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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도서관 ㅣ 개암 그림책 12
우지현 지음 / 개암나무 / 2020년 3월
평점 :
'느리게'와 '도서관'은 저와 찰떡궁합인 소재들입니다. <느릿느릿 도서관은>은 봄 향기 풋풋한 예쁜 삽화 그림책이에요. 코로나-19로 도서관이 문을 닫은 요즘, 이 책을 읽으니 동네의 작은 도서관에 산책가서 쉬다 오던 일이 그리워집니다. 얼른 사회적 거리 유지 기간이 종료되길 바라며, 책을 한 번 소개해드릴까 해요.
주인공은 민달팽이 '느린이'예요.
가을을 지나 땅속 나라에서 만난 지렁이 할머니로부터 겨우 내 읽기와 쓰기를 익혔지요. 물론 잠도 쿨쿨 자고요. '동면'을 자연스럽게 설명해 주는 대목 같습니다.
봄이 와서 땅 위로 나온 느린이는 할머니가 주신 '농사 일기'라는 책을 들고 그루터기에 올라요. 지나가던 나비가 그 책을 빌려 갔지요. 필요와 쓸모에 관한 대목입니다. 지금처럼 인쇄술이 발달하지 않은 시절에는 손으로 꾹꾹 눌러 쓴 단 한 권의(혹은 소수) 책이 있었을 거란 말이죠. 어린이들에게 이 부분을 보여주고 싶어요. 지금처럼 책이 흔하지 않았던, 책 한 권이 너무 값지고 귀했던 시절을 아이들은 모르니까요.
나비가 책을 빌려 간 후로, 느린이에게 많은 동물들이 책을 빌리러 찾아왔어요. 하지만 단 한 권의 책밖에 없던 느린이는 책을 빌려줄 수가 없었죠. 그 뒤에 어떻게 됐을까요? 이 평화로워 보이는 숲속에도 갈등과 클라이맥스를 위한 시련 장치를 넣었다는 것이 놀라웠어요. 살다 보면 열심히 공들여 만든 작업이 수포가 되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직접 당해보기 전에는 모르지만, <느릿느릿 도서관>을 준비하는 '느린이'가 경험하는 간접 경험을 통해서 아이들이 이 상황에 공감을 할 수 있겠죠? 그리고 친구들의 도움으로 이 위기를 헤쳐 나가는 것도요.
전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 상태를 처음 경험합니다. 평상시에는 혼자의 힘으로 사는 것이 필수 역량이지만, 요즘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모두가 힘을 합쳐야 위기를 넘기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 작은 땅속 친구 '느린이'가 숲속 친구들과 함께 도서관을 만드는 과정을 지켜봐 주세요!