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옮길 때 마다 장서의 괴로움을 느끼곤 했지만, 

오카자키 다케시의 괴로움에 비하면 너무 초라한 괴로움이었음을 

그의 전작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책의 양 만큼이나 그 책과 얽히고 섥힌 이야기들이 있었으니. 

<아주 오래된 서점>이라는 책에서는 그가 고서점의 고수로 등장해서 

가쿠타 미츠요의 에게 미션을 주고 그 결과를 받은 뒤에 

책에 대한 그만의 비밀 병기들을 풀어놓는다.


아, 정말 한국에도 이런 고수들이 있었으면.

물론 국내에도 장서가들이 많지만 이렇게 즐겁고 행복한 느낌으로

책과 책에 얽힌 이야기들을 방물장수의 이야기 보따리처럼 풀어헤치는 사람은 없다.


고수가 건넨 어린시절의 책을 찾으라는 미션이나 청춘 시절의 책을 찾으라는 미션을 받고

분투하는 헌책 고수 지망생인 가쿠타 미츠요의 눈길을 따라 읽다보면

같이 마음이 설레고 옛 기억을 더듬거리게 된다.


삼촌의 책장을 뒤적이던 기억. 엄마의 수첩아래 있던 소설을 몰래 읽었던 기억.

대학 입학하고 처음으로 작가와의 만남이라는 자리에 참석했던 기억 등등

내가 책과 함께 있어 행복했던 시간을 조용히 불러내줘서 읽는 내내 참 행복해다.


지난주에 이 책을 읽고 나만의 오래된 서점에 다녀왔다.

한 서점은 문을 닫았고. 두 곳 중 한 곳은 주인이 바뀌었고.

나머지 한 곳은 여전히 그 때 그 주인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랜만에 아저씨를 만나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니 얼마나 좋은지.


한 때 나에겐 책 고수였던 그 아저씨. 

이제 아저씨는 머리가 하얗게 샛고. 나도 열다섯을 더 먹었다.

앞으로 오래오래 그 자리를 지켜주시기를. 자주 찾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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