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와, 너에게 꽃을 주려고
박진성 지음 / 미디어샘 / 2018년 11월
평점 :
품절


2023.08.30.수 #23_060

[하와와, 너에게 꽃을 주려고]
지음_ 박진성
펴냄_ 미디어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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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겨울에 구입, 2023년 여름에 독서 완료
은산타책장파먹기 두 번째 도서를 일찍 끝냈기에 추가도서로 가볍게 읽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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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_나비

너 있던 곳에서
나 있는 곳으로

나비가 한 마리 날아왔다

온 세계가 옮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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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_사과

사과나무에
사과 꽃이 피었다가
사과 잎이 머물렀다가
사과 열매가 열리는 것처럼

나는 당신에게 매달려 있네

.

(25-31)
_네가 사라지고

너와 헤어지고 맨 처음 한 일은
가만히 침대에 누운 일

뛰고 있는 심장 소리를
물끄러미 들은 일
너 있을 쪽으로 뛰는 심장을
다독여준 일

피가 흐르고 있을 곳에
피가 흐르게 한 일
피 말고 다른 것이 흐르는
혈관에 안 보이는 혈관에
피를 계속 돌게 한 일

써도 써도 줄지 않는 밤의 공기르
몰래 마신 일
밤 속에는 또 다른 밤이 있구나
생각하는 머리를
톡, 톡, 두드려본 일

이 세상에 혼자 와서
너의 심장 소리에 안심하고
네가 살아 있다는 사실
그 사실 하나로 나도 살았던
며칠 전의 나를 조용히
다독여 준 일

이 세상에 혼자 와서
이제는 너 없이 정말 혼자로
살아가야 할 일을 가늠해보지 않은 일

이 별에 와서 이 별과 어울리지 않는
너를 사랑하고
너를 사랑했던 나를,
가만히 되돌아 본 일

이 침대에 우리는 나란히 누워 있었구나
이 침대에 우리는 나란히 누워 아침을
맞기도 했구나 언젠가의 아침
언젠가의 오전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평화 그 작은,
너의 작은 발이 매만지고 있는 내 방의 공기
내 방으로 쏟아지던 햇빛,
그 햇빛에 조용히 깨어서
나를 쳐다보던 너를
생각하지 않은 일
이제는 생각하면 안 되겠구나
혼자 침대에 누워서

피가 돌고 있는 혈관에
피가 잘 돌도록
발을 쭈욱, 뻗은 일
뛰고 있는 심장을 계속 어루만진 일

누워서도 어지러우니 이 현기증은
네가 준 선물이구나, 너 없이 어지러울 날들을
헤아려보지 않은 일

너와 헤어지고 맨 처음 한 일은
너를 절대로 그리워하지 않은 일
이 세상에 혼자 와서
이 세상에서 혼자가 아니도록
네 옆에 있었던
지금은 울먹이고 있는

며칠 전의 나를
며칠 전의 너를
고요하게 작은 공원에 같이 앉아 있도로
토닥여준 일
괜찮아,

이 세상에 혼자 와서
혼자는 아니었구나, 발을 쭈욱, 뻗으며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맨발로
안 보이는 너의 맨발에 가만히
닿아본 일

네가 나를 사랑하느라
심장이 다쳤겠구나 혈관
몇 개도 아프겠구나
안 보이는 너의 혈관 속으로

물끄러미 기도를 한 일
나 혼자 침대에 누워서
천장으로 지나는
너의 얼굴을 쓰다듬어준 일

너와 헤어지고 처음 한 일은
너를 절대로 생각하지 않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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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성 시인은 인스타를 하면서 알게 된 시인님이다. 거짓 미투에 삶이 고단해지고 피폐해졌지만 그래도 시를 쓰셨던 시인님. 건강악화까지 겹쳐 안타깝다.

시인의 다른 시집은 읽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이 연애시집은 사랑의 설렘과 이별의 쓸쓸함이 잘 녹아있다.
가볍게 읽으려고 집어든 연애시집.
설렘도 좋지만 이별 후를 잘 나타낸 #네가사라지고 (p25~31)가 계속 마음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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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와너에게꽃을주려고 #박진성 #미디어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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