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Art & Classic 시리즈
루이스 캐럴 지음, 퍼엉 그림, 박혜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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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이나 타시도에 여행을 가서 서점에 들르면 꼭 앨리스 책을 사서 친구에게 선물한다. 멕시코에서는 당최 앨리스를 찾을 수가 없어서 프리다 칼로를 사기는 했지만. 처음은 서울에서 산 하드커버 책이었고, 캐나다 토론토의 어느 서점에서 영문판이 그다음이었다. 하지만 정작 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책을 완독한 적이 없었네. 놀랄 일은 아니다. 남들이 다 알 것 같은 명작을 읽지 않은 경우가 내겐 많다. 내가 읽는 속도에 비해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은 데다가 지금 이 순간에도 책들이 계속 출판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 절대 정복할 수 없는 책의 세계에 무력감을 느끼지만, 더불어 아무리 읽어도 끝나지 않을 영역이기에 기쁘기도 하다. 늘 나를 생각하게 하는 문장들이 내 인생에 남아 있을 테니까. 그건 신나는 일이다.



이 약간 영국스러운 만연체 문장은 순전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고 나서 쓰는 글이기 때문이다. 서평을 읽어보면 글쓴이는 나로 동일하지만 문체의 온도가 상이하다. 그것은 한동안 방금 소화한 작품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물론 쉬 날아가기 때문에 서평은 읽은 직후에 담아두는 것이 가장 따끈하다. 많은 나라에서 수많은 번역가들과 일러스트레이터의 손에 의해 재탄생을 반복했을 이 작품은 루이스 캐럴이 딸들에게 만들어준 이야기를 글로 엮은 것이다. '의미'를 찾는 게 '의미 없어' 보이는 수많은 동물들의 말장난과 시(poem)는 영국 영어 단어 유희를 이용한 아빠의 구전 스토리를 문자로 담는 과정에서 우리와 두 발자국 멀어진다. 명쾌한 의미를 잡기 어려운 이유는, 영어와 구어라는 이중 장치로 필터링 되면서 생긴 거리감 때문이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한단지몽'이겠지만, 법정에서 카드들이 앨리스에게 총공격을 퍼부었을 때 꿈에서 깨어난다. 하지만 곧바로 앨리스의 언니가 또 꿈을 꾸기 시작한다. '겨우 탈출한 것 같은데, 탈출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꿈인가?' 하는 두려움이 엄습한다.



'퍼엉'의 그림 중에 '체셔 고양이'의 몸은 없이 웃는 모습만 공기 중에 남아있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시계 토끼를 쫓다가 굴속으로 들어가 벌어지는 믿지 못할 이야기들을 읽다 보니 그림이 더 다양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고 보니 '박혜원' 번역가의 각주가 큰 도움이 됐다. 다른 책은 몰라도 이 책은 왜 이런 단어들이 쓰이는지 알아야 이해가 갈 테니까. 예를 들면, 영국 발음이니까 'not(놋)'이라고 하면서 받는 사람은 'knot(매듭)'으로 받아들여 실제 시를 다섯 번 꼬인 매듭처럼 타이핑을 한 부분이 있는데, 이런 설명이 없으면 작가의 의도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지나칠 테니까 이런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작품이다.



고전으로 책 제목만 들어만 보고, 1865년의 이 영국 소설을 완독한 적이 없는 분께 RHK의 일러스트레이션 버전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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