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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가 알려주는 전염의 원리 - 바이러스, 투자 버블, 가짜 뉴스 왜 퍼져나가고 언제 멈출까?
애덤 쿠차르스키 지음, 고호관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1년 2월
평점 :
오, 2021년 책을 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베스트'가 나온 느낌! 지은이 '애덤 쿠차르스키(Adam Kucharski)'는 영국의 수학자 겸 역학자다. 책 한 권까지 갈 것 없이 책의 각 페이지마다 그가 이야기를 이끌어가기 위해 동원된 언론인, 과학자, 수학자, 정치가 등의 인용이 끊이질 않는다. 즉, 이 책은 여덟 가지의 주제에 관해 '전염'과 '수학'으로 접근하고자 한 작가의 주장을 무척이나 방대한 시간과 장소를 넘나드는 학자 및 유관련자들의 '워딩(논문 및 보고서 속)'을 근거로 하나하나 타당하게 쌓아올린 견고한 테트리스라고 볼 수 있다. 읽는 동안 학자로서 존경스러웠고, 흔들림 없는 초점에 매료됐다. 나의 글이, 보고서가 이렇게 아름답기를 간절히 바라게 됐다.

책이 우연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한창일 때 번역되었을 뿐이지, 이번 바이러스의 아웃브레이크만을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훨씬 더 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전염(Contagion)'에 대해 포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여덟 개의 주제 중에 내가 가장 오랫동안 머물렀던 분야는 '제2장 금융 위기와 에이즈 전염'이었다. 주식 시장에 대해 다루고 있어서 요즘 2030 세대들이 영끌해서 투자하고 있다는 주식 '전염' 현상에 대해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주식을 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나는 천제의 움직임을 계산할 수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
by 아이작 뉴턴(1642~1727), p.55

뉴턴이 대학생이었던 때 2020년의 코로나 상황과 같은 팬데믹이 발생하여 영국의 대학 캠퍼스에 가지 못하고 집에 머물러야 했었다. 그는 이 고립된 시간에 공부에 '몰입'하였고 이 시기에 발견한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아인슈타인과 견주는 세계 최고 과학자로 분류되었다. 그런 그에게도 계산하지 못한 영역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인간의 광기'였다. 뉴턴은 1719년 말에 '남해회사' 주식을 샀는데, 처음에 투자금이 오르자 현금화하였다가 주식이 계속 오르자 더 많은 재산을 재투자했고, 몇 달 뒤 터진 버블에 2만 파운드를 잃었다(오늘날의 2,000만 달러 정도에 상당하는 금액이었다).
로버트 메이(생태학자, 감염성 질병 분석 전문가이면서 금융 시장에서 일어나는 전염을 연구한 학자)는 금융 시장에서 가격이 오르면 좋은 일이고, 떨어지면 나쁘다고 알려진 것은 잘못된 구분이라고 주장했다(p.61). "왜 그런지 뚜렷한 이유 없이 뭔가 올라간다면 그건 정말로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나타내는 것이다."라고 말이다.
리먼브라더스의 몰락이나 미국의 부동산 폭락 같은 현상을 설명할 때, 우리는 흔히 '거품(버블)'이라는 말을 하곤 한다. 이 거품은 보통 투자자가 밀려들어 가격이 급격히 올라갔다 터지면서 떨어지는 상황을 말하는데, 거품이 생기면 가격은 논리적으로 적당한 수준을 한참 넘도록 올라간다. 일본의 20년 전 아파트값이나, 현재 한국의 아파트값에도 설명이 가능한 현상이다. 근래에 있었던 가장 큰 거품은 '비트코인'일 것이다. 여기서 가장 위험한 부분은 이것 같다. "풀린 돈의 양은 늘어나는 반면 평균적 지식 기반은 줄어든다(장 폴 로드리게, 경제학자)."는 설명 말이다. "친구가 부자가 되는 모습을 보는 것만큼 어떤 사람의 행복과 판단력에 방해가 되는 것은 없다(찰스 킨들버거, 1978.)."라는 말도 요즘 주식에 영끌하는 한국 젊은 세대들을 설명하는데 매우 적절한 표현이다.
실제 전염병에 영향을 주는 위생환경이나 바이러스의 전이뿐만 아니라 5장부터는 '온라인 아웃브레이크'를 다루었다는 점 또한 매우 신선하다. 실제 인플루언서나 슈퍼 전파자, 데이터의 왜곡 같은 문제가 더 큰 영향력을 사람들에게 줄 것이기 때문이다. 매우 매우 흥미롭고 즐거우니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리뷰어스 클럽 서평단으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