망 다니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마날같이 똑똑하고 주체적인 여성도 그 어머니 세대가 겪은 가정폭력을 그대로 겪는 부분에서 참으로 안타깝고 속상했다. 이슬람 나라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여성의 권리를 찾아주는 것이 아니라 가부장적이고 봉건적인 남성의 사고방식 개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정과 사회에 뿌리박혀 있는 이 억압은 국가나 법이 나서지 않으면 근절될 거 같지가 않아서 화가 났다.

 

마날의 주체적 투쟁은 오히려 같은 동료들의 왕따 대상이 되기도 했는데 어떤 약자나 소수자의 권리를 찾기 위한 투쟁에는 무엇보다 연대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위민투드라이브>가 세상에 알려진 것도 이런 연대의 결과이다.요즘 우리 사회에 만연한 급진적 페미니스트들을 보면서 꼰대인 나는 걱정스러울 때가 많다. 모든 사람을 투쟁의 대상으로 타파의 대상으로 몰아가는 그들의 공격적인 태도는 80년대 원조 페미니스트인 나도 질리게 한다. 한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인권운동이 아니라 연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설득력으로 세상 누구라 해도 그 인권이 짓밟히는 일이 생긴다면 함께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결국 나를 위하고 나의 딸, 아니 전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마날의 성장에세이를 덮으면서 20년 넘는 나의 장롱면허증을 떠올려보았다. 누군가에게 생명만큼 절실한 그 라이센스를 아무렇게 방치한 나란 인간을 반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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