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걸려온 전화
고호 지음 / 델피노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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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가 세차게 치던 날. 850으로 시작되는 전화를 받게 된 주인공 주희. 그녀는 이상한 말투를 쓰는 사람과 전화 통화를 하게 된다.


- 아이참, 거기 정말 회령 아임네꺼?

- 맞습네다!

- 길티요?

- 거짓말인데요?

- 뭐이? !

- 패턴 좀 바꾸세요. 더럽게 재미없네.    (본문 발췌)


인터넷에서 찾아본 결과 그 번호는 북한의 국번이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일이 일어난 것이라 그녀는 단순한 장난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계속 같은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에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며 그들은 전화를 이어간다.


- 선생이 남조선 사람이란 걸 어째 믿는단 말임까?

- , 안 믿으면 어쩔 건데요?!

- 증명해보시라요!

- 아니, 내가 내 국적을 왜 증명해야 하죠? ··· 뭐 좋아요. 빨강이 꺼져라, 독재국가 망해라, 공산당이 싫어요! 돼지···! 이제 믿으시겠어요?

- , ? , , 빨강? 야이, 개 같은 에미나이야!! 니 조국 통일을 바라디 마라! 그 날 제일 먼저 니 머릿가죽 혁명적으루 뱃겨주갔어!!   (본문 발췌)


이상한 점은 그 번호로는 전화를 받을 수만 있고 걸 수는 없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들은 이것을 기적이라고 믿고 이야기를 이어 나가게 된다. 평양에 사는 열일곱 설화와 서울에 살며 번역 일을 하는 이십 대 주희. 조금씩 삐걱거리는 대화에 의문을 품은 주희는 설화가 자신과 동시대를 살아가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놀랍게도 설화는 1996, 본인은 2019년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북한을 소재로 해서 그런지 <사랑의 불시착>이란 드라마도 떠올랐고,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설정에서는 영화 <동감>도 떠올랐다. 고호 작가는 좋은 이야기꾼 같다. 재미있는 스토리로 사람을 빠지게 만든다. 지난번 읽었던 <과거여행사 히라이스>에 이어 <평양에서 걸려온 전화> 역시 매우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평양에서 걸려온 전화>가 먼저 쓰인 작품임.) 소설의 시작 부분에서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듯했지만, 소설이 진행될수록 가려져 있던 비밀이 드러나면서 긴장감과 재미가 높아졌다. 소재도 흥미롭고,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가는 힘도 좋았고, 마지막의 반전도 놀라워 만족스럽게 읽었다.


흥미로운 소재의 소설을 찾고 있거나 읽는 재미가 가득한 소설을 찾는 이에게 <평양에서 걸려온 전화>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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