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죽음을 곁에 두고 씁니다
로버트 판타노 지음, 노지양 옮김 / 자음과모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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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라입니다.


소설가라면 응당 작품으로만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좋아하는 작가(그 당시는 전경린)의 에세이는 읽지도 않았던 대학생 시절도 있었는데요. 마흔 살 아라는 서울 가는 기차에서 정세랑의 신작 에세이를 읽으며 그저 홍홍홍 좋아했더랬죠. '다만 죽음을 곁에 두고 씁니다'는 소설가 로버트 판타노가 쓴 처음이자 마지막 에세이였고, 늘 재난과 좀비 영화, 한계에 다다른 지구가 곧 가져올 기후재난을 코앞에 두고 인간은 하루하루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 여기는 저에게 흥미로운 주제여서 이 책을 신청했습니다.


책 표지에 여자 그림이 있어서 작가가 여자일 거라 생각했는데, 읽어보니 아니네요. 싱글의 미국의 이름있는 대학 출신의 글쓰는 걸 업으로 살았던 삼십대 후반의 남자라는 걸 알았고요. 과거형인 이유는 이 에세이의 마지막 장이 완결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작가가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긴 후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말이 끝장에 적혀있었거든요. 


삶이 아이러니한 것은 지금 내가 행복한 상태인지, 외로운지 끊임없이 궁금해하면서 '현재의 나'를 추긍하느라 온전한 내 시간과 행복을 방해한다는 점 같습니다. 저는 학교나 교육청에서 예산을 사용할 수 있는 크고 작은 사업들을 따내어 일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런 일은 (가정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있는 탓에) 요새는 그나마 제 손이 거의 필요 없어진 아들을 챙기고, 학교 수업과 업무를 하며, 스페인어 공부와 크고 작은 스터디, 독서와 서평 일들을 하면서 동시에 진행해야기에, 대부분의 결말은 '다시는 계획서를 쓰지 말자'는 다짐을 하늘에 해대며 마무리되곤 합니다. 



며칠 전 이와 관련해 저는 제 친구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어떤 과제를 수행한 나도 '나'고, 안 한 나도 '나'인데, '뭣 땜에 나는 나를 이렇게 확인하고 싶어서 안달했던 거지?'라고요. 마치 로버트 판타노의 아래 글과 같은 상황이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 아닐까요?


 

죽음에 점점 가까워지며 그는 예민해졌고, 자존심을 세웠으며,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했고, 누구보다 혼자있고 싶어하며 늘 하던듯이 책을 읽고, 산책을 하며, 영화를 보고, 글을 썼습니다. "태어난다는 건 두 가지 필연적인 경험을 대동한다. 삶과 죽음." 작가의 이 말은, '모두 우연으로 저마다의 다른 상황에 태어났지만 그나마 삶을 살아가는데 위안이 되는 것은 누구나 죽음을 향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저에게 명징한 말이네요. 



+) 리뷰어스클럽 서평단으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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