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rrowing 바로잉 - 세상을 바꾼 창조는 모방에서 시작되었다
데이비드 코드 머레이 지음, 이경식 옮김 / 흐름출판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1997년 내가 속한 대학 연극반은 대학연극제에 참가하여 ‘금상’을 수상했다. 수상 기념으로 영화연극계의 내로라하는 연출가, 작가, 배우들과 강원도로 일주일동안 워크숍을 함께했었던 추억이 떠오른다. 그 때 모 작가는 시나리오 쓰기에 대해 다소 비딱하게 들릴 수 있는 이야기를 해서 내게 충격을 주었었다.

‘현재 시나리오 라이팅은 약 1000개의 영화를 재조합해서 1개의 이야기를 만든다고 보면 돼. 아주 새로운 이야기는 없어. 오히려 너무 새로운 것은 대중들에게 안 먹히지.’

이 책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이 든다.

 

흥미로운 것은 ‘창의성’과 ‘독창성’에 대한 현대적 개념이 생기기 이전에는 복사와 창조의 뿌리는 동일했다는 것이었다. 다만 과거에는 어떤 것을 복사하고 모방하는 사람에게는 기존의 것보다 더 좋게 만들어야 하는 의무가 있었다고 한다. ‘독창성’ 및 ‘표절’의 개념은 14세기 이탈이아의 르네상스 말기에 나타났다. 화가들이 자기 그림에 서명을 하기 시작했고 복사와 표절은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면서 ‘독창성’은 오해의 안개가 덮이고 복사와 표절을 경멸받아 마땅한 행위로 치부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복사와 모방은 창조의 원천이다. 노벨상 수상자의 논문이 1만 편의 논문을 인용하듯이 말이다.

 

기존의 것과 다른 새로운 발상, 독창적으로 보이는 아이디어들은 남에게서 빌린 온갖 아이디어를 잠재의식의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창의적으로 결합한 것이다. 이 잠재의식의 작동이 천재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만 평범한 사람은 그렇지 않다. 그러나 작가는 보통 사람들도 이 잠재의식적 과정을 의도적으로 모방하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를 비롯하여 수많은 창의성의 모범 사례들을 보여주며 작가는 창의성이 구현되는 과정을 6가지 단계로 규명한다. 즉, 정의하고, 빌리고, 결합하고 숙성시킨다. 그리고 이를 판단하고 강점은 더욱 강화하고 약점은 제거하여 끌어올린다. 이 과정들은 선형적인 것이 아니며 동시 다발적일 수 있고 전 단계를 반복할 수도 있다.

 

6가지 단계 중에서 나에게 가장 인상 깊게 남은 부분은 ‘숙성’시키는 단계였다. 뇌를 젤리가 담긴 그릇에 비유해 생각이라는 과정을 묘사한다. 뇌에 정보가 들어가면 얕은 고랑을 만들고 후에 비슷한 정보가 들어갈 때마다 이전에 형성된 고량을 따라 흐른다. 얼마 후 이 고랑은 아주 크고 확고하게 굳어진다. 결국이 이 고랑을 벗어나 생각하기 어렵게 된다. 창의적인 ‘정지’ 와 ‘숙성’은 이 고랑을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다. 산책이나 수면이 정지를 돕기도 한다.

 

작가는 창의성을 설명하면서 매 챕터 시작과 끝을 자신의 실제 상황에 결부 짓는다. 아이디어는 신선했지만 챕터 내용과 매끄럽게 맞아 들어가지 못해 다소 역효과가 있지 않았나 싶다.

 

www.wece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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