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괴담하우스
사와무라 이치 지음, 남소현 옮김 / 북플라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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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묘한 분위기를 가진 괴담 7편을 들려준다. 처음에는 하나하나 독립적인 이야기인 줄 알았지만, 이 단편들은 공통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있어 하나의 줄기로 엮여 있었다. 검은색 숏컷에 검은 옷을 입은 하얀 피부의 여자.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녀는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방법으로 사람의 마음을 지옥으로 떨어뜨린다는 점에선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잠깐의 대화와 작은 행동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은 빠져나올 수 없는 구덩이에 밀어 넣어졌고, 이것은 얼마 전 읽었던 저자의 또 다른 작품 <예언의 섬>에서 보여준 저주의 말이 가진 힘을 다시 떠오르게 만들기도 했다. 소설 속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괴담 보다 더 무서운 것이 인간의 욕심, 이기심, 어리석음이란 생각이 든다. 사와무라 이치가 들려주는 으스스한 이야기들은 자꾸만 착하게 살아야지 하는 마음이 들게 만들었다.


바퀴벌레를 무서워하는 사람한테 등에 바퀴벌레가 붙어 있어!’라고 하면 미칠 듯이 무서워하죠. 실제로 바퀴벌레가 등에 붙어 있지 않더라도요. 다른 감정들도 그렇지만 특히 공포는 사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 그래서 가상의 이야기나 캐릭터가 공포심을 유발할 수 있는 거죠. 호러도 그렇고 괴담도 그렇고.” (p. 207)


그래, 공포란 안 좋은 예상을 할 때 생겨나는 감정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내일은 가난해질지도 모른다는 예상. 케이코는 조만간 이 남자가 나를 덮칠지도 모른다는 예상.

아까 케이코가 예로 든 바퀴벌레를 무서워하는 사람도 바퀴벌레가 옷깃을 타고 옷 안으로 들어올지도 모른다’, ‘눈앞에 나타날지도 모른다같은 생각을 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는 바퀴벌레를 두려워하게 되는 것이다.

귀신의 집이나 호러 영화도 마찬가지예요. 저 골목을 꺾는 순간 무언가와 맞닥뜨릴지도 모른다, 등장인물 뒤쪽에서 갑자기 무언가가 튀어나올지도 모른다. 훌륭한 연출이란 결국 관객들로 하여금 그런 예상이나 예감을 하게 만드는 기술이 뛰어나다는 거죠.” (p. 209)


<예언의 섬>보다는 이 작품이 더 무섭고 재미있게 읽혔다. 이 작품은 사람들이 어떤 것에 공포를 느끼는지, 나는 어떤 것을 무섭게 생각하는지 생각해 보게 만들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바르고 정직하게 살아간다면, 부끄러울 것 없는 과거를 가졌다면 살아가면서 그리 무서움을 느낄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러주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잔인한 장면은 없지만 묘하게 사람의 심리를 이용해 무서움을 느끼도록 만드는 점이 이 작품의 특징이었다. <기묘한 괴담 하우스>는 기묘한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재미있게 읽을 만한 책이다. 특히 적당하게(?) 무서운 호러/미스터리 소설을 찾는 이라면 읽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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