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의 서재 - 흔들리지 않고 마음의 중심을 잡는 책 읽기의 힘
하지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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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정신과 전문의이자 작가인 하지현 교수의 책에 관한 에세이다. 제목만 보고 생각했던 대로 정신과 의사의 서재는 어떤 책들로 채워져 있을지 궁금했고, 한편으로는 책을 좋아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 마음에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저자는 독서가 세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인식을 깊어지게 만든다고 하며, 자신은 마음의 코어 근육을 단련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독서에 대한 저자의 생각, 책을 고르는 방법, 저자만의 독서 방법 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여러 이야기들 중에서 추천사를 쓰는 방법과 저자가 책을 읽으며 필요한 부분을 메모하거나 발췌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정리·분류하는 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내용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책의 마지막에는 저자가 관심 있는 분야에 관한 책을 추천하는 부분도 있었다. 다독가이자 정신과 의사가 추천하는 책 목록이어서 책을 읽기 전 목차를 살펴보며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었는데, 역시나 이 부분을 읽고 나니 궁금한 책들이 많아 나의 읽을 책 목록이 꽤나 늘어나 있었다.



처음 10~20페이지를 읽을 때 느낌이 온다. 머리말과 1장을 읽으면서 바로 펜을 들고 줄을 긋기 시작할 수밖에 없는 책과 그 정도의 감흥은 없는 책으로 말이다. 줄을 그을 부분이 바로 보이면 신이 난다. 월척이 걸린 무게감으로 팔에 바짝 힘을 준 낚시꾼 같은 흥분이다. 인상적인 부분이 있으면 무조건 줄을 잔뜩 치면서 읽는다. (p. 83)


책을 읽으며 알게 된 지식들이 한쪽에 모여 줄을 짓는다. 반대쪽에서는 내 삶의 경험 속 조각들이 다른 색의 줄을 만든다. 이 둘이 서로 만나 직조해 새로운 패브릭을 만든다. 그 안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나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그냥 읽는 게 아니라, 내 안에 담겨 있는 경험, 지식, 감정과 만나서 화학 작용을 일으킨 다음에야 그 내용은 온전히 내 것이 된다. 독서의 희열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내게 기억으로 남는 것들은 책의 온전한 모습이 아니라, 이렇게 새로 짜여진 패브릭이다. 사람들이 같은 책을 읽어도 기억하는 내용이 모두 다른 이유다. (p. 85)


예전부터 나에게 짧건 길건 여행을 갈 때 최고의 고민은 책이었다. 여행 가방에 어떤 책을 넣고, 몇 권 정도가 적당할지 결정해서 넣는 것. 출발하는 당일까지도 제일 중요하게 고심하는 일이었다. 일주일 정도 해외 학회나 휴가를 갈 때가 가장 고민을 많이 할 때다. 비행기에서 읽을 책, 호텔에서 시차 적응에 실패한 한밤에 일어나 읽을 책, 학회장에서 한국어가 고플 때 읽을 책, 돌아다니다 다리를 쉬면서 카페에서 읽을 책, 기차에서 읽을 책 등등 상황이 다른 만큼 필요한 책도 모두 다르다. 밥을 배부르게 먹고 난 다음 디저트 먹는 배는 따로 있는 것이고, 고기를 아무리 먹어도 2차에 맥주 마실 배는 언제나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p. 171)



나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즐겨 읽는 편이라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풀어놓는 책 이야기는 언제나 반갑다. 정신과 의사의 서재 속 책들과 그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정신과 의사의 서재>를 읽어 보길 바란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끄덕끄덕 공감하며 읽는 재미를 맛볼 것이다. 또한 읽어 보고 싶은 책이 한가득 늘어나는 것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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