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응변의 힘 - 어지러운 세상 동양고전 3000년의 지혜를 권하다
신동준 지음 / 아템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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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혁명으로 전 세계의 통신, 미디어, 서비스 시장이 일대 교란을 빚어내고, 경제 위기의 파고가 들이 닥칠 시점을 우리 누구도 간파하지 못하며,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혼란에 증시는 일제히 요동친다. 매일 신문과 언론을 보며 세상의 변화를 좇아가려 애쓰지만 한걸음 다가서면 저만치 멀어져있는 게 오늘날 정보의 홍수속에서 우리가 허우적거리는 까닭이기도 하다. 저자의 규정대로 오늘의 세계는 '난세'에 해당한다.

 

임기응변이란 바로 '난세의 지략'인 것이다.

 

임기응변과 임시방편(또는 임시변통)이 다른 종류의 것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몰랐다. 임기응변은 임시변통이나 임시방편과는 아주 다른, 지략의 일종이다. 임기는 상황이 급변하는 것, 응변은 상황의 변화에 맞춰 인간이 변화하는 것이며, 임시변통과 임시방편은 인간의 변화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

 

변화의 조건들, 변화의 타이밍, 변화의 계기를 이해하는데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주역> <손자병법> <한비자> <상군서> <관자> <사기> <화식열전>


동양의 병서, 법서, 경제사상서 등 고전의 정수를 추출해 서로 연결시켜내는 서술을 읽다보면 각각의 저자들이 가지고 있는 사상적 유사함이 머릿속에 얽혀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방대한 고전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발견하면서, 임기응변의 상황과 방법이 머릿속에 아주 또렷하게 각인되는 효과도 맛볼 수 있었다.

 

고전의 지혜와 사례를 오늘날 스마트혁명의 선구자인 애플의 스티브 잡스 그리고 삼성과 노키아가 벌이는 IT 각축전과 비교하며 임기응변의 현대적 가능성을 서술하고, 중국의 부상으로 재편되는 G2시대의 정치경제적 상황을 접목해낼 때 임기응변의 지혜가 다방면에 활용가능한, 특히 지금같은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반드시 우리가 갖추어야할 지략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임기응변의 ‘임기’는 변화 조짐을 뜻하는 기변의 상황에 맞닥뜨린 경우를 지칭하고, ‘응변’은 이런 임기 상황에서 인간 스스로 변화하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임기와 응변은 원인과 결과, 상황과 결단의 관계를 맺고 있다. 다시 말해 임기는 천지자연의 끝없는 순환과 변화에 맞닥뜨린 상황 내지 그 원인, 응변은 이런 상황에서 개개인이 자신의 지혜를 동원해 내린 결단 내지 그 결과에 해당한다. 임기응변에는 반드시 인간의 지략(智略)이 개입돼 있으므로 임시변통(臨時變通)과 엄밀히 구분해야 한다. ‘변통’과 ‘응변’에는 커다란 간극이 있다. 변통에는 지식과 계책을 동원해 적극적으로 변신해나간다는 의미가 없다. 임시변통은 엉겁결에 만들어낸 방편이 요행히 통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임시변통은 갑자기 터진 일을 우선 간단하게 둘러맞춰 처리하는 임시방편(臨時方便)과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그런데도 적잖은 사람들이 임기응변을 임시변통 내지 임시방편과 혼용하고 있다. 영어를 포함한 서구의 언어에는 임기응변을 뜻하는 용어가 없다. 영어의 경우 즉흥적인 처리를 뜻하는 ‘improvise’와 즉석에서 처리한다는 뜻의 ‘extemporize’만 존재한다. 이는 임시방편 내지 임시변통일 뿐이다. [천기(天機), 하늘의 변역 이치를 살펴라, 25쪽]

 

치세에는 파탈의 미학이 그다지 필요 없다. 오히려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왕조시대에는 역도로 몰려 목숨을 부지하기도 힘들었다. 그러나 난세는 다르다. 위기를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계기로 만들고, 사지에서 생환하는 기사회생(起死回生)의 묘수를 찾아내야 한다. 그 요체가 바로 임기응변에 있다. 이를 꿰면 조조나 마오쩌둥처럼 새 왕조의 창업주가 될 수 있다. 이는 21세기의 살벌한 경제전쟁 상황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스마트시대를 창도해 세계 제일의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선 애플이 그 실례다. 공교롭게도 잡스와 조조는 여러 면에서 닮았다. 조조는 세인들의 손가락질을 받은 환관 집안 출신이고, 잡스는 신생아 때 남의 집에 입양돼 생장했다. 조조는 젊었을 때 원소와 더불어 ‘망나니짓’을 많이 했다. 잡스도 젊었을 때 마약을 하며 히피로 사는 등 ‘망나니’와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커다란 꿈을 지니고 있었다. 바로 세계를 경영하겠다는 웅대한 꿈이다. 동양의 고전은 이를 경영천하(經營天下)로 표현해놓았다. (…) 조조와 잡스의 경영천하는 이와 달랐다. 두 사람은 항우처럼 조그마한 성과에 안주하지 않았다. 뜻이 그만큼 컸다는 이야기다. 두 사람의 성공은 기존의 관행과 가치에 얽매이지 않고 파탈의 미학에 기초한 창조적인 행보를 보인 덕분이다. [투기(投機), 하나의 표적에 온 힘을 쏟아부어라, 287~2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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